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史記

列傳-扁鵲倉公列傳

<편작>

 

扁鵲者, 勃海郡鄭人也, 姓秦氏, 名越人. 少時為人舎長. 舎客長桑君過, 扁鵲獨奇之, 常謹遇之. 長桑君亦知扁鵲非常人也. 出入十餘年, 乃呼扁鵲私坐, 閒與語曰

편작자 발해군정인야 성진씨 명월인. 소시위싱사장. 사객장상군과 편작독기지 상근우지. 장상군역지편작비상인야. 출입십여년 내호편작사좌 간여어왈:

 

편작(扁鵲)은 발해군(渤海郡) 막읍(鄚邑) 출신으로 성은 진()이고, 이름은 월인(越人)이다. 젊어서 남의 객사(客舍)에서 관리인으로 지냈다. 객사의 손님 중에 장상군(長桑君)이라는 은자가 간혹 머물렀다. 그런데 오직 편작만이 장상군을 특출한 인물로 여겨 언제나 그를 정중하게 대했다. 장상군 역시 편작이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 장상군은 그가 객사를 드나든 지 10여 년이 되었을 때 은밀히 편작을 불러 자기 앞에 앉히고 이렇게 말했다.

 

我有禁方, 年老, 欲傳與公, 公毋泄.

아유금방 연노 욕전여공 공무설

 

내가 비전(祕傳)의 의술(醫術)을 알고 있는데, 벌써 늙어서 그대에게 전해주려 하네. 그러나 절대 남에게 발설하지 말게나.’

 

扁鵲曰:「敬諾.乃出其懐中薬予扁鵲:「飲是以上池之水, 三十日當知物矣.乃悉取其禁方書盡與扁鵲. 忽然不見, 殆非人也.

편작왈 경락내출기회중약여편작: ‘움시이상지지수 삼십일당지물의내실취기금방서잔여편작. 물련불견 태비인야.

 

이에 편작은 공손하게 대답했다. ‘, 명심하겠습니다.’ 장상군은 품속에서 주머니를 꺼내 그 속에 든 약을 편작에게 주면서 말했다. ‘이 약을 복용할 때에 맑은 샘물에 타 마시면 30일이 지나면 사물을 꿰뚫어볼 수 있게 된다네.’ 그러고는 비전의 의서(醫書)를 전부 꺼내어 편작에게 주고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 그는 아마도 보통 사람이 아닌 듯했다.

 

扁鵲以其言飲薬三十日, 視見垣一方人. 以此視病, 盡見五蔵癥結, 特以診脈為名耳. 為醫或在斉, 或在趙. 在趙者名扁鵲.

편작이기언음약삼십일 시견원일방인 이차시병 진견오장징결 특이진맥위명이. 위의록재제혹재조. 재조자명편작.

 

편작은 장상군의 말대로 약을 복용한 지 30일이 지나자 편작은 담 너머에 있는 사람들이 보이게 되었다. 이런 능력으로 오장(五臟) 癥結(: 邪氣가 뭉친 곳)훤히 볼 수 있었고 진맥으로 명성이 높았다. 그는 의원(醫員)으로 제()나라와 조()나라에서 지냈는데 조나라에 있을 때에 편작이라고 알려지게 되었다.

 

當晉昭公時, 諸大夫彊而公族弱, 趙簡子為大夫, 専國事. 簡子疾, 五日不知人, 大夫皆懼, 於是召扁鵲. 扁鵲入視病, , 董安於問扁鵲,

당진소공시 제대부강이공족약 조간자위대부 전국사. 간자질 오일부지인 대부개구 어시소편작. 편작입시병 출 동안우문편작.

 

()나라 소공(昭公) 때에, 대부(大夫)들의 세력은 강해지고 공족(公族)의 세력은 약해졌다. 대부 조간자(趙簡子) ()이 국정을 장악하고 있었다. 어느 때에 조간자가 병이 들어 닷새 동안이나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자 진나라의 대부들이 모두 걱정했다. 그리하여 편작을 불러 살펴보게 했다. 편작이 조간자의 병세를 살펴보고 나왔고 조간자의 가신인 동안우(董安于)가 편작에게 조간자의 병세를 물었다.

 

扁鵲曰:「血脈治也, 而何怪! 昔秦穆公嘗如此, 七日而寤. 寤之日, 告公孫支與子輿曰

편작왈 : ‘혈맥치야 이가괴! 석진목공상여차 칠일리오. 오지일 고공손지여자여왈:

 

이에 편작이 대답했다. ’조공의 혈맥(血脈)이 정상으로 돌아왔으니 그리 크게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옛날 진()나라의 목공(秦穆公)도 이런 증세를 보였는데, 7일 만에 깨어난 적이 있었습니다. 깨어난 날에 목공은 공손지(公孫支)와 자여(子輿)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我之帝所甚樂. 吾所以久者, 適有所學也. 帝告我晉國且大亂, 五世不安. 其後將霸, 未老而死. 霸者之子且令而國男女無別. 公孫支書而蔵之, 秦策於是出.

아지제소심요. 오소이구자 적유소학야. 제고아: “진국차대란 오세불안. 기후장패 미노이사. 패자지자차영이국남녀무별”’ 공손지서이장지 진책어시출.

 

나는 천제(天帝)가 계신 곳에 가서 매우 즐겁게 지내고 왔다. 내가 거기 그렇게 오래 머물렀던 까닭은 마침 천제의 명을 받았기 때문이오. 천제께서 내게 말씀하신 바로는 장차 진()나라는 큰 난()이 일어나 5(五代)에 이르도록 안정되지 못하다가 뒤에 영명한 군주가 출현하여 천하의 패자(覇者)를 칭할 것이라고 했소. 그러나 그도 얼마 살지 못하고 죽고, 그 아들이 천하를 호령하게 되며, 진나라는 남녀 간에 구별이 없어진다고 했소.’라고 말했습니다. 공손지는 이 말을 잘 기록해 보관해두었다. 진나라의 앞날을 예측한 진책(秦策)’은 이로 말미암아 세상에 나타나게 된 것입니다.

 

夫獻公之亂, 文公之霸, 而襄公敗秦師於殽而帰縦淫, 此子之所聞. 今主君之病與之同, 不出三日必閒, 閒必有言也.

부헌공지란 문공지패 이양공패진사어효산이귀종음 차자지소문. 금주군지병여지동 불출삼일필한 한필유언지

 

()나라의 헌공(獻公) 때의 내란이 일어났고, 문공(文公) 때에 패주가 되었다. 그리고 문공의 아들 양공(襄公)이 효산(殽山)에서 진()나라 군대를 섬멸하고 돌아온 후 음란했습니다. 이것은 여러분들도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일입니다. 지금 조공의 병도 이와 같으니 사흘 안에 좋아질 것이고 깨어나면 반드시 여러 대부에게 무슨 말씀을 하실 것입니다.

 

居二日半, 簡子寤, 語諸大夫曰

거이일반 간자오 어제대부왈:

 

이윽고 이틀 반이 지나자 드디어 조간자가 깨어나 대부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我之帝所甚樂, 與百神遊於鈞天, 広樂九奏萬舞, 不類三代之樂, 其聲動心. 有一熊欲援我, 帝命我射之, 中熊, 熊死. 有羆來, 我又射之, 中羆, 羆死. 帝甚喜, 賜我二笥, 皆有副. 吾見児在帝側, 帝屬我一翟犬, :『及而子之壯也以賜之.帝告我:『晉國且世衰, 七世而亡. 嬴姓將大敗周人於範魁之西, 而亦不能有也.』」

아지제소심요 여백신유어조천 광악구주만무 불류삼대지악 기성동심. 유일웅욕원아 제명아사지 중웅 중사 , 유비래 아우사지 중비 비사. 제심희 사아이사 개우부. 어갼이재제측 제속아일적견 왈 급이자지자ᅟᅵᆼ야이사지제고아 진국차세쇠 칠세이망. 영성장대패주인어범괴지서 이역불능유야”’


내 천제가 계신 곳에 갔었는데 매우 즐거웠소. 하늘에서 여러 신선들과 노닐었는데, 천하의 모든 춤과 더불어 광악(廣樂)을 아홉 번이나 연주하는 것을 감상했소. 그것은 옛적 하(), (), () 삼대(三代)의 노래와는 달라서 그 소리는 사람의 심금을 울렸소, 그런데 곰 한 마리가 나를 잡아가려 하니 천제께서 나에게 곰을 활로 쏘라 하시기에 맞혀 죽어버렸소. 그러자 큰 곰이 또 나타났는데, 내가 또 쏘았더니 명중해서 큰 곰까지 죽었소. 천제께서 기뻐하며 내게 대나무 바구니 두 개를 하사하셨는데 모두 한 쌍이었소. 또 천제 옆에 아이가 있는 것을 보았는데, 천제께서는 내게 적() 땅의 개 한 마리를 주면서 네 아들이 장성하거든 이 개를 주도록 하라고 말했소. 또 천제께서 나에게 ()나라는 세월이 갈수록 점차 쇠약해져서 7(七代)에 이르면 망하고 말 것이다. 영씨(嬴氏)가 강성해져 주나라 사람들을 범괴(范魁)의 서쪽에서 크게 무찔러 천하를 차지하게 되어 진나라 또한 나라를 오래 보전치는 못할 것이다고 말씀하셨소.’

 

董安於受言, 書而蔵之. 以扁鵲言告簡子, 簡子賜扁鵲田四萬畝.

동안우수언 서지장지. 이편작언고간자 간자사편작전사만무.

 

동안우는 조간자의 말을 듣고 기록해 보관했다. 동안우가 편작이 한 말을 조간자에게 고하니, 조간자는 편작에게 전답 4만 무()를 상으로 주었다.


其後扁鵲過虢. 虢太子死, 扁鵲至虢宮門下, 問中庶子喜方者曰:「太子何病, 國中治穣過於衆事?」中庶子曰:「太子病血気不時, 交錯而不得泄, 暴発於外, 則為中害. 精神不能止邪気, 邪気畜積而不得泄, 是以陽緩而陰急, 故暴蹶而死.

