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채근담 전집

2013년 7월 9일 오후 11:50


082.
風來疎竹,風過而竹不留聲。
雁度寒潭,雁去而潭不留影。
故君子,事來而心始現,事去而心隨空。
풍래소죽 풍과이죽불유성
안도한담 안거이담도불유영
고군자 사래이시현 사거이심수공


성긴 대숲에 바람이 불어와도 바람이 자고나면 대숲에 소리가 남지 않는 법.
기러기가 차가운 연못에 머물다 떠나면 연못에 그림자를 남겨두지 않는다.
그러므로 군자는 일이 생기면 비로소 그 속마음이 드러나고 일이 끝나고 나면 마음도 공(빔)을 따라 갈 뿐이다.

제 자랑하려 애쓸 일 없고 그저 세상이 필요로 하면 드러내고 끝나면 본디 자리로 돌아가면 그만이다.
인생사란 내가 누구라 내세우려는 것 아니고 세상과 나의 원만한 삶이 관건이다.


083.


淸能有容,仁能善斷,明不傷察,直不過矯,是謂蜜餞不甛,海味不醎,纔是懿德。
청능유용 인능선단 명불상찰 직불과교 시위밀전불감 해미불함 삼시의덕

청렴하면서도 능히 아량이 있고, 어질면서도 능히 맺고 끊음이 분명하며, 총명하면서도 지나치게 가리지 않고, 강직하면서도 지나치게 따지지 않는다면, 이는 이른바 꿀 든 음식이 달지 않고 해물이 짜지 않음이니 비로소 아름다운 덕이 되리라.

흔히 우리는 청렴한 사람은 대꼬쟁이 같고
어진 사람은 그저 허허거리며 맹하고
총명한 사람은 인간미가 떨어지고
강직하면 바늘도 안박히는 사람이라 생각한다.

일견 맞는 말이다.
그러나 전장에도 말하듯 그것은 사안에 따라 일할 때의 모습...

황희는 어질면서도 나랏 일에 흐트러짐 없었고
오성은 총명하면서도 해학이 있었고
김립은 가난하면서도 소유의 유혹을 뿌리치고 살았고
강직한 유후조 좌의정은 낙향후 그저 보통 늙은이로 살았다.

일에는 청렴하고 사람을 다룸엔 어질고 일을 가림엔 총명하고 선을 분명히 그을 줄 알아야 배운 사람이고...

그 직책과 책임을 벗어나선 까맣게 잊을 줄 알아야 선비다.

제 맡은 책임도 개차반으로 해놓고 대접받으려는 전관예우라는 단어가 횡행하는 이 시대에 진정한 선비를 그리게 되는 귀절....

'채근담 전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3년 7월 9일 오후 11:52  (0) 2013.07.09
2013년 7월 9일 오후 11:52  (0) 2013.07.09
81  (0) 2013.07.09
80  (0) 2013.07.09
79  (0) 2013.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