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三國遺事

券 第五 感通 第七- 金現感虎

金現感虎

 

김현이 호랑이에게 감동받다.

 

新羅俗 每當仲春 初八至十五日 都人士女 競遶興輪寺之殿塔爲福會. 元聖王代 有郎君金現者 夜深獨遶不息. 有一處女 念佛隨遶 相感而目送之. 遶畢 引入屛處通焉.

신라속 매당중춘 초파지십오일 도인사녀 경요흥륜사지전탑위복회. 원성왕대 유낭군김현자 야심독요불식. 유일처녀 염불수요 상감이목송지. 요필 인입병처통언.

 

신라 풍속에 해마다 2월이 되면 초파일에서 보름날까지 서울의 남녀들이 홍륜사(興輪寺)의 전각과 탑을 다투어 돌며 복을 비는 모임을 가졌다. 원성왕(元聖王) 때에 낭군(郎君) 김현(金現)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밤이 깊도록 쉬지 않고 홀로 탑을 돌았다. 그때 한 처녀도 염불을 외면서 따라 돌았는데, 서로 마음이 통하여 눈짓을 하였다. 탑돌이를 마치자 구석진 곳으로 처녀를 데리고 가 정을 통하였다.

 

女將還 現從之 女辭拒而强隨之. 行至西山之麓 入一茅店 有老嫗問女曰 附率者何人?” 女陳其情.

여장환 현종지 여사거이강수지. 행지서산지록 입일모점 유노구문여왈 부솔자하인?” 여진기정.

 

여자가 돌아가려 하자 김현이 따라갔다. 여자가 사양하고 거절했으나 김현은 억지로 따라가서, 서산(四山) 기슭에 이르러 한 초가집에 들어갔다. 어떤 할미가 처녀에게 물었다. “데리고 온 사람은 누구냐?”

 

嫗曰 雖好事 不如無也 然遂事 不可諫也. 且藏於密 恐汝弟兄之惡也.” 把郞而匿之奧.

구왈 수호사 불여무야 연수사 불가간야. 차장어밀 공여제형지오야.” 파랑이닉지오.

 

여인이 사정을 이야기하니, 할미가 말하였다. “비록 좋은 일이나 없는 것만 못하구나. 그러나 이미 저질러진 일이므로 뭐랄 수 없다. 네 형제들이 나쁜 짓을 할까 두려우니 은밀한 곳에 숨겨 두거라.”하니 현을 깊은 곳에 감춰주었다.

 

小選有三虎 咆哮而至 作人語曰 家有腥膻之氣 療飢何幸?” 嫗與女叱曰 爾鼻之爽乎 何言之狂也?”

소산유삼호 포효이지 작인어왈 가유성전지기 요기하행.” 구여여질왈 이비상로 하언지광야?”

 

잠시 후에 범 세 마리가 으르렁거리며 들어오더니 사람처럼 말을 하는 것이었다. “집에서 비린내가 나는구나. 요깃거리가 있으니 이 얼마나 다행인가?” 할미와 처녀가 꾸짖었다. “너희 코가 좋기도 하구나! 무슨 미친 소리를 하느냐!”

 

時有天唱 爾輩嗜害物命尤多 宜誅一以徵惡.” 三獸聞之 皆有憂色 女謂曰 三兄若能遠避而自懲 我能代受其罰.” 皆喜 俛首妥尾而遁去.

시유천창 이배기해물명우다 의주일이징악.” 삼수문지 게유우색 여위왈 삼형약능원피이자징 아능대수기벌.” 개희 면수타미이둔거.

 

이때 하늘에서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너희들이 생명 해치기를 좋아하니, 마땅히 하나를 죽여 악을 징계하겠노라!” 세 짐승이 이 소리를 듣자 모두 근심하는 기색이었다. 여자가 말하였다. “세 오빠들이 멀리 피해 가서 스스로 반성한다면 제가 그 벌을 대신 받겠습니다.”

모두들 기뻐하며 고개를 숙이고 꼬리를 늘어뜨리더니 달아나 버렸다.

 

女人謂郞曰 始吾恥君子之辱臨弊族 故辭禁爾 今旣無隱 敢布腹心. 且賤妾之於郞君 雖曰非類 得陪一夕之歡 義重結褵之好 三兄之惡. 天旣厭之 一家之殃 予欲當之. 與其死於等閑人之手 曷若伏於郎君刃下 以報之德乎? 妾以明日入市爲害劇 則國人無如我何 大王必募以重爵而捉我矣 君其無怯 追我乎城北林中 吾將待之.”

