093.
文以拙進,道以拙成。
一拙字,有無限意味。
如桃源犬吠, 桑間鷄鳴,何等淳龐?
至於寒潭之月, 古木之鴉,工巧中,便覺有衰颯氣象矣。
문이졸진 도이졸성
일졸자 유무한의미
여도원견폐 상간계명 하등순려
지어한담지월 고목지아 공교중 변각유애삽기상의
글은 순수해야 나아지고 깨달음도 순수해야 이루어지니,
이 졸자 한 자에 무한한 뜻이 있다.
만약 ‘복사꽃 핀 마을에 개가 짖고, 뽕나무 사이에 닭이 운다’고 하면 그 얼마나 순박한가?
그러나 ‘차가운 연못에 달이 밝고 고목에 까마귀 운다’는 데에 이르면, 비록 기교는 있지만 문득 쓸쓸한 기상 만을 느끼게 될 뿐이니라.
그저 글이란 있는 그대로를 묘사함이 그 본령...
글에 겉 멋 잔뜩 부리거나,
오히려 너무 주관적이면 글 맛은 별루인 법...
밥맛같이 여러 반찬과 어우러지는 맛이 오래간다.
그런 기교부리려는 욕심을 제거해야만
글도 삶도 진솔해지고 본말이 뒤집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