기후편작과괵. 괵태자사 편작지괵궁문하 문중서자희방자왈 태자하병 국중치양과어중사?’ 중서자왈 태자병펼기불시 교착이부득설 폭발어외 즉위중해. 정신불능지사기 사기축적이부득설 시이양원이음급 고폭궈이사

 

그 후 편작은 괵()나라을 지나는데, 그때 마침 괵나라 태자가 병에 걸려 죽었다. 편작은 괵나라 궁궐 문 앞에 가서 방중술을 좋아하던 중서자(中庶子)를 만나 물었다. ‘태자께서 무슨 병에 걸리셨습니까? 온 나라 안에서 태자의 병을 고쳐달라고 기도하고 제사를 지낸다고 소란합니다.’ 중서자는 대답했다. ‘태자의 병은 혈기(血氣)가 제대로 돌지 않고 뒤엉켜 꽉 막혀서 밖으로 내보내지 못하고 몸속으로는 내장을 해쳐서 생긴 것입니다. 정기(精氣)가 사기(邪氣)를 누르지 못해 그 사기가 체내에 쌓여 발산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양()의 움직임이 느려지고 음()의 움직임이 급해져서 돌연히 의식을 잃고 쓰러져 죽게 되었습니다.’

 

扁鵲曰:「其死何如時?」:「雞鳴至今.:「収乎?」:「未也, 其死未能半日也

편작왈 기사하여시?’ 계명지금수호?’ 미지 기사미능반일야

 

편작이 언제쯤 돌아가셨습니까?’라고 묻자, 중서자가 오늘 새벽 첫 닭이 울 때였습니다.’라고 대답했다. 편작이 또 입관(入棺)은 하셨는지요?’라고 묻자 중서자는 아직 안 했습니다. 돌아가신 지 아직 반나절도 안 되었습니다.’라고 했다.

 

言臣斉勃海秦越人也, 家在於鄭, 未嘗得望精光侍謁於前也. 聞太子不幸而死, 臣能生之.

신언제발해진월인야 가재어정 미상득망정광시알어전야. 문태자불행이사 신능생지

 

이에 편작이 말했다. ‘저는 제()나라 발해(渤海)의 진월인(秦越人)이라는 사람입니다. 발해의 정읍(鄭邑)에 집이 살면서 이제까지 태자를 존경했는데, 아직 뵈옵지도 못했습니다. 태자께서 불행히 돌아가셨다고 하나, 제가 태자를 살려낼 수 있습니다.’

 

中庶子曰:「先生得無誕之乎何以言太子可生也! 臣聞上古之時, 醫有兪跗, 治病不以湯液醴灑, 鑱石撟引, 案扤毒熨, 一撥見病之應, 因五蔵之輸, 乃割皮解肌, 訣脈結筋, 搦髄脳, 揲荒爪幕, 湔浣腸胃, 漱滌五蔵, 練精易形. 先生之方能若是, 則太子可生也不能若是而欲生之, 曾不可以告咳嬰之児.

중서자왈 : ‘선생득무탄지호? 하이언탵자가생야! 신문상고지시 의유유부 치병불이탕액예쇄 참석교인 안올독위 일발견병지응 인오장지수 내해피해기 결맥결근 익수뇌 설황고막 전완장위 수척오장 결정역행. 선생지방능약시 즉태자가생야; 불능약시이욕생지 증불가이고해영지아

 

이에 중서자가 말했다. ‘선생은 허황된 말씀하시면 아니 됩니다. 어떻게 죽은 태자를 살려낼 수 있단 말입니까? 내가 듣자니 옛날 유부(兪跗)라는 의원이 있었다는데, 그 의원은 병을 고치는 데 탕액(湯液), 예쇄(醴灑), 참석(鑱石), 교인(撟引), 안올(案扤), 독위(毒熨)를 사용하지 않고 잠시 옷을 풀어헤쳐 한 번 진찰해보는 것으로 병의 징후를 살폈으며, 오장(五臟)에 있는 수혈(輸穴)에 따라, 피부를 가르고 살을 열어 막힌 맥()을 통하게 하고 끊어진 힘줄을 이었습니다. 그리고 척수(脊髓)와 뇌수(腦髓)를 누르고 고황(膏肓)과 횡격막(橫膈膜)을 바로 하고, ()과 위()를 씻어내고 오장을 씻어내어 정기(精氣)를 다스리고 신체를 바꾸어 놓았다고 합니다. 선생의 의술이 이와 같은 경지에 도달했다면 태자께서는 다시 살아날 수 있겠지요. 그렇지도 못하면서 태자를 다시 살려내려 한다면, 막 웃기 시작한 갓난아이 조차 믿겠습니까?’

 

終日, 扁鵲仰天歎曰:「夫子之為方也, 若以管窺天, 以郄視文. 越人之為方也, 不待切脈望色聴聲寫形, 言病之所在. 聞病之陽, 論得其陰聞病之陰, 論得其陽. 病應見於大表, 不出千里, 決者至衆, 不可曲止也. 子以吾言為不誠, 試入診太子, 當聞其耳鳴而鼻張, 循其両股以至於陰, 當尚溫也.

종일 편작앙천탄왈 부자지위방야 약이관규천 이극시문. 월인지위방야 불대절맥망색청성사형 언병지소재. 문병지양 논득기음; 문병지음 논득기양. 병응견어대표 불출천리 결자지중 불가곡지야, 자이어언위불성 시입진태자 당문기이명이비장 둔기양고이지어음 당상온야

 

중서자의 말을 들은 편작은 한참 동안 대답하지 않다가 하늘을 쳐다보고 이렇게 한탄했다. ‘대부께서 말한 의술은 좁은 틈으로 아름다운 무늬를 보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 진월인의 의술은 환자의 맥을 짚어나 기색을 살펴보고 목소리를 듣지 않아도 그 병이 어디에 생겼는지 말할 수 있습니다. 병증이 양()에 있으면 그 음()을 미루어 수 있고, 음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그 양에 대해 증상을 알 수 있습니다. 병의 징후는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니 굳이 천리 먼 곳까지 가서 진찰하지 않아도 병을 진단할 수 있는 경우가 아주 많습니다. 구태여 한쪽만 쳐다 볼 필요가 없습니다. 대부께서 저의 말이 진실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시험 삼아 저로 하여금 태자를 한번 살펴보게 하시지요. 마땅히 태자의 귀 속에서는 소리가 나고 코는 벌름거리고 있음이 틀림없을 것입니다. 태자의 두 다리를 더듬어 올라가 음부(陰部)에 이르면 아직 따뜻한 기운이 남아 있을 것입니다.’

 

中庶子聞扁鵲言, 目眩然而不瞚, 舌撟然而不下, 乃以扁鵲言入報虢君. 虢君聞之大驚, 出見扁鵲於中闕,

중서자문편작언 목현연이불순 설교연이불하 내이편작언입보괵군. 괵군문지대경 출현편작어중궐.

 

중서자는 편작의 말을 듣자 멍해져 눈 한번 깜박이지 못하고, 혀는 오그라져 붙어 움직이지 않을 정도로 깜짝 놀랐다. 그는 궁궐 안으로 들어가 편작의 말을 괵나라 군주에게 전했다. 괵나라 군주는 몹시 놀라워하며 궁정의 중문(中門)까지 달려 나와서 편작을 보고 말했다.

 

:「竊聞高義之日久矣, 然未嘗得拝謁於前也. 先生過小國, 幸而挙之, 偏國寡臣幸甚. 有先生則活, 無先生則棄捐填溝壑, 長終而不得反.

절문고의지일구야 연미상득배알어전야. 선생과소국 행이거지 편국과신행심. 유선생즉활 무선생즉기연진구학 장종이부득반

 

평소 선생의 인술(仁術)에 대한 명성을 들은 지 오래되었으나 아직까지 존안을 뵐 기회를 갖지 못했습니다. 이제 선생이 우리 이 괵과 같은 작은 나라에까지 왕림해주시어 태자의 병에 관한 소견을 말씀해 주셨으니 변방의 작은 나라 군주와 신하들에게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지금 선생이 오셨으니, 죽은 태자가 살아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만약 선생이 오시지 않았더라면 제 아들은 버려져 계곡에 묻혀 영원히 죽어 다시는 살아나지 못할 뻔했습니다.’


言末卒, 因噓唏服臆, 魂精泄橫, 流涕長潸, 忽忽承鑞, 悲不能自止, 容貌変更. 扁鵲曰

언말래 인허희복억 혼정설횡 유체장산 홀홀승납 비불능자지 용모변경. 편작왈:

 

미처 말을 맺기도 전에 비통한 표정을 지었는데, 가슴이 막히고 정신이 혼미한 듯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스스로의 슬픔을 억제하지 못하고 얼굴 모습도 일그러져 있었다. 편작이 말했다.

 

若太子病, 所謂屍蹶者也. 夫以陽入陰中, 動胃繵縁, 中経維絡, 別下於三焦膀胱, 是以陽脈下遂, 陰脈上爭, 會気閉而不通, 陰上而陽內行, 下內鼓而不起,

약태지병 소위 시궐자야. 부이양입음중 동위전연 중경유락 별하어삼초 방광 이시양맥하수 음맥상쟁 회기폐이불통 음상이양내행 하내고이불기.

 

태자의 걸린 병은 시궐(尸蹶)”이라고 합니다. 그것은 양기(陽氣)가 음기(陰氣) 속으로 들어가 위()를 움직이고 경락(經絡)을 막히게 하고 한편으로는 또 삼초(三焦)와 방광(膀胱)으로 흘러내려 갑니다. 이렇게 양맥(陽脈)은 아래로 내려가고 음맥(陰脈)은 위로 올라가 양기와 음기가 모이는 곳이 막혀 통하지 않게 됩니다. 음맥은 상기하고 양맥은 안으로 가라앉아서 양맥은 안으로 내려가 고동(鼓動)하지만 일어나지 못하고, 음맥은 밖을 향해 올라가 끊어져서 음기의 역할을 하지 못합니다.

 

上外絶而不為使, 上有絶陽之絡, 下有破陰之紐, 破陰絶陽, ()()廃脈亂, 故形靜如死狀. 太子未死也. 夫以陽入陰支蘭蔵者生, 以陰入陽支蘭蔵者死. 凡此數事, 皆五蔵蹶中之時暴作也. 良工取之, 拙者疑殆.

상외졸이불위사 상유절양지락 하유파음지뉴 파음절영 지색이폐맥란 고형정여사상. 태자미사야. 부리양입음지한장자생 이음입양지란장자사. 범차수사 개오장궐중지시폭작야. 양공취지 졸자의태.