여인위랑왈 시오치군자지욕림폐족 고사금이 금기무은 감포복심. 차천첩지어랑군 수왈비류 득배일석지환 의중결리지호. 삼형지악 천기염지 일가지앙 여욕당지. 여기사어등한인지수 갈약복어낭군인하 이보지덕호? 첩이명일입시위해극 즉국인뮤여아하 대왕필모이중작이착아의 군기무겁 추아호성북임중 오장대지.”

 

여자가 김현에게 말하였다. “처음에 낭군께서 저희 집에 오시는 것이 부끄러워 일부러 사양하고 거절했지만, 이제 숨길 것이 없으니 감히 속마음을 말씀 드리겠습니다. 저와 낭군은 비록 같은 부류는 아니지만 하루 저녁의 즐거움을 함께 했으니 중한 부부의 의를 맺은 것입니다. 세 오빠의 악행을 하늘이 미워하시어 한 집안의 재앙이 되었으니, 제가 그 재앙을 감당하려 하옵니다. 그렇지만 다른 사람의 손에 죽는 것이, 어찌 낭군의 칼 아래 엎드려 죽어 낭군께 은덕을 갚는 것만 같겠습니까? 제가 내일 저잣거리에 들어가 사람을 심하게 해치면 나라 사람들이 저를 어찌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면 반드시 대왕께서 높은 벼슬로 사람을 모집하여 저를 잡으려고 할 것입니다. 낭군은 겁내지 마시고 성의 북쪽 숲 속까지 저를 쫓아오시면, 제가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現曰 人交人 彛倫之道 異類而交 蓋非常也 旣得從容 固多天幸. 何可忍賣於伉儷之死 僥倖一世之爵祿乎?”

현왈 인교인 이륜지도 이류이교 개비상야 기득종용 고다천행. 하가인매어항려지사 요행일세지작록호?”

 

김현이 말하였다. “사람과 사람이 사귀는 것이 당연한 도리이기에, 다른 부류와 사귀는 것은 정상적인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미 일을 무사히 치렀으니 진실로 하늘이 준 복이 많은 것입니다. 그런데 어찌 차마 배필의 죽음을 팔아 한 세상의 벼슬을 바랄 수 있겠습니까?”

 

女曰 郞君無有此言 今妾之壽夭 蓋天命也 亦吾願也. 郞君之慶也 予族之福也 國人之喜也 一死而五利備 其可違乎? 但爲妾創寺 講眞詮 資勝報 則郞君之惠莫大焉.” 遂相泣而別.

여왈 낭군무유차언 금첩지수요 개천명야 역오원야. 낭군지경야 여족지복애 국인지희야. 일사이오리비 기가위호? 단위첩창사 강진전 자승보 즉낭군지혜막대언 수상읍이별.

 

여자가 말하였다. “낭군님께서는 그런 말씀 하지 마세요. 이제 제가 일찍 죽는 것은 하늘의 명령이며 저 또한 바라는 것입니다. 낭군께는 경사요, 우리 가족에게는 복이며, 나라 사람들의 기쁨입니다. 한번 죽어 다섯 가지 이로움이 갖추어지는데, 어찌 어길 수 있겠습니까? 다만 저를 위해 절을 짓고 불경을 강론하여 좋은 업보를 얻는 데 도움이 되게 해주신다면, 낭군의 은혜는 이보다 더 큰 것이 없겠습니다.” 그들은 마침내 서로 울면서 작별하였다.

 

次日果有猛虎入城中 剽甚無敢當 元聖王聞之 申令曰 戡虎者爵二級.” 現詣闕奏曰 小臣能之.” 乃先賜爵以激之.

차일과유먕호입성중 표심무감당 원성왕문지 신령왈 감로자작이급.“ 현지궐주왈 소신능지.“ 내선사작이격지.

 

다음 날 과연 사나운 범이 성 안에 들어왔는데, 너무나 사나워 당할 수가 없었다. 원성왕이 이 소식을 듣고 명을 내렸다. “범을 잡는 사람에게는 2급의 벼슬을 주겠다.” 그러자 김현이 대궐로 나가 아뢰었다. “소신이 할 수 있습니다.” 왕은 벼슬을 먼저 주어 그를 격려하였다.

