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三國遺事

券 第二 奇異 卷二- 水路夫人

水路夫人

 

聖德王代 純貞公赴江陵太守[今溟州] 行次海汀晝饍. 傍有石嶂 如屛臨海 高千丈 上有躑躅花盛開. 公之夫人水路見之 謂左右曰 折花獻者其誰?” 從者曰 非人跡所到 皆辭不能.” 傍有老翁牽牸牛而過者 聞夫人言 折其花 亦作歌詞獻之 其翁不知何許人也.

성덕왕대 순정공부강릉태수[금명주] 행차해정주선. 방유석정 요병임해 고천장 상유철촉화성개. 공지부인수로견지 위좌우왈 절화헌자기수?” 종자왈 비인적소도 개사불능.” 방유노옹견자우이과자 문부인언 절기화 역작가사헌지 기옹부지하허인야.

 

성덕왕(聖德王) 때 순정공(純貞公)이 강릉(江陵)[지금의 명주(溟州)이다.] 태수로 임명되어 가던 중, 바닷가에 이르러 점심을 먹을 때였다. 주변에는 바위 봉우리가 병풍처럼 둘러쳐서 바다를 굽어보고 있었는데, 높이 천 길이나 되는 그 위에는 철쭉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공의 부인 수로가 그것을 보고 주위 사람들에게 말하였다.

꽃을 꺾어 바칠 사람 그 누구 없소?” 옆에서 모시는 사람이 말하였다. “사람의 발자취가 이를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모두들 할 수 없다고 사양하였다. 그런데 옆에 암소를 끌고 지나가던 노인이 있었는데, 부인의 말을 듣고는 그 꽃을 꺾고 노래까지 지어서 바쳤다. 그 노인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없었다.

 

便行二日程 又有臨海亭 晝饍次 海龍忽攬夫人入海. 公顚倒躄地 計無所出. 又有一老人 告曰 故人有言 衆口鑠金 今海中傍生 何不畏衆口乎 宜進界內民 作歌唱之 以杖打岸 可見夫人矣 公從之 龍奉夫人出海獻之 公問夫人海中事 曰 七寶宮殿 所饍甘滑香潔 非人間煙火.

경행이일정 우유임해정 주선차 해룡홀남부인입해. 공전도벽지 계무소출. 우유일노인고왈 고인유언 중구삭금 금해중방생 하불외중구로? 의진계내민 작가창지 이장타안가견부인의.” 공종지 용봉부인출해헌지 공문부인해중사 왈 칠보궁전 소산감활유결 비인연화.”

 

다시 이틀 동안 길을 가다가 임해정(臨海亭)에서 점심을 먹고 있는데, 갑자기 바다의 용이 나타나 부인을 납치해서 바다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순정공은 넘어져 바닥에 쓰러졌으며 어찌해야 좋을지 몰랐다. 그러자 또 어떤 한 노인이 말하였다. “옛 사람들 말에, 여러 사람의 말은 쇠도 녹인다 하였습니다. 지금 바다 속 짐승이 어떻게 사람들의 입을 무서워하지 않겠습니까? 마땅히 이 지역 내 백성들을 모아 노래를 지어 부르면서 막대기로 언덕을 친다면 부인을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공이 그 말대로 했더니, 용이 부인을 모시고 바다에서 나와 바쳤다. 공이 부인에게 바다 속에서 있던 일을 물었더니 이렇게 말하였다. “칠보로 꾸민 궁전의 음식이 달고 기름지며 향기롭고 깨끗하여 인간 세상의 음식이 아니었습니다.”

 

且夫人衣襲異香 非世所聞. 水路姿容絶代 每經過深山大澤 屢被神物掠攬.

차부인의습이향 비세소문. 수로자용절대 매경과심산대택 후피신물냑남.

 

부인의 옷에서도 이상한 향내가 풍겼으니, 이 세상에서 맡아보지 못한 것이었다. 수로부인은 자태와 용모가 뛰어나서 매번 깊은 산이나 큰 연못을 지날 때마다 여러 차례 신물(神物)들에게 납치되곤 하였다.

 

衆人唱海歌詞曰.

중인창해가사왈

 

여러 사람들이 부른 해가(海歌)의 가사는 이러하다.

 

龜乎龜乎出水路 掠人婦女罪何極 汝若悖逆不出獻 入綱捕掠燔之喫.

구하구하춯수로 략인부녀죄하극 여약패역불출희 입망포략번지끽.

 

거북아 거북아, 수로부인을 내놓아라. 남의 부인 빼앗아 간 죄 그 얼마나 큰가?

네가 만약 거역하고 바치지 않는다면 그물을 넣어 사로잡아 구워 먹으리라.

 

老人獻花歌曰

노인헌화가왈

 

노인의 헌화가(獻花歌)는 이러하다.

 

紫布岩乎邊希 執音乎手母牛放敎遣 吾肹不喩慚肹伊賜等 花肹折叱 可獻乎理音如.

자포암호변희 집음호수모우방교견 오힐불유참힐이사등 화힐절질 가헌호리음여.

 

자줏빛 바윗가에 잡고 있는 암소 놓게 하시니, 나를 아니 부끄러워하시면 꽃을 꺾어 가헌(드리)하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