 

몸 위에는 양기가 끊어진 낙맥(絡脈)이 있고 아래에는 음기가 끊어진 적맥(赤脈)이 있습니다. 음기가 파괴되고 양기가 단절되어 혈색이 없어지고 맥이 어지러워진 때문에 몸이 죽은 것처럼 보이게 된 것입니다. 태자께서는 아직 죽지 않았습니다. 무릇 양기가 음기로 들어가 오장을 누르는 자는 살고, 음기가 양기로 들어가 오장을 누르는 자는 죽습니다. 대체로 이러한 것은 모두 오장의 기가 몸속에서 역상(逆上)할 때 갑자기 일어납니다. 명의(名醫)는 이러한 증세를 잡아내지만 평범한 의원은 의심하고 위태롭게 생각합니다.’

 

扁鵲乃使弟子子陽厲鍼砥石, 以取外三陽五會. 有閒, 太子蘇. 乃使子豹為五分之熨, 以八減之斉和煮之, 以更熨両脅下. 太子起坐. 更適陰陽, 但服湯二旬而複故. 故天下盡以扁鵲為能生死人.

편작내사제자자양여핌지석 이취외삼양오회. 유한 태자소 내사자표위오분지위 이팔함지제화자지 이경위양협하. 태자기좌 경적음양 단복탕이순이복고. 고천하진이편작위능생사인.

 

이에 편작은 제자인 자양(子陽)에게 침()을 숫돌에 갈게 하고, 그것으로 몸 표면에 있는 삼양(三陽)과 오회(五會)를 찔렀다. 한참 지나자 태자가 소생했다. 그러자 다른 제자 자표(子豹)에게 오분(五分)의 고약을 바르게 하고, 팔감(八減)의 방범으로 약제(藥劑)를 섞어서 달인 다음 이것을 양 겨드랑이 아래에 번갈아 붙이게 했다. 마침내 태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앉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 음기과 양기를 조절해 탕약을 스무 날 동안 마시게 하자 태자의 몸은 원래대로 돌아왔다. 이 일로 인해 세상 사람들 모두가 편작은 죽은 사람을 살려낼 수 있다고 말하게 되었다. 그러나 편작은 자기가 태자를 살린 것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扁鵲曰:「越人非能生死人也, 此自當生者, 越人能使之起耳.

편작왈 월인비능생사인야 차자당생자 월인능사지기이

 

죽은 사람을 살리는 건 사람의 힘을 넘는 일이요 이 경우는 다만 스스로 살 수 있는 사람이었고 뛰어난 사람이면 할수 있는 일이다.’

 

扁鵲過斉, 斉桓侯客之. 入朝見,

편작과제 제환후객지. 입조견 왈:

 

편작은 제()나라로 가서 제나라 환후(齊桓侯)가 편작을 객으로 지냈다. 편작이 궁정에 들어가 환후를 배알하고 말했다.

 

君有疾在腠理, 不治將深.桓侯曰:「寡人無疾.扁鵲出, 桓侯謂左右曰:「醫之好利也, 欲以不疾者為功.後五日, 扁鵲複見, :「君有疾在血脈, 不治恐深.桓侯曰:「寡人無疾.扁鵲出, 桓侯不悅.

군유질재주리 불치장심환후왈 과인무질편작출 환후위좌우왈 : ‘의지호리야 욕이부질자위공후오일 편작복견 왈 군유질재혈맥 불치공심환후왈 과인무질편작출 활후불열.

 

군주님께서는 피부에 병이 있습니다. 지금 치료하시지 않으면 점점 깊이 들어가 중해지실 것입니다.’ 환후가 대답했다. ‘과인에게는 병이 없소.’ 편작이 물러가자 환후는 좌우의 신하들에게 말했다. ‘의원이 이익을 탐해 병도 없는 사람을 가지고 병이 있다고 하여 공을 세우려 한다.’ 그로부터 닷새가 지나자 편작이 또 환후를 배알하고 군주의 병이 혈맥(血脈)에 까지 이르렀습니다. 지금 치료하지 않으시면 더욱 깊은 곳까지 이를 것입니다라고 하니, 환후는 과인에게는 병 같은 것은 없소라 했다. 편작이 물러가자 환후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後五日, 扁鵲複見, ;「君有疾在腸胃閒, 不治將深.桓侯不應. 扁鵲出, 桓侯不悅. 後五日, 扁鵲複見, 望見桓侯而退走. 桓侯使人問其故. 扁鵲曰:「疾之居腠理也, 湯熨之所及也在血脈, 鍼石之所及也其在腸胃, 酒醪之所及也其在骨髄, 雖司命無柰之何. 今在骨髄, 臣是以無請也.

후오일 편작복견 왈 군유질재장위간 불치장심환후불응. 편작출 환후불열. 후오일 편작복견 망견환후이퇴주. 환후사인문기고, 편작왈 질지거주리야 탕위지호금야; 재혈맥 침석지소급야; 기재장위 주료지소급야; ㄱ기재골수 수사명무내지하. 금재골수 신시이무청야

 

그로부터 닷새가 지난 후에 편작이 또 환공을 배알하고 말했다. ‘군주님의 병이 혈맥에까지 들어가 있는데, 지금 서둘러 치료하지 않으시면 더 깊어집니다.’ 그래도 환후는 무시했다. 그리고 다시 5일 후에 편작이 환후에게 말했다. ‘지금 군주님의 병은 위장에까지 들어왔습니다. 지금 당장 치료하지 않으면 저로서도 어쩔 수 없습니다.’ 이번에도 환공은 아무 말을 하지 않고 매우 불쾌하게 생각했다. 그로부터 다시 5일이 지나 편작이 또 환후를 배알했으나 이번에는 바라보기만 하고 물러나왔다. 환후가 사람을 보내 그 까닭을 물으니 편작 이렇게 대답했다. ‘병이 피부에 있으면 탕약과 고약으로 고칠 수 있습니다. 혈맥에 있을 때에는 침자(鍼刺)나 폄법(砭法)으로 고칠 수 있습니다. 병이 장과 위에 있을 때에는 약주(藥酒)로 고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병이 골수(骨髓)에까지 들어가 버리면 설령 목숨을 관장하는 귀신이라고 해도 어찌할 도리가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 병이 골수에 들어가 있습니다. 이 때문에 말씀드리려 하지 않은 것입니다.’

 

後五日, 桓侯體病, 使人召扁鵲, 扁鵲已逃去. 桓侯遂死.

후오일 환후체병 사인소편작 편작기도거. 환후수사.

 

그로부터 닷새가 지나자 제 환후는 몸에 병이 든 사실을 알고, 사람을 보내 편작을 불러들이려고 했으나 편작은 이미 자취를 감추어버린 후였다. 마침내 제 환후는 죽고 말았다.

 

使聖人預知微, 能使良醫得蚤従事, 則疾可已, 身可活也. 人之所病, 病疾多而醫之所病, 病道少. 故病有六不治

사성인에지징 능사양의득소종사 즉질가이 신가할야. 인지소병 병질다; 이의지소병 병도소. 도병유육불치;

 

성인(聖人)은 병의 징후를 예견해 명의(名醫)로 하여금 일찍 치료하게 할 수 있다면 병도 나을 수 있고 몸도 살릴 수 있다. 사람이 걱정하는 것은 병이 많은 것이고 의원이 걱정하는 것은 치료방법이 적은 것이다. 이 때문에 여섯 가지 불치병이 있다고 전해진다.

 

驕恣不論於理, 一不治也軽身重財, 二不治也衣食不能適, 三不治也陰陽並, 蔵気不定, 四不治也形羸不能服薬, 五不治也信巫不信醫, 六不治也. 有此一者, 則重難治也.

: 교자불론어리 일불치야; 경신중재 이불치야; 이식불능적 삼불치야; 음양병 장기부정 사불치야형영불능복양 오불치야; 신무불신의 육불치야. 유차일자 즉중난치야.

 

첫 번째 불치병은 교만해 도리를 논하지 않는 것이다. 두 번 째 불치병은 몸을 가벼이 여기고 재물을 중히 여기는 것이다. 세 번째 불치병은 의식(衣食)을 적절하게 조절하지 못한 것이다. 네 번째 불치병은 음()과 양()을 문란하게 하여 오장(五臟)의 기()가 안정되지 못한 것이다. 다섯 번째 불치병은 몸이 극도로 쇠약해져 약을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여섯 번째 불치병은 무당의 말을 믿고 의원을 믿지 않는 것이다. 이 여섯 가지 불치병 중 하나라도 있다면 병을 치료하기가 어렵다.

 

扁鵲名聞天下. 過邯鄲, 聞貴婦人, 即為帯下醫過雒陽, 聞周人愛老人, 即為耳目痹醫來入鹹陽, 聞秦人愛小児, 即為小児醫隨俗為変.

편작명천하 과한단 문귀부인 즉위대하의; 과락양 문주인애노인 즉위이목비의; 래인함양 문진인애소아 즉위소아의; 수속위변.

 

드디어 편작의 명성이 천하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그가 조나라의 수도 한단(邯鄲)에 갔을 때 그곳에서는 부인들을 매우 소중히 여긴다는 말을 듣고 곧 부인과(婦人科) 의원이 되었다. 낙양(雒陽)에 가서는 주()나라 사람들이 노인을 공경한다는 말을 듣고 곧 귀와 눈 그리고 마비 등 노인과 의원이 되었다. 다시 진나라의 수도 함양(咸陽)에 들어가서는 진나라 사람들이 어린아이를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즉시 소아과 의원이 되었다. 편작은 이렇게 각지의 인정 풍속에 맞추어 진료 과목을 바꾸었다.

 

秦太醫令李醯自知伎不如扁鵲也, 使人刺殺之. 至今天下言脈者, 由扁鵲也.

진태의영이해자지기불여편작야 사인자살지. 지금천하언맥자 유편작야.

 

()나라의 태의령(太醫令) 이혜(李醯)는 자신의 의술이 편작에 미치지 못함을 알고 자객을 보내 편작을 찔러 죽였다. 그러나 지금까지 세상에서 전해지는 맥법(脈法)은 모두 편작에서 비롯된 것이다.