 

現持短兵 入林中 虎變爲娘子 熙怡而笑曰 昨夜共郎君繾綣之事 惟君無忽 今日被爪傷者 皆塗興輪寺醬 聆其寺之螺鉢聲則可治.” 乃取現所佩刀 自頸而仆 乃虎也.

현지단병 입임중 호변위낭자 희이이소왈 작야공낭군견권지사 유군무홀 금일피과상자 개도흥륜사장 령기사지나발성가치.” 내취현소패도 자경이복 내호야.

 

김현이 칼을 쥐고 숲 속으로 들어가자 범은 낭자로 변하더니 반갑게 웃으면서 말하였다. “어젯밤 낭군과 함께 마음 깊이 정을 맺었던 일을 잊지 마십시오. 오늘 제 발톱에 상처 입은 사람들은 모두 홍륜사의 장을 바르고 그 절의 나팔 소리를 들으면 금방 나을 것입니다.”

말을 마치자 곧 김현이 찬 칼을 뽑아 스스로 목을 찔러 넘어졌는데, 곧 호랑이로 변하였다.

 

現出林而託曰 今玆虎易搏矣.” 匿其由不洩 但依諭而治之 其瘡皆效. 今俗亦用其方.

현출임이탁왈 금자호이박의.” 닉기유불수 단의유이치지 기창개효. 금속역용기방.

 

김현이 숲에서 나와 둘러대며 말하였다. “방금 이 범을 쉽게 잡았다.” 그리고 그 연유는 숨긴 채 말하지 않고, 다만 범이 알려준 대로 치료했더니 모두 나았다. 지금도 민가에서는 그 처방을 쓴다.

 

現旣登庸 創寺於西川邊 號虎願寺 常講梵網經 以導虎之冥遊 亦報其殺身成己之恩. 現臨卒 深感前事之異 乃筆成傳 俗始聞知. 因名論虎林 稱于今.

현기증용 창사어서천변 호호원사 상구범망경 이도호지명유 역보기살신성기지은. 현임졸 심감전사지이 내필성전 속시문지. 인명론호림 칭우금.

 

김현은 벼슬에 오르자 서천(西川) 가에 절을 짓고 호원사(虎願寺)라 이름하고, 항상 범망경(梵網經)을 강론하여 호랑이의 저승길을 인도하고, 호랑이가 자신을 죽여 김현 자신을 성공하게 도와준 은혜에 보답하였다. 김현은 죽을 때가 되자 지난 일의 기이함에 깊이 감동하여 이 일을 붓으로 적어 기록하였으니, 그제야 비로소 세상에 알려졌다. 그래서 논호림(論虎林)이라 하였는데 지금도 그렇게 부르고 있다.

 

貞元九年 申屠澄自黃冠 調補漢州什方縣之尉 至眞符縣之東十里許 遇風雪大寒 馬不能前. 路旁有茅舍 中有煙火甚溫. 照燈下就之 有老父嫗及處子 環火而坐. 其女年方十四五 雖蓬髮垢衣 雪膚花臉 擧止姸媚.

정원구년 신도증자황관 조보한주십방현지위 지진부현지동십리허 우풍설대한 마불능전. 노방규모사 중유연화심온 조등하취지 유노부구급처자 환화이좌. 기녀년방십사오 수봉발푸의 설부화검 거지연미.

 

정원(貞元) 9(서기 793)에 당나라 사람 신도징(申屠澄)이 벼슬 없이 지내다가 한주십방현(漢州什方縣)의 현위에 임명되어 진부현(眞符縣)의 동쪽 10리 가량 되는 곳에 이르렀을 때, 눈보라와 심한 추위를 만나 말이 앞으로 나가지 못하였다. 그때 길가에 초가집이 있었는데, 안에 불이 피워져 있어 아주 따뜻했다. 등불 곁으로 가니 늙은 부모와 한 처녀가 불 주위에 둘러앉아 있었다. 그 처녀의 나이는 열댓쯤 되어 보였는데, 비록 머리는 헝클어지고 때묻은 옷을 입었지만 눈처럼 흰 살결에 꽃 같은 얼굴이고 눈썹까지 아름다웠다.

 

父嫗見澄來 遽起曰 客甚衝寒雪 請前就火.” 澄坐良久 天色已暝 風雪不止. 澄曰 西去縣尙遠 請宿于此.“ 父嫗曰 苟不以蓬蓽爲陋 敢承命.

