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三國遺事

卷第五 感通 第七 - 廣德嚴莊

卷第五 感通 第七

廣德嚴莊

 

文武王代 有沙門名廣德嚴莊 二人友善 日夕約曰 先歸安養者須告之.”

문무왕대 유사문명광덕엄장 이인우선 일석약왈 선귀안양자수고지.”

 

문무왕(文武王) 때 중 광덕(廣德)과 엄장(嚴莊)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두 사람은 서로 친하여 밤낮으로 약속했다. “먼저 극락으로 돌아가는 사람은 반드시 서로에게 알려주기로 하자!”

 

德隱居芬皇西里[或云 皇龍寺有西去房 未知孰是] 蒲鞋爲業 挾妻子而居 莊庵栖南岳 火種刀耕. 一日 日影拖紅 松陰靜暮 窓外有聲 報云 某已西往矣 惟君好住 速從我來.

덕은거분황서라[혹운 황룡사유서거방 미지숙시] 포혜위업 협처자이거 장엄서남악 화종도경.일일 일영타홍 송음정모 창외유성 보운 모기서왕의 유군호주 속종아래.”

 

광덕은 분황사 서쪽 마을[혹은 황룡사에 서거방(西去房)이 있다고도 하는데 어느 것이 옳은지 알 수 없다.]에 은거하여 신 삼는 것을 업으로 하면서 처자와 함께 살았고, 엄장은 남악(南岳)에 암자를 짓고 크게 경작에 힘쓰며 살았다. 어느 날 해 그림자가 붉게 노을지고 솔 그늘이 고요히 저무는데 창 밖에서 소리가 났다. “나는 이제 서쪽으로 가니 그대는 잘 지내다가 어서 나를 따라오게!”

 

莊排闥而出顧之 雲外有天樂聲 光明屬地. 明日歸訪其居 德果亡矣. 於是乃與其婦收骸 同營蒿里. 旣事 乃謂婦曰 夫子逝矣 偕處何如?” 婦曰 .”

장배달이출고지 운외유천악성 광명속지. 명일귀방기거 덕과망의. 어시내여기부수해 동영호리. 기사 내위부왈 부자서의 해처하여?” 부왈 .”

 

엄장이 문을 열고 나가보니 구름 밖에서 하늘의 음악 소리가 들려오고 밝은 빛이 땅까지 이어져 있었다. 이튿날 엄장은 광덕의 집을 찾아갔더니 광덕은 과연 죽어 있었다. 그래서 광덕의 부인과 함께 시신을 거두어 무덤을 만들었다. 일을 마치고 부인에게 말하였다. “남편이 죽었으니 함께 지내는 것이 어떻겠소?” 광덕의 부인이 말하였다. “좋아요.”

 

遂留夜宿 將欲通焉 婦靳之曰 師求淨土 可謂求魚緣木.” 莊驚怪問曰 德旣乃爾 予又何妨.”

수유야숙 장욕통언 부근지왈 사구정토 가위구어연목.” 장경괴문왈 덕기내이 여우하방.”

 

마침내 그 집에 머물게 되었는데 밤에 잘 때 정을 통하려 하니, 그 부인이 부끄러워하며 말하였다. “스님께서 서방정토를 구하는 것은 마치 나무에 올라가 물고기를 구하는 것과 같습니다.” 엄장이 놀라고 이상하게 여겨 물어보았다. “광덕도 이미 그랬는데 나는 어찌 꺼리는 거요?”

 

婦曰 夫子與我 同居十餘載 未嘗一夕同床而枕 況觸汚乎? 但每夜端身正坐 一聲念阿彌陀佛號 或作十六觀 觀旣熟 明月入戶 時昇其光 加趺於上. 竭誠若此 雖欲勿西奚往? 夫適千里者 一步可規 今師之觀 可云東矣 西則未可知也.”

부왈 부자여아 동거십여재 미상일석동상이침 황촉오호? 단매야단신정과 일성념암타불호 혹작십육관 관기숙 명월입호 시승기광 가부어상 갈성약차 수욕물서해왕? 부적천리자 일보가규금사지관 가운동의 서즉미가지야.”

 

부인이 말하였다. “남편은 나와 십여 년을 함께 살았지만 하룻밤도 같은 침상에서 자지 않았으니, 하물며 몸을 더럽혔겠습니까? 남편은 다만 밤마다 단정한 몸으로 바르게 앉아서 한결같은 소리로 아미타불을 불렀습니다. 혹은 16관을 짓고 진리를 달관하여, 밝은 달빛이 방에 들어오면 때때로 그 빛 위에 올라 가부좌를 하였습니다. 정성을 다함이 이와 같았으니 비록 서방정토에 가지 않으려 하여도 달리 어디로 가겠습니까? 대개 천 리 길을 가고자 하는 사람은 그 첫걸음부터 알 수가 있는 것이니, 지금 스님이 하는 관법은 동방으로 가는 것이라 할지언정 서방으로 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莊愧赧而退. 便詣元曉法師處 懇求津要. 曉作淨觀法誘之. 莊於是潔己悔責 一意修觀 亦得西昇. 淨觀在曉師本傳 與海東僧傳中.

장괴난이퇴. 경지원효법사처 간구율요. 효작정관법유지. 장어시결기회책 일억수관 역득서승. 정관재효사본전 여해동승전중.

 

엄장은 이 말을 듣고 몹시 부끄러워 물러 나왔다. 그 길로 원효법사(元曉法師)의 처소로 가서 도를 닦는 비결을 간절히 구하였다. 원효는 정관법(淨觀法)을 만들어 그를 지도하였다. 엄장은 자기 몸을 깨끗이 하고 잘못을 뉘우쳐 스스로 꾸짖고, 한결같은 뜻으로 관법을 닦았으므로 역시 서방정토로 갈 수 있었다. 정관법은 원효법사의 본전과 해동고승전(海東高僧傳)에 있다.

 

其婦乃芬皇寺之婢 蓋十九應身之一.

기부내분황사지비 개십구응신지일.

 

그 부인은 바로 분황사의 종이니 대개 관음보살 19응신(十九應身) 가운데 하나였다.

 

德嘗有歌云 月下伊底亦 西方念丁去賜里遣 無量壽佛前乃 惱叱古音[鄕言云報言也] 多可支白遣賜立 誓音深史隱尊衣希仰支 兩手集刀花乎白良 願往生願往生 慕人有如白遣賜立 阿邪 此身遺也置遣 四十八大願成遣賜去.

덕상유가운 월하이저역 서방념정거사리견 무량수불전내 뇌질고음[향언윤보언야] 다가기백견사립 서음심사은존의희앙지 양수집도화호백량 원왕생원왕생 모인유여백견사립 아야 차신유야치견 사십팔대원성견사거.

 

광덕은 일찍이 이러한 노래를 지었다.

 

달이시여, 이제 서방정토에 가시거든, 무량수 부처님 앞에 알리어 아뢰어 주소서.

다짐 깊으신 부처님 우러러보며 두 손 모아서, 원왕생 그리는 사람 있다 아뢰소서.

아아, 이 몸 버려두시고 마흔여덟 가지 큰 소원 이루실 수 있겠습니까?

 

* 원왕생: 원왕생극락(願往生極樂)의 준말로, 죽어서 극락에서 태어나고 싶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