 

<창공>

 

太倉公者, 斉太倉長, 臨菑人也, 姓淳於氏, 名意. 少而喜醫方術. 高后八年, 更受師同郡元里公乗陽慶.2) 慶年七十餘, 無子, 使意盡去其故方, 更悉以禁方予之.

태창공자 제태창장 임치인야 성순우씨명의. 소이희의방술, 고후팔년 경수사동군원리공승양경. 경년칠십여 무자 사의진거기고방 경실이금방지여지.


태창공(太倉公)은 제()나라의 태창(太倉) 창고 담당이었다. 임치(臨菑) 사람으로 성은 성은 순우(淳于), 이름은 의()라 했다. 젊어서부터 의술과 방중술을 즐겨 익혔다. 고후(高后) 8(서기전 180), 그는 다시 같은 고향에 사는 원리(元里)의 공승(公乘: 관용 수레)인 양경(陽慶)에게 의술을 배웠다. 양경은 당시에 나이가 70여 세였는데 그의 의술을 전수할 아들이 없었기 때문에 순우의로 하여금 그가 이전에 배운 의술을 버리고 자신이 가지고 있던 비방을 전수했다.

 

傳黃帝扁鵲之脈書, 五色診病, 知人死生, 決嫌疑, 定可治, 及薬論, 甚精.

전황제 편작지맥서 오색진병 지인사생 결혐위 정가치 급약론 심정.

 

그는 황제(黃帝)와 편작(扁鵲)이 남긴 맥서(脈書)를 전수해 주었고, 다섯 가지 안색으로 병을 진단하여 사람의 생사를 알 수 있은 의술을 가르쳤다. 의심스러운 병의 증세를 알아내어 치료할 수 있었고, 약학(藥學)에 관한 이론은 매우 정밀했다.

 

受之三年, 為人治病, 決死生多験. 然左右行遊諸侯, 不以家為家, 或不為人治病, 病家多怨之者.

수지삼년 위인치병 결사생다험. 연좌우행유제후 불이가위가 혹불위인치병 병가다원지자.

 

순우의는 3년 동안 양경에게 가르침을 받았는데, 그동안 남의 병을 고쳐주기도 하고 살지 죽을지를 판단해주기도 한 것이 효험이 많았다. 그러나 임치 주변의 제후국들을 돌아다니며 가세에 따라( 不以家為家) 병을 치료해주지 않기도 해 병자들 중 그를 원망하는 자가 많았다.

 

文帝四年中, 人上書言意, 以刑罪當傳西之長安.

문제사년중 인상서언의 이형죄당전서지장안.


문제(文帝) 4(서기전 176), 어떤 사람이 서장을 올려 순우의를 고발했다. 순우의는 신체 일부를 절단한 육형의 판결을 받고, 형벌을 받으러 역마로 장안으로 압송될 운명에 처했다.

 

意有五女, 隨而泣. 意怒, 罵曰:「生子不生男, 緩急無可使者!

의유오녀 수이읍. 의노 매왈 생자불생남 원급무가사자!’

 

순우의에게 딸 다섯이 있어 그를 뒤따라오며 울기만 했다. 이에 순우의는 화를 내며 큰 소리로 딸들을 꾸짖었다. ‘사내아이를 낳지 못하고 모두 딸들이라 급할 때에 쓸모가 없구나!’.

 

於是少女緹縈傷父之言, 乃隨父西.

어기소년제영상부지언 내수부서.

 

그러자 막내딸인 제영(緹縈)이 부친의 말을 애처롭게 여겨 부친을 따라 장안까지 왔다.

 

上書曰:「妾父為吏, 斉中稱其廉平, 今坐法當刑. 妾切痛死者不可複生而刑者不可複続, 雖欲改過自新, 其道莫由, 終不可得. 妾願入身為官婢, 以贖父刑罪, 使得改行自新也.

상서왈 첩주위리 제중칭기염평 금좌법당형. 첩절통사자불가복생이형자불가복속 수욕대과자신 기도막유 종불가득. 첩원입신위관비 이속부형죄 사득개행자신야

 

마침내 장안에 도착한 제영은 조정에 상소를 올려 저희 부친이 벼슬을 살 때에 청렴하고 공정하여 제나라 사람들이 칭송을 받았습니다. 지금은 법을 위반해 형벌을 받게 되었습니다. 제가 깊이 마음 아프게 생각하는 것은 죽은 자는 다시는 살아날 수 없고, 형벌에 처해지게 되면 몸이 다시는 원래대로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설령 개관천선 하고자 해도 그럴 방법이 없으니, 결국 새롭게 살 기회가 없다는 것입니다. 원컨대 제 한 몸을 관비(官婢)로 바쳐 부친이 받게 된 형벌을 대신 갚고 부친이 행실을 고쳐서 스스로 다시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해드리고자 합니다.’

 

書聞, 上悲其意, 此歳中亦除肉刑法.

서문 상비기의 차세중역제육형법.

 

이 서장을 읽은 황제는 그녀의 마음을 가상하게 여겨 그해에 나라에서 육형(肉刑: 사지 일부를 자르는 형벌)을 시행하는 법령을 폐지했다.

 

意家居, 詔召問所為治病死生験者幾何人也, 主名為誰.

의가거 조소문소위치병사생험자기하인야 주염위수.

 

순우의가 집에 머무르고 있을 때, 황제가 조서를 내려 순우의가 병을 치료해서 살았든 죽었든 간에 효험을 본 자가 몇 사람이었는지, 또 그 환자들의 이름은 누구인지를 물었다.

 

詔問故太倉長臣意:「方伎所長, 及所能治病者有其書無有皆安受學受學幾何歳嘗有所験, 何県里人也何病醫薬已, 其病之狀皆何如具悉而対.

조문고태창장신의 방기소장 급소능치병자? 유기서우뮤? 개안영수학? 수핫기하세? 상유소함 하현이인야? 하병? 의약이 기병지상개하여? 구실이대

 

그 조서는 태창장 순우의에의 물음으로 당신 의술에서 뛰어난 것은 무엇이고, 잘 치료할 수 있는 병은 무엇인가? 또 그것에 관한 의서(醫書)를 가지고 있는가? 그리고 의술은 어디서 닦았는가? 몇 년 동안 배웠는가? 예전에 효험은 본 사람은 어느 현, 어느 고을 사람인가? 그들은 무슨 병에 걸렸던 것인가? 치료를 하고 약제를 쓴 후 그 병세는 어떻게 호전시켰는가? 모두 자세히 대답하도록 하라!’

 

臣意対曰

신의대왈:

 

그래서 순우의가 이렇게 대답을 올렸다.

 

自意少時, 喜醫薬, 醫薬方試之多不験者. 至高后八年, 得見師臨菑元里公乗陽慶.

자의소시 희의약 의약방시지다불험자. 지고후팔년 득견사임치원리공승양경.

 

저는 젊어서부터 의술, 약학을 좋아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배운 의술과 약학을 실제로 시술해보았지만 효험이 없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다 고후(高后) 8(서기전 180) 때에 임치현(臨菑縣) 원리(元里)의 공승(公乘)을 지냈던 양경(陽慶)이란 분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慶年七十餘, 意得見事之. 謂意曰:「盡去而方書, 非是也. 慶有古先道遺傳黃帝扁鵲之脈書, 五色診病, 知人生死, 決嫌疑, 定可治, 及薬論書, 甚精. 我家給富, 心愛公, 欲盡以我禁方書悉教公.

경년칠십여 의득견사지. 위의왈 진거이방서 비시야. 경유고선도유전황제 편작지맥서 오색진병 지인생사 결혐의 정가치 급약론서 심정. 아가습부 필애공 욕진이아금방서실교공

 

당시 양경은 이미 나이 70여 세가 되셨는데, 저는 그분을 스승으로 모셨습니다. 스승은 저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지금까지 네가 배운 의술 모두 버려라. 그것은 정확한 것이 아니다. 나는 옛 의원(醫員)들이 전한 황제(黃帝), 편작(扁鵲)의 의서를 가지고 있다. 거기에는 다섯 가지 안색을 살펴보고 질병을 진단하는 방법이 있다. 그 방법에 익숙해지면 병자가 살지 죽을지를 예측하며 의심스러운 병의 증세를 판별해 치료할 수 있다. 그리고 약학에 관한 책도 있는데, 매우 치밀하다. 나는 집은 부유하며, 너를 매우 아끼고 있으니, 내 비방을 너에게 가르쳐주고 한다.’

 

臣意即曰:「幸甚, 非意之所敢望也.臣意即避席再拝謁, 受其脈書上下経五色診奇咳術揆度陰陽外変薬論石神接陰陽禁書.

신의즉왈 행심 비의지소감망야신의즉피석재배알 수기맥서상하경 오색진 기해술 규도음양외변 약론 석신 정음양금서.

 

그래서 저는 바로 참으로 분에 넘치는 행운입니다. 감히 바라지도 못하던 바입니다.’라고 하고는 즉시 그 자리에서 절을 올렸습니다. 스승은 저에게맥서(脈書), 상경(上經), 하경(下經), 오색진(五色診), 기해술(奇咳術), 규도음양외변(揆度陰陽外變),약론(藥論), 석신(石神), 접음양(接陰陽)등의 의서들을 전수했습니다.

 

受読解験之, 可一年所. 明歳即験之, 有験, 然尚未精也. 要事之三年所, 即嘗已為人治, 診病決死生, 有験, 精良. 今慶已死十年所, 臣意年盡三年, 年三十九歳也.

수독해험지 가일년소. 명세즉험지 유험 연상미정야. 요사지삼년소 즉상이위인치 진병결사생 유험 정량. 금경이사십년소 신의연진삼년 연삼십구세야.

 

저는 그 의서를 통독(通讀)하고 분석하고 시험해보기를 1년 남짓 했습니다. 그 다음해에 배운 바를 시험해보니 효험은 있었지만 그때까지 아직 정교하진 못했습니다. 다시 의술에 전념하고 한 3년이 지나자 병자를 치료하고, 질병을 진찰해 병자가 살고 죽는 것을 예측할 수 있었으며, 그 효험이 뚜렷해졌습니다. 지금은 스승 양경이 죽은 지 이미 10년 정도 되는데, 3년을 공부했고 올해 39세가 되었습니다.