부구견징랴 거기왈 객심충한설 청전취화.” 징좌양구 천색이명 풍설부지. 징왈 서거현상원청북우차 부구왈 구불이봉필위우 감승명.“

 

그 부모가 신도징이 온 것을 보고 급히 일어나 말하였다. “손님께서 차가운 눈을 만나셨군요. 앞으로 오셔서 불을 쬐십시오.” 신도징이 한참을 앉아 있었는데, 날은 이미 저물었고 눈보라도 그치지 않았다. 신도징이 말하였다. “서쪽 현까지 가려면 길이 아직 멉니다. 부디 여기서 자고 갈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늙은 부부가 말하였다. “누추한 오막살이 집이라도 괜찮으시다면 감히 명을 받들겠습니다.”

 

澄遂解鞍施衾幃. 其女見客方止 修容靚粧 自帷箔間出 有閑雅之態 猶過初時. 澄曰 小娘子明惠過人甚 幸未婚 敢請自媒如何?” 翁曰 不期貴客欲採拾 豈非定分也.

징수해안이금위. 기녀견객방지 수용정장 자유박간출 유한아지태 유과초시. 징왈 소낭자명혜과인심 행미혼 감청자매여하?” 옹왈 불기귀객욕채습 이비정분야.”

 

신도징이 마침내 말안장을 풀고 침구를 폈다. 처녀는 손님이 머무는 것을 보고 얼굴을 씻고 곱게 단장하고 장막 사이로 나오는데 그 한아한 자태는 처음 봤을 때보다 더욱 아름다웠다.

신도징이 말하였다. “댁의 낭자는 총명하고 슬기로움이 남보다 훨씬 뛰어납니다. 행여 아직 미혼이라면 감히 혼인을 청하옵니다. 어떠신가요?” 그 아버지가 대답하였다. “뜻밖에 귀한 손님께서 거두어 주신다니, 어찌 좋은 연분이 아니겠습니까?”

 

澄遂修子壻之禮 澄乃以所乘馬 載之而行. 旣至官 俸祿甚薄 妻力以成家 無不歡心. 後秩滿將歸 已生一男一女. 亦甚明惠 澄尤加敬愛. 嘗作贈內詩云.

징수수자서지례 징내이소긍마 재지이행 기지관 봉록심박 처력이성가 무불환심. 후질만장귀이생일남일녀 역심명혜 징우가경애. 상작증내시운.

 

신도징이 마침내 사위의 예를 청하였다. 그리고 타고 온 말에 여자를 태우고 떠났다. 임지에 도착해 보니 봉록이 너무 적었다. 그러나 아내가 힘껏 집안 살림을 꾸렸기 때문에 늘 즐거운 마음뿐이었다. 그 후 임기가 끝나 돌아가게 되었는데, 그때는 벌써 11녀를 두었다. 역시 매우 총명하고 슬기로워서 신도징은 아내를 더욱 공경하고 사랑하였다. 일찍이 아내에게 주는 시를 지었는데 이러하다.

 

一宦慙梅福 三年愧孟光 此情何所喩 川上有鴛鴦.

일환참매복 산면괴맹광 차정하소유 천상유원앙.

 

한 번 벼슬하니 매복(전한(前漢)의 학자인데, 왕망(王莽)이 정권을 장악하자 처자를 버리고 신선이 되었다 한다.)에게 면목없고 삼 년 지나니 맹광(양홍(梁鴻)이라는 후한(後漢) 사람의 부인인데, 가난한 남편을 잘 받들고 집안 살림을 잘 꾸려서 어진 아내로 이름이 났다.)에게 부끄럽구나 이 정분을 내 어디에 비할까 시냇가에 원앙새 한 쌍이 있구나

 

其妻終日吟諷 似黙有和者 未嘗出口. 澄罷官 罄室歸本家 妻忽悵然謂澄曰 見贈一篇 尋卽有和.” 乃吟曰. 琴瑟情雖重 山林志自深 常憂時節變 辜負百年心.

기처종일음풍 사묵유화자 미상출구. 징파관 경실귀본가 처홀창연위징왈 견증일편 심즉유화.” 내음왈 금슬정수중 산림지자심 상우시절변 고부백년심.

