桃花女 鼻荊郞
第二十五 舍輪王 諡眞智大王 姓金氏 妃起烏公之女 知刀夫人. 大建八年丙申卽位[古本云 十一年己亥 誤矣] 御國四年 政亂荒婬 國人廢之.
제이십오 사륜왕 시진지대왕 성김씨 비기오공지녀 지도부인. 대건팔년병신즉위[고본운 십일년기해 오의] 어국사년 정난황음 국인폐지.
제25대 사륜왕(舍輪王)은 시호가 진지대왕(眞智大王)이고 성은 김씨이며, 왕비는 기오공(起烏公)의 딸인 지도부인(知刀夫人)이다. 대건(大建) 8년 병신(서기 576)에 왕위에 올라[고본(古本)에는 11년 기해(서기 579)라고 하나 잘못된 것이다.] 나라를 4년 동안 다스렸는데, 정치가 어지럽고 음란하여서 나라 사람들이 그를 폐위시켰다.
前此 沙梁部之庶女 姿容艶美 時號桃花娘. 王聞而召致宮中 欲幸之 女曰 “女之所守 不事二夫. 有夫而適他 雖萬乘之威 終不奪也.” 王曰 “殺之何?” 女曰 “寧斬于市 有願靡他.”
전차 사량부지서녀 자용염미 시호도화랑 왕문이소치궁중 욕행지 여왈 “여지소수 불사이부 유부이적타 수만승지위 종불탈야.” 왕왈 살지하. 여왈 “영잠우시 유원미타.”
이에 앞서 사량부(沙梁部) 백성의 딸이 있었는데, 자색이 곱고 아름다워서 당시에 도화랑(桃花娘)이라고 불렀다. 왕이 이 소문을 듣고 궁중에 불러들여 관계를 갖고자 하자 여자가 말하였다. “여자가 지켜야 하는 일은 두 남자를 섬기지 않는 것입니다. 비록 천자의 위엄이라 할지라도 남편이 있으면 다른 사람에게 시집가게 할 수 없는 법입니다.” 그러자 왕이 말하였다. “죽이겠다면 어찌 할 것이냐?” “차라리 거리에서 죽음을 당할지언정, 다른 남자를 따를 수는 없습니다.”
王戱曰 “無夫則可乎?” 曰 “可” 王放而遣之.
왕희왈 “무부즉가호?” 왈 “가” 왕방이견지.
왕희왈 “무부즉가호?” 왈 “가” 왕방이견지.
왕이 장난삼아 말하였다 “남편이 없으면 되겠느냐?” 그러자 “가능합니다.” 왕은 그 여자를 놓아 보내주었다.
是年 王見廢而崩 後二年其夫亦死. 浹旬忽夜中 王如平昔 來於女房曰 “汝昔有諾 今無汝夫 可乎?” 女不輕諾 告於父母 父母曰 君王之敎 何而避之.
시년 왕견폐이붕 후이년기부역사. 협순홀야중 왕여평석 래어여방왈 “여석유낙 금무여부 가호?” 여불경락 고어부모 부모왈 “근왕지교 하이피지.”
이 해에 왕이 폐위되어 죽었는데, 2년 후에 도화랑의 남편도 죽었다. 열흘 뒤에 갑자기 밤중에 왕이 살아 있을 때와 똑같은 모습으로 그 여자의 방으로 들어와서 말하였다. “네가 옛날에 허락하였는데, 지금 네 남편이 없으니 괜찮겠느냐?” 여인은 가벼이 허락하지 않고 부모에게 물어보았다. 그러자 부모가 말하였다. “임금님의 말씀인데 어떻게 피하겠느냐?”
以其女入於房 留御七日 常有五色雲覆屋 香氣滿室 七日後 忽然無蹤. 女因而有娠. 月滿將産 天地振動 産得一男 名曰鼻荊.
이기여입어방 유어칠일 상유오색복옥 향기만실 칠일후 홀연무종. 여인이유신. 월만장산 천지진동 산득일남 명왈비형
그리고는 딸을 방으로 들어가게 하였다. 왕은 7일 동안 머물러 있었는데 늘 오색구름이 집을 덮었고 향기가 방안에 가득하더니, 7일 후에 홀연히 왕이 종적을 감췄다. 여자는 이 일로 인해 태기가 있었다. 달이 차서 해산을 하려 하는데 천지가 진동하면서 남자 아이 하나를 낳았으니, 이름을 비형(鼻荊)이라고 하였다.
眞平大王 聞其殊異 收養宮中. 年至十五 授差執事. 每夜逃去遠遊. 王使勇士五十人守之 每飛過月城 西去荒川岸上[在京城西] 率鬼衆遊. 勇士伏林中窺伺 鬼衆聞諸寺曉鐘各散 郞亦歸矣. 軍士以事奏 王召鼻荊曰 “汝領鬼遊 信乎?” 郞曰 “然” 王曰 “然則汝使鬼衆 成橋於神元寺北渠”[一作神衆寺 誤 一云荒川東深渠] 荊奉勑 使其徒鍊石 成大橋於一夜 故名鬼橋.