斉侍禦史成自言病頭痛, 臣意診其脈, 告曰:「君之病悪, 不可言也.即出, 獨告成弟昌曰:「此病疽也, 內発於腸胃之閒, 後五日當擁腫, 後八日嘔膿死.

제시어사성자언병두통 신의진기맥 고왈 군지병악 불가언야즉출 독고성제창왈: ‘차병저애 내발어장위지간 후오일당옹종 후팔일구농사

 

제나라의 시어사(侍御史) ()이 스스로 제게 두통을 호소하기에, 저는 그의 진맥을 짚어보고 진찰하면서 그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공의 병은 매우 중해 제가 어떻게 말씀 드리기가 어렵습니다.’ 그리고 곧 물러 나와 성의 아우 창()에게 이렇게 알려주었다. ‘형님의 병은 저()입니다. ()가 몸 속 장()과 위() 사이에 생겨서 닷새 후에는 그것이 부풀어 오르고 다시 여드레가 지나면 고름을 쏟고 죽을 것입니다.’

 

成之病得之飲酒且內. 成即如期死.

성지병득지음주차내. 성즉여기사.

 

성의 병은 과도한 음주로 인해서 생긴 것인데 결국은 제가 예상한 대로 성은 죽었습니다.

 

所以知成之病者, 臣意切其脈, 得肝気. 肝気濁而靜, 此內関之病也. 脈法曰脈長而弦, 不得代四時者, 其病主在於肝. 和即経主病也, 代則絡脈有過. 経主病和者, 其病得之筋髄裏.

소이지성지병자 신의절기맥 득간기. 간기독이정 차내관지병야. 맥법왈 맥장이현 부득대사시자 기병주재어간. 화즉경주병야 대즉결맥유과’. 경주병화자 기병득지근수리.

 

제가 성의 병을 안 것은 제가 그의 맥을 짚었을 때 간()의 기()를 느꼈기 때문입니다. 간의 기가 탁하며 고요한 것은 신체 내부에서 생긴 병이었습니다. 맥법(脈法)맥이 길고 활시위같이 팽팽하며 사계절을 따라 변하지 않는 것은 그 병이 주로 간장(肝臟)에 있기 때문입니다. 맥이 길고 활시위같이 팽팽하면서 고르다면 그 병은 경맥(經脈)에 있는 것이고 불규칙하다면 낙맥(絡脈)에 이상이 있는 것이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경맥에 이상이 있는데 평온하면 그 병이 힘줄과 골수에서 생긴 것이고 맥박이 불규칙해 갑자기 끊어졌다 높아졌다 하는 병은 힘줄과 골수 안이 병든 것입니다.

 

其代絶而脈賁者, 病得之酒且內. 所以知其後五日而擁腫, 八日嘔膿死者, 切其脈時, 少陽初代. 代者経病, 病去過人, 人則去. 絡脈主病, 當其時, 少陽初関一分, 故中熱而膿未発也, 及五分, 則至少陽之界,20) 及八日, 則嘔膿死, 故上二分而膿発, 至界而擁腫, 盡泄而死.

기대절이맥분자 병득지주차내. 소이지기후오일이옹종 팔일구농사자 절기맥시 소양초대. 대자경병 병거과인 인즉거. 락맥주병 당기시 소양초관일분 고중열이농미발야 급오분 즉지소양지계 급팔일 즐구농사 고상이분이농발 지계이옹종 진설이사.

 

그리고 닷새 후에 종기가 부풀어 오르고 다시 여드레가 되면 고름을 쏟고 죽을 것을 안 것은 그의 맥을 짚었을 때 소양(少陽)에 처음으로 대맥(代脈)이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대맥의 출현은 소양 경맥에 병이 생긴 후 소양 낙맥에까지 발전되어 병이 주로 낙맥에서 발전되어 병은 급속히 전신에 퍼지게 되어 결국 사람은 죽게 되는데, 그것은 낙맥에서 생긴 병 때문입니다. 이때에는 아직 대맥이 왼손 촌구맥(寸口脈) 초관(初關) 일분(一分)에 나타났을 뿐이므로 속에 열은 있어도 고름은 나오지 않은 것입니다. 그러나 오분(五分)까지 미치면 소양의 말단에 이르게 되고, 다시 그때부터 여드레가 지나면 고름을 쏟고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까닭으로 대맥이 위로 이분(二分)까지 이르면 고름이 나오기 시작하고 말단까지 이르면 종기가 부풀어 올라 있는 대로 고름을 쏟고 죽는 것입니다.

 

熱上則熏陽明, 爛流絡, 流絡動則脈結発, 脈結発則爛解, 故絡交. 熱気已上行, 至頭而動, 故頭痛.

열상즉훈양명 란유락 유락동즉맥결발 맥결발즉한해 고락교. 열기이상행 지두이동 고두통.

 

열이 높아지면 양명(陽明)의 경맥(經脈)을 찌르게 하고 소락맥(小絡脈)을 타게 하는데, 소락맥이 움직이면 낙맥이 서로 연결된 부분에 병이 생기고, 이렇게 되면 또 문드러지고 풀어져서 낙맥이 서로 막히게 됩니다. 이리하여 열기(熱氣)가 위로 상승하여 머리에 이르게 되면 두통이 됩니다.

 

斉王中子諸嬰児小子病, 召臣意診切其脈, 告曰:「気鬲病. 病使人煩懣, 食不下, 時嘔沫. 病得之[], 數忔食飲.

제왕중자제영아소자병 소신의진절기맥 고왈 기격병. 병사인번만 식불하 시구말. 병득지심우 수흘식음

 

제왕(齊王)의 가운데 아들의 낳은 아이들이 병이 들어, 제가 불려 들어가 진맥을 보았습니다. 그 때에 저는 이렇게 진단 했습니다 기격병(氣鬲病)입니다. 이 병에 걸리면 사람의 가슴을 답답하게 하고 음식이 목구멍을 넘어가지 않게 하고 때로는 거품을 토하게 합니다. 이 병은 마음에 근심이 많아 늘 먹기를 싫어했기 때문에 생겼습니다.’

 

臣意即為之作下気湯以飲之, 一日気下, 二日能食, 三日即病愈. 所以知小子之病者, 診其脈, 心気也, 濁躁而経也, 此絡陽病也.

신의즉위지작하기탕이음지 일일기하 이일능식 삼일즉병유. 소이지소자지병자 진기맥 심기야 탁조이경야 차락양병야.

 

저는 즉시 그에게 하기탕(下氣湯)을 지어 마시게 했습니다. 그러자 하루 만에 기가 내려가고 이틀 만에 식욕이 돌았으며 사흘 만에 완전히 나았습니다. 이 아이의 병을 알아낸 것은 그 맥을 짚어보니 마음에 병이 있는 맥기(脈氣)를 느꼈기 때문인데, 심맥(心脈)이 무겁고 탁하며 안정되지 않고 빨랐습니다. 이것은 낙맥에 양기(陽氣)가 엉킨 생긴 병입니다.

 

脈法曰脈來數疾去難而不一者, 病主在心. 周身熱, 脈盛者, 為重陽. 重陽者, 逿心主. 故煩懣食不下則絡脈有過, 絡脈有過則血上出, 血上出者死. 此悲心所生也, 病得之憂也.

맥법왈 맥래수질거난이불일자 병주재심주신영 맥성자 위중양. 중양자 탕심주. 고번만식불하락맥유과 락맥유과즉혈상출 혈상출자사. 차비심소생야 병득지우야.

 

맥법에 따르면 맥박을 손가락으로 짚으면 빨라졌다가 손가락을 떼면 느려졌다 해 안정되지 않는 것은 그 병소(病巢)가 마음에 있는 것이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전신에 열이 있고 맥박이 빨리 뛰며 힘이 있는 것을 중양(重陽)이라고 하는데, 양열(陽熱)이 심하면 마음을 어지럽게 해 번민하게 되고 음식이 넘어가지 않게 됩니다. 이것은 마음속으로 너무나 슬퍼한 결과에 의한 것으로서 병은 근심에서부터 생긴 것입니다. 만약 때맞추어 치료하지 않으면 열이 혈맥(血脈)을 상하게 하고 낙맥을 병들게 해 위쪽으로 역류합니다. 피가 역류하면 죽게 되는 것입니다.

 

斉郎中令循病, 衆醫皆以為蹶入中, 而刺之. 臣意診之, :「湧疝也, 令人不得前後溲.

제낭중령순병 중의개이위궐입중 이자지. 신의진지 왈 용산야 영인부득전후수

 

제나라의 낭중령(郎中令) ()이 병이 들었을 때 많은 의사들이 모두 기()가 역류하여 심장에 들어가서 생긴 병으로 여겨 침을 놓았습니다. 그러나 저는 진찰해보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병은 용산(涌疝)인데 대소변을 보지 못한다.’

 

循曰:「不得前後溲三日矣.

순왈 부득전루수삼일의

 

이에 순()은 말했습니다. ‘제가 대소변을 보지 못한 지 사흘이 됩니다.’

 

臣意飲以火斉湯, 一飲得前[], 再飲大溲, 三飲而疾愈. 病得之內. 所以知循病者, 切其脈時, 右口気急, 脈無五蔵気, 右口脈大而數. 數者中下熱而湧,

신의음이화제탕 일음득전루수 재음대수 삼음이질유. 병득지내. 소이지순병자 절기맥시 우구기급 맥무오장기 우구맥대이수. 수자중하열이용.

 

그래서 제가 화제탕(火劑湯)을 마시게 했습니다. 한 번 마시니 소변을 보게 되었고, 두 번 마시니 대변을 시원하게 잘 보게 되었고, 세 번 마시니 병이 다 나았습니다. 이 병은 지나친 방사 때문에 걸린 것입니다. ()의 병을 알게 된 것은 그의 맥을 짚었을 때 오른손 촌구맥 부분의 기가 격했고 맥에 오장(五臟)의 기가 느껴지지는 않았으나 맥박이 몹시 크고 빨랐기 때문입니다. 맥이 빠르면 몸의 중앙부 이하는 물이 소용돌이치듯 열이 쌓여 용솟음친다 보는 겁니다.

 

左為下, 右為上, 皆無五蔵應, 故曰湧疝. 中熱, 故溺赤也.

좌위하 우위상 개무오장응 고왈용산. 중열 고뇨적야.

