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三國史記

列傳 第八-都彌

都彌

 

都彌 百濟人也. 雖編戶小民 而頗知義理. 其妻美麗 亦有節行 爲時人所稱.

도미 백제인야. 수편호소민 이파지의지. 기처미려 역유절행 위시인소칭.

 

도미(都彌)는 백제인이다. 비록 평범한 백성이었지만 자못 의리를 알았다. 그의 아내는 아름답고 고왔을 뿐만 아니라 절개있는 행실로 당시 사람들의 칭찬을 받았다.

 

* 編戶: 일본식 한자 평민의 집.

 

蓋婁王聞之 召都彌與語曰 凡婦人之德 雖以貞潔爲先 若在幽昏無人之處 誘之以巧言 則能不動心者 鮮矣乎.” 對曰 人之情 不可測也 而若臣之妻者 雖死無貳者也.”

개루왕문지 소도미여어왈 범부인지덕 수이정결위선 약재유혼무인지처 유지이교언 즉능부동심자 선의호?” 대왈 인지정 불가측야 이약신지처자 수사무이자야.”

 

개루왕(蓋婁王)이 이를 듣고 도미를 불러 대체로 부인의 덕은 정조와 순결을 으뜸으로 치지만, 만약 으슥하고 아무도 없는 곳에서 달콤한 말로 유혹하면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여자는 드물 것이다.” 도미가 대답하였다. “사람의 정신이란 에측하기 힘들지만 제 처와 같은 여자는 비록 죽더라도 변함이 없을 사람입니다.”

 

王欲試之 留都彌以事 使一近臣 假王衣服馬從 夜抵其家 使人先報王來 謂其婦曰 我久聞爾好 與都彌博得之 來日入爾爲宮人 自此後 爾身吾所有也.”

왕욕시지 유도미이처 사일근신 가왕의복마종 야저기가 사인선보왕래 위기부왈 아구문이호 여도미박득지 해일입이위궁인 자차후 이신오소유야.”

 

왕이 이를 시험해 보고자 하여 일을 핑계로 도미를 붙잡아두고, 가까운 신하 한 사람을 왕으로 가장하여 의복과 말과 시종을 갖추어 밤에 도미의 집으로 가게하고, 미리 사람을 보내 왕이 온다고 알리게 하였다. 왕으로 가장한 이가 도미의 부인에게 말했다. “내가 오래 전부터 너의 아름다움을 듣고 도미와 내기를 하여 이겼다. 내일 너를 들여 궁인으로 삼을 것이니 지금부터 너의 몸은 내 것이다.”

 

遂將亂之 婦曰 國王無妄語 吾敢不順? 請大王先入室 吾更衣乃進.”

수장난지 부왈 국왕무망어 오감불순? 청대왕선입실 오경의내진.”

 

그가 드디어 음란한 짓을 하려 하자 부인이 말했다. “국왕께서 헛된 말을 하실 리 없으니 제가 어찌 감히 따르지 않겠습니까? 청컨대 대왕께서는 먼저 방으로 들어가시옵소서! 저는 옷을 갈아입고 나서 모시겠나이다.”

 

退而雜餙一婢子薦之 王後知見欺 大怒 誣都彌以罪 矐其兩眸子 使人牽出之 置小船泛之河上 遂引其婦 强欲淫之 婦曰 今良人已失 單獨一身 不能自持 況爲王御 豈敢相違 今以月經 渾身汚穢 請俟他日 薰浴而後來.”

퇴이잡희일비자천지 왕우지견기 대노 무도미이죄 학기양모자 사인견출지 치소선범지하상 수인기부 강욕음지. 부왈 금영인이실 단독일신 불능자지 황위왕아 이감상위 금이월경 혼신오예 청사타일 훈욕이후래.”

 

물러나와 여종 하나를 단장시켜 들여보냈다. 왕이 나중에 속은 것을 알고 크게 노하여, 도미에게 죄를 씌워서 그의 두 눈을 뽑아 버리고 사람을 시켜 끌어내어 조그마한 배에 싣고 강 위에 띄워 보냈다. 그리고는 마침내 그 부인을 끌어들여 강제로 간음하려 하니 부인이 말했다. “이제 남편을 잃어 혼자 몸으로는 스스로를 부지할 수 없게 되었사온데, 하물며 왕을 모시게 되었으니 어찌 감히 어기겠습니까? 그러나 지금은 제가 월경으로 몸이 더러우니 다른 날을 기다려 깨끗이 목욕한 뒤에 오고자 하옵나이다.”

 

王信而許之 婦便逃至江口 不能渡. 呼天慟哭 忽見孤舟 隨波而至. 乘至泉城島 遇其夫 未死掘草根以喫. 遂與同舟 至高句麗蒜山之下. 麗人哀之 丐以衣食. 遂苟活 終於 羈旅.

왕신이허지 부편도지강구 불능도. 호천통곡 홀견고주 수파이지. 승지천성도 우기부 미사굴초근이끽. 수여동주 지고구려산산지하. 여인애지 개이의식. 수구활 종어 기려.

 

왕이 믿고 이를 허락하였다. 부인은 곧바로 도망하여 강어귀에 이르렀으나 건널 수가 없었다. 하늘을 우러러 통곡하는데 홀연히 배 한 척이 물결을 따라 다가왔다. 그 배를 타고 천성도(泉城島)에 이르러 남편을 만났는데, 아직 죽지 않고 풀뿌리를 캐어 먹으며 살고 있었다. 그들은 마침내 함께 배를 타고 고구려의 산산(蒜山) 밑에 이르렀다. 고구려인들이 그들을 불쌍히 여겨 옷과 음식을 주었다. 끝내는 구차하게 살며 나그네로 떠돌다가 일생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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