진평대왕 문기수이 수양궁중. 연지십오 수차집사. 매야도거원유. 왕사용사오십인수지 매비과월성 서거황천안상[재경성서] 솔귀중유. 용사복림중규사 귀중문제사효종각산 랑역귀의. 군사이사주 왕소비형왈 “여영귀유 신호?” 랑왈 “연” 왕왈 “연즉여사귀중 성교어신원사북거[일작신중사오 일운황천동심거] 형봉칙 사기고련석 성대교어일야 고명귀교.
진평대왕(眞平大王)은 이 이상한 소문을 듣고 그 아이를 궁중으로 데려다 길렀다. 나이가 15세가 되자 집사(執事)라는 벼슬을 주었다. 비형은 매일 밤마다 멀리 도망 나가 놀았다. 왕이 용사 50명에게 지키게 하였지만, 매번 월성(月城)을 날아 넘어서 서쪽 황천(荒川) 언덕 위[서울 서쪽에 있다.]에 가서 귀신들을 거느리고 놀았다. 용사들이 숲 속에 엎드려서 엿보았는데, 귀신들은 여러 절에서 울리는 새벽 종소리를 듣고는 각각 흩어졌고 비형랑도 돌아오는 것이었다. 군사들이 이 일을 왕에게 아뢰자, 왕이 비형을 불러서 말하였다. “네가 귀신들을 거느리고 논다는데 정말이냐?” “그러하옵니다.” “그렇다면 네가 귀신들에게 신원사(神元寺) 북쪽 개천[신중사(神衆寺)라고도 하나 잘못된 것이다. 또는 황천 동쪽 깊은 개천이라고도 한다.]에 다리를 놓으라고 하거라.” 비형은 왕명을 받들고 귀신들을 시켜서 돌을 다듬어 하룻밤 만에 큰 다리를 완성하였다. 그래서 그 다리를 귀교(鬼橋, 귀신다리)라고 한다.
王又問 “鬼衆之中 有出現人間 輔朝政者乎?” 曰 “有吉達者 可輔國政.” 王曰 “與來.” 翌日荊與俱見 賜爵執事 果忠直無雙.
왕우문 “귀중지중 유출현인간 보조정자호?” 왈 “유길달자 가보국정.” 왕왈 “여래” 익일형여구현 사작집사 과충직무쌍.
왕이 또 물었다. “귀신들 중에 인간 세상에 나타나서 조정을 도울 수 있는 자가 있느냐?” “길달(吉達)이란 자가 있는데 나라의 정치를 도울 만합니다.” “함께 오라.” 다음날 비형이 길달을 데리고 와서 뵙자 길달에게 집사 벼슬을 내렸는데, 과연 충성스럽고 정직하기가 짝이 없었다.
時角干林宗無子 王勅爲嗣子. 林宗命吉達 創樓門於興輪寺南 每夜去宿其門上. 故名吉達門.
시갓루임종무자 왕칙위사자. 임종명길달 창루문어흥륜사남 매야거숙기문상. 고명길달문.
그 당시 각간 임종(林宗)이 자식이 없었으므로 왕이 명하여 그를 아들로 삼게 하였다. 임종은 길달에게 명하여 흥륜사(興輪寺) 남쪽에 누문(樓門)를 세우게 하고 밤마다 그 문 위에서 자도록 하였다. 그래서 그 문을 길달문이라고 한다.
一日吉達變狐而遁去 荊使鬼捉而殺之. 故其衆聞鼻荊之名 怖畏而走. 時人作詞曰.
일일길달변호이둔거 형사귀촉이살지. 고기중문비형지명 포외이주. 시인작사왈
하루는 길달이 여우로 변해서 도망가자, 비형이 귀신들을 시켜 그를 잡아 죽였다. 그래서 귀신들이 비형의 이름만 들어도 두려워서 달아났다. 당시 사람들이 이러한 글을 지었다.
聖帝魂生子 성제혼생자
성스러운 제왕의 혼령이 아들을 낳았으니
鼻荊郞室亭 비형랑실정
비형랑의 집이 이곳이라네.
飛馳諸鬼衆 此處莫留停 비치제귀중 차처막유정
날고 뛰는 온갖 귀신들은 여기에 머물지 말지어다.
鄕俗帖此詞而辟鬼
향속첩차사이벽귀.
나라 풍속에 이 글을 써 붙여서 귀신을 쫓아버리곤 하였다.
'三國遺事' 카테고리의 다른 글
券第一奇異 第一 - 善德王知幾三事 (0) | 2020.05.03 |
---|---|
券第一奇異 第一- 天賜玉帶 (0) | 2020.05.03 |
券第一 奇異 第一-眞興王 (0) | 2020.05.02 |
券第一 奇異 第一-智哲老王 (0) | 2020.05.01 |
券第一 奇異 第一- 射琴匣 (0) | 2020.04.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