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三國遺事

卷第五 避隱 第八 - 緣會逃名 文殊岾

 

緣會逃名 文殊岾

 

高僧緣會嘗隱居靈鷲 每讀蓮經 修普賢觀行. 庭池常有蓮數朶 四時不萎[今靈鷲寺龍藏殿 是緣會舊居] 國主元聖王聞其瑞異 欲徵拜爲國師 師聞之 乃棄庵而遁. 行跨西嶺嵓間 有一老叟今爾耕 問師奚適?’ 吾聞邦家濫聽 縻我以爵 故避之爾.”

고승연회상은거영취 매독연경 수보현관행. 정지상유연수타 사시불위[금영취사용장전 시연회구거] 국주원성왕문기단이 욕칭배위국사 사문지 내기암이둔. 행과서령암간 유일노수굼이경문살해적?’ 오문방가남청 미아이작 고피지이.”

 

고승 연회(緣會)는 일찍이 영취산(靈鷲山)에 숨어 살면서 항상 법화경(法華經)을 읽어 보현보살의 관행법(觀行法)을 닦았다. 뜰의 연못에는 늘 연꽃 두 세 송이가 피어 사시사철 시들지 않았다.[지금 영취사의 용장전(龍藏殿)이 옛날 연회가 살던 터이다.] 원성왕은 그 상서롭고 기이한 말을 듣고 그를 불러 국사로 삼으려 하였는데, 스님은 그 소식을 듣고 암자를 버리고 도망갔다. 그가 서쪽 고개 바위 사이를 넘고 있는데 한 노인이 밭을 갈다가, ‘법사님은 어딜 가십니까?’라고 묻자 스님이 말하였다. “내 듣자니 나라에서 잘못 듣고 나를 벼슬로 얽매려 해 피해 가는 중입니다.”

 

叟聽曰 於此可賈 何勞遠售 師之謂賣名無厭乎.”

수청왈 어차가매 사노원수 사지위매명무염호.”

 

노인은 이 말을 듣고 말하였다. “이곳에서 팔 것이지 왜 힘들게 먼 곳에서 팔려고 하십니까? 법사님이야말로 이름 팔리는 걸 싫어하지 않는다고 하겠습니다.”

 

會謂其慢己 不聽. 遂行數里許 溪邊遇一媼 問師何往. 答如初. 媼曰 前遇人乎?” 有一老叟 侮予之甚 慍且來矣.” 媼曰 文殊大聖也 夫言之不聽何?” 會聞卽驚悚 遽還翁所 扣顙陳悔曰 聖者之言 敢不聞命乎 今且還矣 溪邊媼彼何人斯.

회위기만기 불청. 수행수리허 계변우일온 문사하왕 답여초 온왈 전우인호?” 유일노수 모여지심 온차래의.” 온왈 문수대성야 부언지불청하?” 회문즉경송 거환옹소 구상진회왈 성자지언 감불문로 금차환의 계변온피하인사?”

 

그러나 연회는 자기를 업신여긴다고 생각하여 그 말을 듣지 않았다. 마침내 몇 리를 더 가다가 시냇가에서 한 노파를 만났는데, 그 노파도 어디로 가느냐고 물었다. 연회는 처음처럼 대답해 주었다. 그러자 노파는 말하였다. “조금 전에 어떤 사람을 만났습니까?” 연회는 대답하였다. “어떤 노인이 나를 매우 업신여기기에 기분이 불쾌하여 그만 와 버렸습니다.” 그러자 노파가 말하였다. “그 분이 문수보살이온데 그 말씀을 듣지 않았으니 어쩌시려고요?”

그 말을 듣자 연회는 놀랍고 송구하여 급히 그 노인에게로 되돌아가서 머리를 숙이고 진심으로 후회하며 말하였다. “성인의 말씀을 감히 거역하겠습니까? 이제 다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그 시냇가의 노파는 누구신가요?”

 

叟曰 辯才天女也.” 言訖遂隱.

수왈 변재천녀야.” 언흘수은.

 

노인이 말하였다. “변재천녀(辯才天女)시다.” 말을 마치고는 사라져 버렸다.

 

乃還庵中 俄有天使齎詔徵之. 會知業已當受 乃應詔赴闕 封爲國師[僧傳云 憲安王封爲二朝王師 號照 咸通四年卒 與元聖年代相左 未知孰是] 師之感老叟處 因名文殊岾 見女處曰阿尼岾.

내환암중 아유천사재조징지. 회지업이당수 내응조부궐 봉위국사[승전운 헌안왕봉위이조왕사호조 함통사년종 여원성년대상좌 미지숙시] 사지감노수처 인명문수점 견여처왈아니점.

 

연회가 암자로 돌아왔는데, 조금 뒤에 왕의 사자가 명을 받들고 와서 그를 불렀다. 연회는 진작 받았어야 하는 것임을 알고 임금이 내린 명에 따라 대궐로 들어가니 왕이 국사로 봉하였다.[승전(僧傳)에서는, ‘헌안왕(憲安王)이 이조왕사(二朝王師)로 삼아 칭호를 조()라고 하였고, 함통(咸通) 4(서기 863)에 세상을 떠나다.’라고 하였으니, 원성왕(元聖王)의 연대와 서로 달라 어느 것이 옳은지 알 수 없다.] 연회 법사가 노인에게 감응 받은 곳을 문수점(文殊岾)이라 하고, 여인을 만나본 곳을 아니점(阿尼岾)이라 하였다.

 

讚曰 倚市難藏久陸沈 囊錐旣露括難禁 自緣庭下靑蓮誤 不是雲山固未深.

찬왈 의시난장구육침 낭추기로괄난금 가연정하청연오 부시운산고미심.

 

다음과 같이 찬미한다.

 

저자에선 오래 숨기 어렵고 주머니 속 송곳 끝이 뚫고 나오면 감추기 어렵네.

뜰 아래 푸른 연꽃으로 인한 잘못이지 구름에 쌓인 산이 깊지 않아서가 아니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