 

왼손 맥이 크고 빠르면 열이 아래로 내려가는 것이고, 오른손 맥이 크고 빠르면 열이 위로 끓어오르는 것인데, 좌우 어느 쪽의 맥에도 오장에 병이 있다는 맥기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용산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또 체내에 열이 있으므로 소변이 붉은 것입니다.


斉中禦府長信病, 臣意入診其脈, 告曰:「熱病気也. 然暑汗, 脈少衰, 不死.:「此病得之當浴流水而寒甚, 已則熱.

제중어부장신병 신의입진기맥 고왈 ' 열병기애 연서한 맥소쇠 불사' 왈 '차병득지당욕류수이한심 이즉열'


제나라 중어부(中御府)의 장관인 신()이 병이 들었을 때 제가 가서 그의 맥을 짚어보고 이렇게 진단했습니다. ‘열병(熱病)의 기운이 있습니다. 그러나 더위 때문에 땀을 흘려 맥이 좀 약해진 것뿐이므로 생명에 지장은 없습니다.’ 그리고 또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병은 냇물에 목욕해 한기(寒氣)를 심하게 느껴서 나중에 열이 나게 되어 얻은 것입니다.’

 

信曰:「, ! 往冬時, 為王使於楚, 至莒県陽周水, 而莒橋梁頗壊, 信則擥車轅未欲渡也, 馬驚, 即墮, 信身入水中, 幾死, 吏即來救信, 出之水中, 衣盡濡, 有閒而身寒, 已熱如火, 至今不可以見寒.

신왈 유 연! 왕동시 위왕사어초 지거현양주수 이거교양파괴 신즉람거원미욕도야 마경 즉추 신신입수중 기사 리즉래구신 출지수중 의진 유 유한이신한 이열여화 지금불가이견한

 

그러자 신()맞습니다. 지난 겨울 왕명으로 초()나라에 갔을 때, 거현(莒縣)의 양주수(陽周水)에 이르자 거()의 다리가 심하게 부서져 있기에 수레의 끌채를 잡아 다녀 건너가기를 주저하고 있었는데, 말이 놀라서 물속에 빠지고 나도 물에 빠져서 죽을 뻔했습니다. 그런데 아전이 달려와서 저를 물속에서 건져주었습니다만 옷은 흠뻑 젖어버렸고 잠시 후에 온몸이 떨려왔는데 한기가 그치자 열이 불같이 올랐습니다. 지금은 한기 때문에 밖에 나가지도 못할 정도입니다.’

 

臣意即為之液湯火斉逐熱, 一飲汗盡, 再飲熱去, 三飲病已. 即使服薬, 出入二十日, 身無病者. 所以知信之病者, 切其脈時, 並陰. 脈法曰熱病陰陽交者死.

신의즉위지액탕화제축열 일음한진 재음열거 삼음병이. 즉사복약 출입이십일 신무병자. 소이지신지병자 절기맥시 병음. 맥법왈 열병음양교자사

 

그래서 제가 곧 그에게 화제탕을 달여 주어 열을 다스리도록 했습니다. 한 번 마시자 땀이 없어지고 두 번 마시자 열이 내리고 세 번 마시자 병이 나았습니다. 그렇게 계속 약을 복용토록 해 20일 정도 지나자 그의 몸에서 병이 사라졌습니다. ()의 병을 알아낸 것은 그의 맥을 짚었을 때 맥이 병음(幷陰)’에 속했기 때문입니다. 맥법열병이 음기(陰氣)와 양기(陽氣)가 교차하면 죽는다.’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切之不交, 並陰. 並陰者, 脈順清而愈, 其熱雖未盡, 猶活也. 腎気有時閒濁, 在太陰脈口而希, 是水気也. 腎固主水, 故以此知之. 失治一時, 即転為寒熱.

절지불교 병음. 병음자 맥순청이유 기열수미진 유활야. 신기유시간탁 재태음맥구이희. 시구시야. 신고주수 고이차지지. 실치일시 즉전위한열.

 

그러나 제가 그의 맥을 집어보니 음양의 기가 교차되지 않았지만 양이 음에 들러붙어 있었습니다. 이러한 병음(幷陰)’의 경우는 맥이 순조롭다면 치료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열이 완전히 내리지는 않았어도 살 수 있습니다. 신기(腎氣)가 때로 탁해지기도 하고 드물게 태음맥(太陰脈)의 맥구(脈口)에 있기도 한 것은 체내에 수기(水氣)가 있는 것입니다. ()은 말할 것도 없이 水氣를 관장하기에 이로써 알아내게 된 것입니다. 치료가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한열병(寒熱病)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斉王太後病, 召臣意入診脈, :「風癉客脬, 難於大小溲, 溺赤.臣意飲以火斉湯, 一飲即前後溲, 再飲病已, 溺如故. 病得之流汗出循. 循者, 去衣而汗晞也.

제왕태후병 소신의입진맥 왈 풍단객포 난어대소수 요적신의음이화제탕 일음즉전후수 재음병이 요여고. 병득지류한출순. 순자 거의이한희야.

 

제왕(齊王)의 태후(太后)가 병이 들었을 때, 신을 불러들여 진맥을 보고 말했습니다. ‘이것은 풍단(風癉)이란 병으로 일시적으로 방광에 머물러 있어 대소변을 보기가 어렵고 소변이 붉어진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태후에게 화제탕을 처방하여 복용하게 했습니다. 한 번 마시니 대소변을 보고 두 번 마시니 병이 나아서 소변도 원래대로 잘 보게 되었습니다. 이 병은 땀을 흘렸을 때 소변을 보아 얻은 병으로 ()’에서 얻은 것입니다. 소위 순이라는 것은 옷을 벗어 땀을 말릴 때에 걸리는 병입니다.

 

所以知斉王太後病者, 臣意診其脈, 切其太陰之口, 溼然風気也. 脈法曰沈之而大堅, 浮之而大緊者, 病主在腎.

소이지제왕태후병자 신의진기맥 절기태음지구 습연풍기야. 맥법왈 침지이대션 부지이대긴자 병주재신

 

제가 태후의 병을 안 것은, 진맥을 볼 때 태음맥의 맥구를 짚어보니 축축한 기가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맥법에도 세게 짚어보면 맥이 크고 단단하고, 가볍게 짚어보면 맥이 크면서 강한 것은 병이 신장(腎臟)에 있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腎切之而相反也, 脈大而躁. 大者, 膀胱気也躁者, 中有熱而溺赤.

신절지이상반야 맥대이조. 대자 방광기야: 조자 중유열이요적.

 

그런데 맥을 짚어보니 신장의 경우와는 반대로 맥이 크고 조급한 것은 방광에 병이 있는 것이고, 맥이 조급한 것은 내열(內熱)이 있는 것이며, 이 때문에 소변도 붉은 색으로 변한 것입니다.

 

斉章武里曹山跗病, 臣意診其脈, :「肺消癉也, 加以寒熱.即告其人曰:「, 不治. 適其共養, 此不當醫治.法曰後三日而當狂, 妄起行, 欲走後五日死. 即如期死. 山跗病得之盛怒而以接內. 所以知山跗之病者, 臣意切其脈, 肺気熱也.

제장무리조산부병 신의진기맥 왈 폐소단야 가이한열즉고기인왈 사 불치 적기공양 차부당의치법왈 후삼일이당광 망기행 욕주 후오일사즉여기사/ 산부병득지성노이이접내. 소이지산부지병자 신의절기맥 폐기열야.

 

제나라 장무리(章武里)의 조산부(曹山跗)라는 사람이 병이 들었을 때, 제가 그의 맥을 짚어보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병은 폐()의 소단(消癉)인데, 한열병까지 겹쳡습니다.’. 그리고 곧 그의 가족에게 말했습니다. ‘더 살 수 없겠군요. 이 병은 치료할 수가 없습니다. 그동안 잘 봉양하십니오. 이 병은 침이나 뜸 등으로 치료해 나을 병이 아닙니다.’ 결국 제가 말한 대로 시일이 지나자 죽었습니다. 조산부의 병은 몹시 화가 난 상태에서 방사를 했다가 생긴 병입니다. 제가 조산부의 증세를 알 수 있었던 것은 그의 맥을 짚어보니 폐에 열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脈法曰不平不鼓, 形獘. 此五蔵高之遠數以経病也, 故切之時不平而代. 不平者, 血不居其処代者, 時參撃並至, 乍躁乍大也. 此両絡脈絶, 故死不治.

맥법상 불평불골 형페차오장고지원수이경병야 고절지시불평이대. 불평자 혈불거기처; 대자 시참격병지 사조사대야. 차병착맥절 고사불치.

 

맥법에 이르길 맥이 고르지 않고 무력하면 형체(形體)가 쇠미해진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오장(五臟)이 높게는 폐로부터 멀리는 간에 이르기까지 차례차례 병들어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맥을 짚어보면 고르지 못하고 대맥(代脈)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고르지 못하다는 것은 피가 간에 머무르지 못하는 것이고, 대맥은 맥이 상하좌우에서 때때로 한꺼번에 뛰어 급해지는가 하면 또 거세지는 것입니다. 이것은 간과 폐 두 곳의 낙맥이 끊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치료하지 못하고 살릴 수 없는 것입니다.

 

所以加寒熱者, 言其人屍奪. 屍奪者, 形獘形獘者, 不當関灸鑱石及飲毒薬也. 臣意未往診時, 斉太醫先診山跗病, 灸其足少陽脈口, 而飲之半夏丸, 病者即泄注, 腹中虛

소이가한열자 언기인시탈. 시탈자 형페; 형폐자 부당관구참석급음독약야. 신의미왕진시 제태의선진산부병 구기족소양맥구 이음지반하환 병자즉설주 복중허;

 

또 한열병을 가져왔다고 하는 것은 그가 신체는 있으나 정신은 이미 나가버린 상태였음을 의미합니다. 정신이 이미 나가버리면 뜸도 침도 약도 쓸 수 없습니다. 제가 가서 진찰하기 전에 제나라 태의(太醫)가 먼저 진찰하고서 발의 소양(少陽) 맥구(脈口)에 뜸을 뜨고 반하환(半夏丸)을 복용하게 했습니다. 이에 병자는 즉시 설사해 뱃속이 비게 되었습니다.

 

又灸其少陰脈, 是壊肝剛絶深, 如是重損病者気, 以故加寒熱.