 

그의 아내는 종일 시를 읊조리며 화답할 듯하였지만 입 밖에 내지는 않았다. 신도징이 벼슬을 그만두고 가족을 데리고 본가로 돌아가려 하자, 아내가 갑자기 슬퍼하며 말하였다. “전에 주신 시에 화답할 것이 있습니다.” 그리고는 시를 읊었다. 금슬의 정이 비록 소중하지만 산림으로 향한 뜻 절로 깊어지네. 항상 시절이 변하는 것 근심하며 백년해로할 마음 저버릴까 근심하였네.

 

遂與訪其家 不復有人矣. 妻思慕之甚 盡日涕泣 忽壁角見一虎皮 妻大笑曰 不知此物尙在耶!” 遂取披之 卽變爲虎 哮吼拏攫 突門而出. 澄驚避之 携二子 尋其路 望山林大哭數日 竟不知所之.

수흥방기가 불복유인의. 처사모지심 진일채읍 홀벽각견일호피 처대소왈 부지차물상재야!” 취수피지 즉변위호 효후나확 돌문이출. 징경피지 휴이자 심기로 망산림대곡수일 경부지소지.

 

드디어 함께 여자의 집에 갔는데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아내는 그리워하는 마음이 깊어 하루 종일 울더니, 갑자기 벽 모퉁이에 호랑이 가죽 한 장이 있는 것을 보고는 크게 웃으면서 말하였다. “이 물건이 아직도 여기에 있을 줄 몰랐구나!” 그러고는 마침내 그것을 뒤집어쓰고 순식간에 호랑이로 변해 크게 포효하며 할퀴고서 문을 박차고 나가버렸다. 신도징이 놀라서 피했다가 두 아이를 데리고 아내가 간 길을 찾아 산림을 바라보며 크게 울부짖었지만 끝내 간 곳을 알지 못하였다.

噫 澄現二公之接異物也 變爲人妾則同矣. 而贈背人詩 然後哮吼拏攫而走 與現之虎異矣. 現之虎不得已而傷人 然善誘良方以救人. 獸有爲仁如彼者 今有人而不如獸者 何哉?

의 징현이공지첩이물야 변위인첩즉동의. 이증배인시 연후효후나확이주 여련지호이의. 현지로부득이상인 연선유랑방이구인. 수유위인여피자 금유인이불여수자 하재?

 

슬프구나! 신도징과 김현 두 사람이 짐승과 접했을 때, 그 짐승이 사람으로 변하여 사람의 아내가 된 것은 똑같았다. 하지만 배반하는 시를 준 후에 으르렁거리며 할퀴고 달아난 점은 김현의 호랑이와는 다르다. 김현의 호랑이는 부득이 사람을 상하게 했지만 좋은 처방을 일러주어 사람들을 구했다. 짐승도 어질기가 이와 같은데 지금 사람으로 짐승만도 못한 자가 있으니 어찌된 일인가?

 

詳觀事之終始 感人於旋遶佛寺中 天唱徵惡 以自代之 傳神方以救人 置精廬講佛戒. 非徒獸之性仁者也 蓋大聖應物之多方 感現公之能致情於旋遶 欲報冥益耳. 宜其當時 能受禧佑乎.

상관사지종시 감인어시요불사중 천창징악 이자대지 전신방이구인 치정려강불계. 비도수지성인자야 개대성응물지다방 감현공지능치정어선요 욕보명익이. 의기당시 능수희우호.

 

이 일의 처음과 끝을 자세히 살펴보건대, 절을 돌 때 사람을 감동시켰고 하늘이 외쳐서 악을 징계하려고 하자 자신이 대신했으며, 신령한 처방을 전하여 사람을 구하고 절을 세우고 불계를 가르치게 했던 것이다. 이것은 다만 짐승의 본성이 어질어서 그런 것이 아니고, 대개 부처님이 사물에 감응하는 방법이 여러 방면이었으므로, 김현이 탑돌이에 정성을 다한 것을 보고 감응하여 몰래 이로움으로 보답하고자 했을 뿐이다. 그때 복을 받은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讚曰 山家不耐三兄惡 蘭吐那堪一諾芳 義重數條輕萬死 許身林下落花忙.

찬왈 산가불내삼형악 난토나감일락방 의중수조경만사 허신림하낙화망.

 

다음과 같이 찬미한다.

 

산속 오막살이 세 오라비 죄악을 견디지 못하여 고운 입에 한 번 맺은 백년가약 어찌 하리오.

몇 가지 의리의 무거움에 만 번 죽음도 가벼이 여기니 숲 속에서 맡긴 몸 떨어지는 꽃과 같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