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三國史記

列傳 第五 -金后稷

金后稷

 

金后稷 智證王之曾孫 事眞平大王 爲伊飡 轉兵部令 大王頗好田獵 后稷諫曰 古之王者 必一日萬機 深思遠慮 左右正士 容受直諫 孶孶矻矻 不敢逸豫 然後 德政醇美 國家可保 今 殿下日與狂夫獵士 放鷹犬 逐雉兎 奔馳山野 不能自止 老子曰 馳騁田獵 令人心狂 書曰 內作色荒 外作禽荒 有一于此 未或不亡. 由是觀之 內則蕩心 外則亡國 不可不省也 殿下其念之.

김후직 지증왕지증손 사진평대왕 위이찬 전병부령. 대왕번호전렵 후직간언 고지왕자 필일일만기 심사원려 좌우정사 영수직간 자자골골 불감일예. 연후 덕정순미 국가가보. 금 전라일여 광부렵사 방응견 축치토 분치산야 불능자지. 노자왈 치빙전렵 영인심광.’ 서왈 내작색광 외작금황 유일우차 미혹불망.’ 유시관지 내즉탕심 외즉망국 불가불성야 전하기념지.”

 

김후직(金后稷)은 지증왕(智證王)의 증손이다. 그는 진평대왕(眞平大王)을 섬겨 이찬으로 있다가 병부령(兵部令)으로 전임되었다. 대왕이 사냥을 몹시 좋아하자 후직이 간언하였다. “옛날 임금된 이는 반드시 하루에도 만 가지 정사를 보살피매 깊이 생각하고 멀리 고려했으며, 주위에 바른 선비를 두고 그들의 직언을 받아들여 부지런히 힘쓰느라 감히 멋대로 즐기며 놀지 않았습니다. 그런 다음에라야 도덕과 정치가 순수하고 아름다워져 국가를 보전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전하께서는 날마다 정신 나간 이들이나 사냥꾼을 데리고 매와 사냥개를 놓아 꿩과 토끼를 잡기 위하여 산과 들로 뛰어다니는 것을 스스로 멈추지 못하고 계십니다. 노자(老子)말달리며 사냥하는 일은 사람 마음을 미치게 한다.’고 하였고, 서경(書經)에는 안으로 여색에 빠지거나 밖으로 사냥에 탐닉하는 일, 이 중에 하나만 있어도 망하지 않을 수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로 보면 사냥이란 안으로 마음을 방탕하게 하고, 밖으로 나라를 망치는 것이니 살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전하께서는 이를 유념하여 주소서.”

 

王不從. 又切諫 不見聽.

왕불종. 우절간 불견청.

 

그러나 왕은 듣지 않았다. 다시 간절히 간언하였으나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後 后稷疾病 將死 謂其三子曰 吾爲人臣 不能匡救君惡 恐大王遊娛不已 以至於亡敗 是吾所憂也 雖死 必思有以悟君 須瘞吾骨於大王遊畋之路側.” 子等皆從之.

후 후직질병 장사 위기삼자왈 오위인신 불능광구군악 공대왕유오불이 이지어망패 시오소우야 수사 필사유이오군 수예오골어대왕유전지노측.” 자등개종지.

 

그 후 후직이 병들어 죽음을 앞두게 되었을 때 자기의 세 아들에게 말했다.

내가 신하된 자로 임금의 잘못된 점을 바로잡아주지 못하였다. 대왕께서 놀고 즐기는 일을 그치지 않아 패망하게 될까 두려우니 이것이 내가 근심하는 것이다. 죽어서라도 꼭 임금을 깨우쳐주려 하니, 나의 뼈를 대왕이 사냥 다니시는 길옆에 묻어라.” 아들들이 모두 그 말대로 하였다.

 

 

他日 王出行 半路有遠聲 若曰莫去.” 王顧問 聲何從來?” 從者告云 彼后稷伊飡之墓也.” 遂陳后稷臨死之言.

타일 왕출행 반로유원성 약왈막거왕고문 성하종래?” 종자고운 피후직이찬지묘야.” 수진후직임사지언.

 

하루는 왕이 사냥을 가다가 도중에 아득한 소리가 들리는데 마치 가지 마소서!”라고 하는 것 같았다. 왕이 돌아보며 소리가 어디서 나느냐?”고 물었다. 종자가 말하기를 저것은 이찬 후직의 무덤입니다.”라 하고는 이어서 후직이 죽을 때 한 말을 아뢰었다.

 

大王潸然流涕曰 夫子忠諫 死而不忘 其愛我也深矣 若終不改 其何顔於幽明之間耶!” 遂終身不復獵.

대왕산연유체왈 부자충간 사이불망 기애아야심의 약종불개 기하안어유명지간야 수종신불복렵.

 

대왕이 눈물을 흘리면서 말했다. “저 사람은 충성으로 간언하고 죽어서도 그치지 않으니, 나를 아끼는 마음이 깊도다. 끝내 잘못을 고치지 않는다면 살아서나 죽어서나 무슨 낯으로 그를 대하겠는가!” 왕은 마침내 종신토록 다시는 사냥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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