우구이소음맥 시괴간강절심 여시중손병자기 이고가한열.

 

그리고서 또 소음(少陰) 맥구에 뜸을 떴습니다. 그래서 간이 완전히 상하게 된 것입니다. 이렇게 거듭해 병자의 기()를 심하게 해쳐 결국 한열병까지 겹치게 된 것입니다.

 

所以後三日而當狂者, 肝一絡連屬結絶乳下陽明, 故絡絶, 開陽明脈, 陽明脈傷, 即當狂走. 後五日死者, 肝與心相去五分, 故曰五日盡, 盡即死矣.

소이후삼일이당광자 간일락연속결절유하양명 고락절 개양명맥 양명맥상 즉당광주. 후오일사자 간여심상거오분 고왈 오일진 진즉사의.

 

또 사흘 뒤에 발광할 것이라고 한 것은 간의 낙맥 중 하나는 유방 아래의 양명(陽明)에 이어져 있는데, 그 낙맥이 끊어지면 양명맥(陽明脈)이 상하게 되고, 양명맥이 상하게 되면 그대로 미쳐 날뛰게 되기 때문입니다. 닷새 후에 죽는다고 말씀드린 것은 간과 심장은 오푼(五分) 만큼의 거리에 떨어져 있기 때문인데, 간의 원기는 닷새면 다해버리고, 그러면 죽게 됩니다.

 

斉中尉潘満如病少腹痛, 臣意診其脈, :「遺積瘕也.

제중위반만여소복통 신의진기맥 왈 유적하야

 

제나라 중위(中尉)인 반만여(潘滿如)가 하복부에 통증을 일으켰습니다. 이때 제가 그의 맥을 짚어보고 말했습니다. ‘유적하(遺積瘕)입니다

臣意即謂斉太僕臣饒內史臣繇曰:「中尉不複自止於內, 則三十日死.後二十餘日, 溲血死. 病得之酒且內.

신의즉위제태복신요 내사신요왈 중위불복자지어내 즉삼십일사후이십여일 수혈사. 병득지주차내.

 

저는 즉시 제나라의 태복(太僕) ()와 내사(內史) ()에게 말했습니다. ‘중위(中尉)는 스스로 방사를 중지하지 않으면 30일 내로 죽을 것입니다.’ 그 후 스무 날 정도 지나자 소변에 피가 비치고서 죽어버렸습니다. 병은 과도한 술과 방사에서 생긴 것입니다.

 

所以知潘満如病者, 臣意切其脈深小弱, 其卒然合合也, 是脾気也.

소이지반만여병자 신의절기맥심소약 기졸연합합야 시비기야.

 

반만여의 병을 알아차릴 수 있었던 것은 제가 그의 맥을 짚었을 때 그의 맥박이 가라앉고, 작고, 약했는데, 이 세 가지 음맥(陰脈)이 갑자기 한꺼번에 느껴졌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러한 것은 비기(脾氣)입니다.


右脈口気至緊小, 見瘕気也. 以次相乗, 故三十日死. 三陰倶摶者, 如法不倶摶者, 決在急期一摶一代者, 近也. 故其三陰摶, 溲血如前止.

우맥구기지견소 견하기야. 이차상승 고삼ㅁ십일사. 삼음구박자 여법; 불구박자 결재급기; 이박일대자 근야. 거기삼음박 수혈여전지.

 

오른손 촌구맥(寸口脈)이 팽팽하고 미약해 하기(瘕氣) 때문에 세 가지 음기가 나타나 차례로 상승(相乘)하여 30일이면 죽게 됩니다. 이 세 가지 음기가 한꺼번에 뛰고 있으면 정해진 대로 30일이면 죽겠지만 세 음기가 한꺼번에 뛰지 않을 경우는 그보다 빠른 시일에 죽게 됩니다. 음맥과 대맥이 번갈아 가며 뛰다가 멈추었다가 하는 경우는 더 빨리 죽습니다. 그런데 그는 세 가지 음기가 한꺼번에 뛰고 있었으므로 소변에 피가 나오고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죽은 것입니다.

 

陽虛侯相趙章病, 召臣意. 衆醫皆以為寒中, 臣意診其脈曰:「迵風.迵風者, 飲食下嗌而輒出不留. 法曰五日死, 而後十日乃死. 病得之酒.

양허후상조장병 소신의. 중의개이위한중 신의진기맥왈 ; ‘동풍동풍자 음식하익이첩출불류. 법왈 오일사이후십일내사. 병득지주.

 

양허후(陽虛侯)의 승상(丞相) 조장(趙章)이 병들었을 때 신도 불려갔습니다. 여러 의사들이 모두 한중(寒中)’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저는 그의 맥을 짚어보고 이 병은 동풍(迵風)입니다.’라고 했습니다. 동풍이라는 것은 먹은 음식이 모두 그냥 밖으로 나와 버려 배에 머무르지 못하는 병입니다. 의법에 따르면 ‘5일이면 죽는다.’라고 되어 있는데, 그 후 그는 열흘 만에 죽었습니다. 그 병은 술 때문에 생긴 것입니다.

 

所以知趙章之病者, 臣意切其脈, 脈來滑, 是內風気也.

소이지조장지병자 신의절기맥 맥래골 시내풍기야.

 

조장의 병을 알게 된 것은 그의 맥을 짚어보니 맥상이 어지러웠는데 이는 체내 풍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飲食下嗌而輒出不留者, 法五日死, 皆為前分界法. 後十日乃死, 所以過期者, 其人嗜粥, 故中蔵実, 中蔵実故過期. 師言曰安谷者過期, 不安谷者不及期.

음식하익이첩출불류 법오일사 새위전분계법. 후십일내사 소이과기자 기인기죽 고중장실 중장실고과기 사언왈 안곡자과기 불안곡자불급기

 

의법에서는 먹은 음식이 모두 그냥 나가버리고 배에 머무르지 못하면 닷새 만에 죽는다고 되어 있는데 이것은 모두 앞서 말한 맥의 '분계법(分界法)'에 근거한 것입니다. 그런데 환자가 열흘 후에 죽어 기일을 넘긴 것은 그가 죽()을 즐겨 먹고, 위장이 튼실했기 때문입니다. 제 스승께서도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음식을 잘 섭취하는 자는 사기(死期)를 넘기고 죽고, 음식을 잘 섭취하지 않는 자는 사기(死期)가 이르기도 전에 죽는다.’

 

 

済北王病, 召臣意診其脈, :「風蹶胸満.即為薬酒, 盡三石, 病已. 得之汗出伏地.

제북왕 소신의진기맥 왈 풍궐흉만즉위약주 진삼석 병이. 득지한출복지.

 

제북왕(濟北王)이 병이 들자 저를 불러 맥을 보게 했습니다. 저는 그의 맥을 짚어보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병은 풍궐(風蹶)이 가슴에 가득한 겁니다.’ 저는 즉시 약주(藥酒)를 만들어 복용하게 했는데 3(三石)을 마시자 병이 다 나았습니다. 이 병은 땀을 흘린 채로 땅에 드러누웠기 때문에 걸린 것입니다.

 

所以知済北王病者, 臣意切其脈時, 風気也, 心脈濁.

소이지제북왕병자 신의절기맥시 풍기야 심맥탁.

 

제북왕의 병을 알게 된 것은 제가 그의 맥을 짚었을 때 풍기가 있고 심맥(心脈)이 탁했기 때문입니다.

 

病法過入其陽, 陽気盡而陰気入. 陰気入張, 則寒気上而熱気下, 故胸満. 汗出伏地者, 切其脈, 気陰. 陰気者, 病必入中, 出及瀺水也.

병법 과입기양 양기진이음기입음기입장 즉한기상이열기하 고흉만. 한출복지자 절기맥 기음. 음기자 병필입증 출급참수야.

 

의서에 양맥(陽脈)에 풍기(風氣)가 들어가면 양기(陽氣)가 다하고 음기(陰氣)가 들어간다.’라고 했습니다. 음기가 들어가 퍼지면 한기(寒氣)는 올라가려고 하고 열기(熱氣)는 내려가려 하기 때문에 가슴이 답답하게 되는 것입니다. 또 땀을 흘린 채로 땅바닥에 누웠기 때문에 얻은 병이라고 한 것은 그의 맥을 짚어보았을 때 기()가 음()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맥이 음기인 경우에는 병이 반드시 몸속으로 들어가 있으며, 축축한 식은땀을 흘리게 됩니다.

 

斉北宮司空命婦出於病, 衆醫皆以為風入中, 病主在肺, 刺其足少陽脈. 臣意診其脈, :「病気疝, 客於膀胱, 難於前後溲, 而溺赤. 病見寒気則遺溺, 使人腹腫.

제북궁사공명부출오병 중의개이위풀입중 병주재폐 자기족소양맥. 신의진기맥 왈 병기산 객어방광 난어전후수 이뇨적. 병견한기즉유요 사인복종

 

제나라 북궁(北宮) 사공(司空)의 부인인 출오(出於)가 병이 들었을 때, 많은 의사들은 모두 풍기가 몸속으로 들어간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이 병은 주로 폐에 있다고 여겨서 출오의 족소양맥(足少陽脈)에 침을 놓았습니다. 신이 진맥해보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기산(氣疝)을 앓고 있는데, 이것은 산기(疝氣)가 방광에 들어가 있어 대소변을 보기 어렵고 또 소변이 붉어지는 병입니다. 이러한 병은 한기(寒氣)에 닿으면 소변을 가누지 못하고 배속에 종기를 만듭니다.’

 

出於病得之欲溺不得, 因以接內. 所以知出於病者, 切其脈大而実, 其來難,

출오병득지욕뇨부득 인이접내. 소이지출어병자 절기맥대이실 기래난.

 

출오기 이 병을 앓게 된 것은 소변을 보고 싶은데도 참은 채로 방사를 치렀기 때문입니다. 출오의 병을 알 수 있었던 것은 그녀의 맥을 짚어보았더니 맥박이 크고 힘이 있었지만, 맥이 뛰는 것이 순조롭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是蹶陰之動也. 脈來難者, 疝気之客於膀胱也. 腹之所以腫者.

시궐음지동야. 맥래난자 산기지갹어방광야. 복지소이종자.

