眞聖女大王 居陀知
第五十一 眞聖女王 臨朝有年 乳母鳧好夫人 與其夫魏弘匝干等三四寵臣 擅權撓政. 盜賊蜂起 國人患之. 乃作陀羅尼隱語 書投路上. 王與權臣等得之 謂曰 “此非王居仁 誰作此文?” 乃囚居仁於獄 居仁作詩訴于天 天乃震其獄
제오십일 진성여왕 임조유년 유모부호부인 여기부위홍잡간등삼사총신 천권요정. 도적봉기 국인환지. 내작다라니은어 서투로상. 왕여권신등득지 위왈 “차비왕거인 수작차문 내수거인어옥 거인작시소우천 천내진기옥
제51대 진성여왕(眞聖女王)이 왕위에 오른 지 몇 해가 되자, 유모 부호부인(鳧好夫人)의 남편 위홍(魏弘) 잡간(匝干) 등 서너 명의 총애 받는 신하들이 권력을 제멋대로 부려서 정치가 흔들렸다. 그러자 도적들이 벌떼처럼 일어났다. 나라 사람들이 이를 근심하여 다라니(陀羅尼)의 은어를 만들어서 글로 써 길 위에 던져놓았다. 왕과 권신들이 이를 보고 말하였다. “이것은 왕거인(王居仁) 아니곤 할수 없는 짓이다. 그가 아니라면 누가 이런 글을 지을 수 있단 말이냐?” 그리고는 곧 거인을 옥에 가두었다. 거인이 시를 지어서 하늘에 호소하자, 하늘이 옥에 벼락을 내리쳐서 풀려날 수 있었다.
詩曰 “燕丹泣血虹穿日 鄒衍含悲夏落霜 今我失途還似舊 皇天何事不垂祥.
시왈 “연단읍혈홍천일 추연함비하낙상 금아실도환사구 황천하사불수상.
그 시는 이러하다.
연나라 태자 단(丹)이 피눈물을 흘리자 무지개가 해를 꿰뚫었고 추연(鄒衍)이 원한을 품자 여름에도 서리가 내렸다네.
지금 나는 길을 잃어 옛 사람과 같은 처지가 되었는데 하늘은 어찌하여 상서로움을 내리지 않으시는가.
陀羅尼曰 “南無亡國 刹尼那帝 判尼判尼蘇判尼 干干三阿干 鳧伊娑婆訶.”
다라니왈 “남무망국 찰니나제 판니판니소판니 우우삼아간 부이사바하.”
다라니는 이러하다. “남무망국(南無亡國) 찰니나제(刹尼那帝) 판니판니소판니(判尼判尼蘇判尼) 우우삼아간(于于三阿干) 부이사파가(鳧伊娑婆訶)”
說者云 刹尼那帝都者 言女王也 判尼判尼蘇判尼者 言二蘇判也 蘇判爵名 干干三阿干也 鳧伊者 言鳧好也.
설법운 “찰니나제도자 언여왕야 판니판니고판니자 언이소판야 소판작명 우우삼아간야 부이자 언부호야.
해설하는 사람은 이렇게 말하였다. “‘찰니나제’는 여왕을 말한다. ‘판니판니소판니’는 두 소판을 말한다. 소판은 벼슬 이름이다. ‘우우삼아간’은 세 명의 총애 받는 신하를 말한다. ‘부이’란 ‘부호부인’을 말한다.”
此王代 阿飡良員 王之季子也. 奉使於唐 聞百濟海賊梗於津島 選弓士五十人隨之. 舡次鵠島[鄕云骨大島]風濤大作 信宿浹旬. 公患之 使人卜之 曰 “島有神池 祭之可矣.”
차왕대 아찬양원 왕지계자야 봉사어당 문백제해적경어진도 선둥사오십인수지. 강차곡도[향운골대도] 풍도대작 신숙협순. 공환지 사인복지 왈 “도유신지 제지가의.”
이 왕의 시대에 아찬 양원(良員, 양패(良貝)라는 설도 있다.)은 왕의 막내아들이었다. 그가 당나라에 사신으로 가는데, 후백제의 해적들이 진도(津島)에서 길을 막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활 쏘는 군사 50명을 뽑아서 데리고 갔다. 배가 곡도(鵠島)[우리말로 골대도(骨大島)라고 한다.]에 닿자, 풍랑이 크게 일어나 열흘이 넘도록 묶여 있었다. 공이 이를 걱정하여 점을 치게 하였더니 이렇게 말하였다. “이 섬에 신령스러운 연못이 있는데 제사를 지내는 것이 좋겠습니다.”
於是具奠於池上 池水湧高丈餘 夜夢有老人 謂公曰 “善射一人 留此島中 可得便風.” 公覺而以事諮於左右曰 “留誰可矣?” 衆人曰 “宜以木簡五十片書我輩名 沈水而鬮之.” 公從之 軍士有居陀知者 名沈水中 乃留其人. 便風忽起 舡進無滯.
어시구준어지상 지수용고장여 야몽유노인 위공왈 “선사일인 유차도중 가득변풍.” 공각이이사자어좌우왈 “유수가의?” 중인왈 “의이목간오십편서아배명 침수이구지.” 공종지 군사유거타지자 명침수중 내유기인. 변풍홀기 강진무체.
