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三國遺事

券 第四 義解 券五- 蛇福不言

蛇福不言

사복은 말수가 적다.

 

京師萬善北里 有寡女 不夫而孕 旣産. 年至十二歲 不語亦不起 因號蛇童[下或作蛇卜 又巴又伏等 皆言童也].

경사만선북리 유과녀 불부이잉 기산 연지십이세 불어역불기 인호사동[하혹작사복 우차우복등 개언동야].

 

서울 만선북리(萬善北里)에 한 과부가 있었는데, 남편 없이 임신을 하여 아이를 낳았다. 그 아이는 12세가 되도록 말도 못하고 일어나지도 못하였다. 그래서 사동(蛇童)[혹 사복(蛇卜)이라고도 하고, 또는 사파(蛇巴)나 사복(蛇伏) 등으로 썼으니, 모두 사동을 말한다.]이라 불렀다.

 

一日其母死. 時元曉 住高仙寺 曉見之迎禮 福不答拜而曰 君我昔日駄經牸牛 今已亡矣 偕葬何如?” 曉曰 諾.

일일기모사. 시원효 주고선자 효견지양례 복부답배이왈 군아석일태경자우 금이망의 해장하여?” 효왈 .”

 

어느 날 그의 어머니가 죽었다. 당시 원효(元曉)는 고선사(高仙寺)에 있었는데, 사복(蛇福)을 보고 맞이하여 예를 올렸지만 사복은 답례도 없이 말하였다. “자네와 내가 옛날에 불경을 싣고 다니던 암소가 지금 죽었소. 함께 장사 지내는 것이 어떻겠소?” “좋소!”

 

遂與到家. 令曉布薩授戒. 臨尸祝曰 莫生兮其死也苦 莫死兮其生也苦.”

수여도가. 영효포보수계. 임시축왈 막생혜기사야고 막사혜기생야고.”

 

드디어 원효는 사복과 함께 집에 이르렀다. 사복은 원효에게 참회하도록 하는 계인 포살수계(布薩授戒)를 주라고 하였다. 원효는 그 시신 앞에서 빌었다. “태어나지 말지니 죽는 것이 괴롭도다. 죽지 말지니 태어나는 것이 괴롭도다.”

 

福曰 詞煩更之曰 死生苦兮.” 二公轝歸活里山東麓.

복왈 사번경지왈 사생고혜.” 이공거귀활리산동록.

 

사복이 말하였다. “말이 번거롭소.” 원효가 다시 고쳐 말하였다. “죽고 태어나는 것이 괴롭도다.” 두 사람은 상여를 메고 활리산(活里山) 동쪽 기슭으로 갔다.

 

曉曰 葬智惠虎於智惠林中 不亦宜乎?”

효왈 장지혜호어지혜림중 불역의호?”

 

원효가 말하였다. “지혜 있는 호랑이는 지혜의 숲에 장사 지내는 것이 마땅하지 않은가.”

 

福乃作偈曰 往昔釋迦牟尼佛 裟羅樹間入涅槃 于今亦有如彼者 欲入蓮花藏界寬.

복내작갈왈 왕석가모니불 사라수간입열반 우금역유여피자 욕입연화장계관.

 

사복은 그래서 게를 지어 불렀다.

 

그 옛날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사라수(裟羅樹) 사이에서 열반에 드셨다네.

지금 또 그러한 자가 있어 연화장(蓮花藏) 세계로 들어가려 한다네.

 

言訖拔茅莖 下有世界 晃朗淸虛 七寶欄楯 樓閣莊嚴 殆非人間世. 福負尸共入 其地奄然而合. 曉乃還.

언흘발모경 하유세계 황랑청허 칠보난순 누각장엄 태비인간세. 복부시공입 기지엄연이합. 효네환.

 

말을 마치고 띠풀의 줄기를 뽑자 그 밑에 밝고 청허한 세계가 있었는데, 칠보난간의 누각이 장엄하였으니 아마도 인간 세계가 아닌 것 같았다. 사복이 시체를 업고 그 속으로 들어가자 그 땅이 갑자기 합쳐졌다. 원효는 돌아왔다.

 

後人爲創寺於金剛山東南 額曰道場寺. 每年三月十四日 行占察會爲恒規. 福之應世 唯示此爾 俚諺多以荒唐之說托焉 可笑.

후인위창사어금강산동남 액왈도량사. 매년삼월십사일 행점찰회위항규. 복지응세 유시차이 매언가이황당지설닥언 가소.

 

후세 사람들이 금강산(金剛山)의 동남쪽에 절을 창건하고 도량사(道場寺)라 하였다. 해마다 314일이 되면 점찰회(占察會)를 행하는 것을 일정한 규정으로 삼았다. 사복이 세상에 영험을 드러낸 것은 오직 이것뿐인데, 세속에서는 황당한 얘기를 덧붙이고 있으니 가소로운 일이다.

 

讚曰 淵黙龍眠豈等閑 臨行一曲沒多般 苦兮生死元非苦 華藏浮休世界寬.

찬왈 연묵용면기등한 임행일곡몰다반 약혜생사원비고 화장부휴세계관.

 

다음과 같이 찬미한다.

 

깊은 연못 속에 잠자는 용이라고 어찌 무심하리오 떠나면서 읊은 한 곡 번잡하지 않았네.

고통스러운 생사는 원래 고통스러운 것은 아니니 연화장과 생사의 세계는 넓기만 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