그래서 제물을 갖추어서 연못가에서 제사를 지냈다. 그러자 연못의 물이 한 길 이상 용솟음쳤다. 그날 밤 꿈에 어떤 노인이 나타나 공에게 말하였다. “활 쏘는 사람 하나를 이 섬에 남겨 놓으면 순풍을 얻을 것이오.” 공이 잠에서 깨어나 이 일을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 나서 물었다. “누구를 남겨 놓는 것이 좋겠는가?” 그러자 사람들이 말하였다. “당연히 나무 조각 50개에 우리들 이름을 써서, 물에 가라앉는 것으로 제비를 뽑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래서 공이 이 말에 따라 제비를 뽑았는데, 군사 중에 거타지(居陀知)라는 자의 이름이 물속에 가라앉아 그를 남겨두기로 하였다. 그러자 곧 순풍이 일어나서 배가 막힘없이 나아갈 수 있었다.
居陀愁立島嶼 忽有老人 從池而出 謂曰 “我是西海若 每一沙彌 日出之時 從天而降 誦陀羅尼 三繞此池 我之夫婦子孫 皆浮水上. 沙彌取吾子孫肝膓 食之盡矣. 唯存吾夫婦與一女爾 來朝又必來 請君射之.” 居陀曰 ”弓矢之事 吾所長也 聞命矣 .“老人謝之而沒 居陀隱伏而待.
거타수입도여 홀유노인 종지이출 위왈 “아시서해약 매일사미 일출지시 종천이강 송다라니 삼요차지 아지부부자손 개부수상. 사미취오자손간장 식지진의 유존오부부여일녀이 내조우필래 청군사지.” 거타왈 ”궁시지사 오소장야 명문의.“ 노인사지이몰 거타은복이대.
거타지는 걱정스럽게 섬에 서 있는데, 갑자기 어떤 노인이 연못 속에서 나와 이렇게 말하였다. “나는 바로 서해의 신 약(若)이라오. 매번 한 사미승이 해가 뜰 때마다 하늘로부터 내려와서는 다라니를 외우면서 이 연못을 세 번 도는데, 그러면 우리 부부와 자손들이 모두 물 위로 떠오른다오. 사미승은 내 자손의 간과 창자를 빼내어 먹어치우는데, 이제 우리 부부와 딸 하나만 남았소. 내일 아침이면 또 올 것인데, 부탁이니 그대가 활로 쏴주시오.” 이 말을 듣고 거타지가 말하였다. “활 쏘는 일은 저의 장기입니다. 명하신 대로 하겠습니다.” 노인이 고맙다고 말하고 물 속으로 들어갔다. 거타지는 숨어서 엎드려 기다렸다.
明日扶桑旣暾 沙彌果來 誦呪如前 欲取老龍肝 時居陀射之 中沙彌 卽變老狐 墜地而斃. 於是老人出而謝曰 “受公之賜 全我性命 請以女子妻之.” 居陀曰 “見賜不遺 固所願也.”
명일부상기돈 사미과래 송주여전 욕취노룡간 시거타사지 중사미 즉변노호 추지이폐. 어시노인출이사왈 “수공지사 전아성명 청이여자처지.” 거타왈 “견사불원 고소원야.”
다음 날 동쪽에서 해가 떠오르자 사미승이 과연 내려와서는 예전처럼 주문을 외우고 늙은 용의 간을 빼내려고 하였다. 그때 거타지가 활을 쏘아 사미승을 맞히자 곧 늙은 여우로 변하여서 땅에 떨어져 죽었다. 그러자 노인이 연못에서 나와서 고마워하면서 말하였다. “공의 은혜를 입어서 내 생명을 보전하게 되었소. 바라건대 내 딸을 아내로 삼아주시오.” 거타지가 말하였다. “따님을 주시어 저를 버리지 않으신다면, 그것은 진실로 제가 바라던 바입니다.”
老人以其女 變作一枝花 納之懷中. 仍命二龍 捧居陀趂及使舡 仍護其舡入於唐境.
노인이기녀 변작일지화 납지회중. 잉명이룡 봉거타연급사강 잉획기강입어당경.
그래서 노인은 자기 딸을 꽃 한 송이로 변하게 하고 거타지의 품속에 넣어주었다. 그리고 두 용에게 명하여서 거타지를 받들어 사신의 배를 따라잡도록 하고, 그 배를 호위하여 당나라 국경까지 가도록 하였다.
唐人見新羅舡有二龍負之 具事上聞 帝曰 新羅之使 必非常人 賜宴坐於群臣之上 厚以金帛遺之 旣還國 居陀出花枝 變女同居焉.
당인견신라강유이룡부지 구사상문 제왈 “신라지사 필비상인.” 사연좌어군신지상 후이금백유지. 기환국 거타출화지 변녀동거언.
당나라 사람들은 신라의 배가 용 두 마리에게 업혀서 오는 것을 보고, 이 사실을 황제에게 아뢰었다. 황제가 말하였다. “신라의 사신은 반드시 보통 인물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연회를 베풀어서 여러 신하들의 윗자리에 앉도록 하고, 금과 비단을 후하게 내려주었다. 신라로 돌아온 거타지는 꽃가지를 꺼내어 여자로 변하게 하고 함께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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