 

이것은 궐음(蹶陰)의 경맥(經脈)이 움직인 탓입니다. 맥박이 움직이는 것이 순조롭지 못한 것은 산기(疝氣)가 방광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또 배속에 종기가 든 것입니다.

 

言蹶陰之絡結小腹也. 蹶陰有過則脈結動, 動則腹腫. 臣意即灸其足蹶陰之脈, 左右各一所, 即不遺溺而溲清, 小腹痛止. 即更為火斉湯以飲之, 三日而疝気散, 即愈.

언궐음지락결소복야. 궐음유과즉맥결동 동즉복종. 신의즉구기족궐은지먁 좌우각일소 즉불유요이슈청 소복통지. 증경위화제탕이음지 삼일이산기산 즉유.

 

궐음이란 소장에 궐음에 이상이 생기면 맥이 이어져 있는 부위도 움직이고, 이렇게 움직이게 되면 배안에 종기가 생기는 것입니다. 저는 즉시 출오의 족궐음맥(足蹶陰脈), 좌우 각각 한 군데씩 뜸을 떠주었습니다. 그러자 소변을 흘리지 않게 되고 소변 빛깔도 맑아졌으며 아랫배의 통증도 가셨습니다. 그래서 다시 화제탕을 만들어 달여 마시도록 하니, 사흘 만에 산기(疝氣)가 없어지고 병도 곧 낫게 되었습니다.

 

故済北王阿母自言足熱而懣, 臣意告曰:「熱蹶也.則刺其足心各三所, 案之無出血, 病旋已. 病得之飲酒大酔.

고제북왕아모자언족열이만 신의고왈 열궐야즉자기족심각삼소 안지무출혈 병선이 병득지음주대취.

 

() 제북왕(濟北王)의 유모가 발에 열이 올라 괴롭다고 호소했을 때에 제가 진맥 후에 이렇게 말했다. ‘이 병은 열궐(熱蹶)입니다.’ 그리곤 좌우 족심(足心)에 각각 세 군데씩 침을 놓고, 그 자리를 눌러 피가 흘러나오지 않도록 하니 병이 곧 나았습니다. 이 병은 술을 너무 마셔 지나치게 취한 까닭에 생긴 것입니다.

 

済北王召臣意診脈諸女子侍者, 至女子豎, 豎無病.

제북오항소신의진맥제여자시자 지여자수 수무병.

 

그러자 제북왕은 저를 불러 모든 시녀들의 맥을 보게 했습니다. 그런데 이름이 수()라는 시녀의 맥을 보게 되었을 때, 수 자신에게는 병이 없다고 했습니다.

 

臣意告永巷長曰:「豎傷脾, 不可勞, 法當春嘔血死.

신의고영항장왈 신상비 불가노 법당춘구혈사

 

그러나 저는 궁녀들이 머무는 영항(永巷)의 장()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 수라는 시녀는 비장(脾臟)이 나빠져 있으므로 과로해 지치게 되면 안 됩니다. 의법에 따르면 봄이 되면 피를 토하고 죽게 됩니다.’

 

臣意言王曰:「才人女子豎何能?」王曰:「是好為方, 多伎能, 為所是案法新, 往年市之民所, 四百七十萬, 曹偶四人.

신의언왕왈 재인여자수하능?’ 왕왈 시호위방 다기능 위소시안법신 왕년시지민소 사백칠십만 조우사인.’

 

제가 또 제북왕에게 물었습니다. ‘저 재인(才人) 수는 무슨 재주가 있습니까?’ 제북왕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 시녀의 재주는 바느질, 수예와 같은 기술이 좋은데, 매우 다재다능하오. 옛 기예 수법을 연구해 그것에서 새로운 무늬를 생각해내기를 좋아하오. 예전에 민간에서 그의 동년배 네 명과 함께 470만 전()을 주고 사왔소.’

 

王曰:「得毋有病乎?」臣意対曰:「豎病重, 在死法中.王召視之, 其顔色不変, 以為不然, 不売諸侯所.

왕왈 득무유병호?’ 신의대왈 수병중 재사법중왕소시지 기안색불변 이위불연 부매제후소.

 

제북왕이 묻기를 그녀가 병이 걸린 것이오?’ 이에 제가 대답했습니다. ‘수의 병은 중합니다. 죽는 병에 속합니다.’ 그러자 제북왕이 수를 가까이 불러 살펴보았으나 수의 안색에 변화가 없었으므로 병에 걸리지 않았다고 여기고 다른 제후에게 팔지 않았습니다.

 

至春, 豎奉剣従王之廁, 王去, 豎後, 王令人召之, 即仆於廁, 嘔血死. 病得之流汗. 流汗者, 法病內重, 毛髪而色沢, 脈不衰, 此亦內之病也.

지춘 수봉검종왕지측 왕거 수후 왕영인소지 즉부어측 구혈사. 병득지유한 유한자 법병내중 모발이색택 맥불쇠 차역내지병야.

 

이윽고 봄이 되어 왕이 변소에 가는데 수가 칼을 받쳐 들고 따라갔습니다. 그러나 왕이 변소에서 나왔는데도 수가 따라오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왕이 사람을 시켜서 수를 불러오게 하니, 수는 변소에 넘어져 피를 흘리고 죽어 있었습니다. 병은 땀을 너무 많이 흘린 탓에 생긴 것입니다. 땀을 지나치게 많이 흘리는 것은 의법에 의하면 병이 몸속에서 심해진 때문인데, 모발이나 안색은 윤기가 흐르고 맥도 약해지지 않습니다. 이 또한 내장의 병입니다.


 


斉中大夫病齲歯, 臣意灸其左大陽明脈, 即為苦參湯, 日嗽三升, 出入五六日, 病已. 得之風, 及臥開口, 食而不嗽.

제중대부병우치 신의구기좌대양명맥 즉위고삼탕 일수삼승 출입오육일 병이. 득지풍 급와개구 식이불수.

 

제나라 중대부(中大夫)가 충치를 앓고 있었을 때 저는 그의 왼손 양명맥(陽明脈)에 뜸을 떴습니다. 그리고 즉시 고삼탕(苦參湯)을 만들어 하루에 세 되씩 입을 가시게 했더니 5, 6일 만에 나았습니다. 이 병은 바람을 맞으며 입을 벌린 채 자고, 식후에 입을 가시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것입니다.

 

菑川王美人懐子而不乳, 來召臣意. 臣意往, 飲以莨碭薬一撮, 以酒飲之, 旋乳. 臣意複診其脈, 而脈躁. 躁者有餘病, 即飲以消石一斉, 出血, 血如豆比五六枚.

치천왕미인회자이불유 래소신의. 신의왕 음이랑탕약일촬 이주음지 선유. 신의복진기맥 이맥조. 조자유여병 즉음이소것일제 출혈 혈여두비오육매.

 

치천왕(菑川王)의 미인(美人)이 임신하고 젖이 돌지 않아 저를 불러들였습니다. 제가 가서 낭탕약(莨蕩藥)1() 술에 타 마시게 했습니다. 그러자 곧 젖이 돌았읍니다. 제가 다시 맥을 짚어보니 맥이 조급했습니다. 이것은 또 다른 병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즉시 소석(消石)을 한 모금 마시게 했더니 피가 나왔는데, 콩 크기만하게 덩어리진 것이 5, 6개나 나왔습니다.

 

斉丞相舎人奴従朝入宮, 臣意見之食閨門外, 望其色有病気. 臣意即告宦者平. 平好為脈, 學臣意所, 臣意即示之舎人奴病, 告之曰:「此傷脾気也, 當至春鬲塞不通, 不能食飲, 法至夏泄血死.

제긍상사인노종조입궁 신의견지식규문외 망기색유병기. 신의즉고환자평. 평오위맥 학신의소 신의즉시지사인노병 고지왈 차상비기야 당지춘격새부롱 불능식음 법지하설혈사

 

제나라 승상의 가신(家臣)의 노예가 입조하는 주인을 따라 궁중에 들어갔을 때의 일입니다. 저는 그가 궁중의 작은 문밖에서 음식을 먹는 것을 보았습니다. 멀리서 얼굴을 보니 병색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평()이라는 환관에게 그 알려 주었습니다. 평은 병을 진찰하기를 좋아해 저에게서 의술을 배우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에게 가신의 하인이 병들었다고 알려주고 말했습니다. ‘이 병은 비장(脾臟)의 기()가 상해 있어 봄이 되면 가슴이 막혀 통하지 않게 되고 음식을 먹고 마실 수 없게 된다. 의법에서는 여름이 되면 혈변(血便)을 보고 죽는다고 되어 있다.’

 

宦者平即往告相曰:「君之舎人奴有病, 病重, 死期有日.相君曰:「卿何以知之?」:「君朝時入宮, 君之舎人奴盡食閨門外, 平與倉公立, 即示平曰, 病如是者死.

환자평즉왕고상왈 군지사인노유병 병중 사기유일상군왈 경하이지지?’ 군조시입궁 군지사인노진식규문외 평여창공립 즉시평왈 병여시자사

 

그러자 환관 평이 승상에게 가서 이렇게 고했습니다. ‘승상의 가신이 거느린 하인은 병이 들어 있는데, 병세가 중해 머지않아서 죽는다고 합니다.’ 그러자 승상이 물었다. ‘()은 그것을 어찌 알았소?’ 이에 평은 대답했다. ‘승상께서 알현하려 궁중에 들어오셨을 때, 승상 가신의 하인이 작은 문밖에서 끊임없이 음식을 먹고 있었습니다. 저는 창공(倉公)과 함께 그곳에 서 있었는데 창공이 거기서 저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런 병세를 보이는 사람은 죽는다.’

 

相即召舎人而謂之曰:「公奴有病不?」舎人曰:「奴無病, 身無痛者.至春果病, 至四月, 泄血死.

상즉고사인노이위지왈 공노유병불?’ 사인왈 무노병 신무통자지춘과병 지사월 설혈사.

 

그러자 승상은 가신을 불러 물었습니다. ‘그대의 하인에게 병이 있는가?’ 이에 가신은 말했습니다. ‘제 노비는 병이 없습니다. 몸이 아프다는 경우도 없습니다그러나 봄이 되자 결국은 그 하인은 병이 들고 4월이 되자 혈변을 보고 죽었습니다.

 

所以知奴病者, 脾気周乗五蔵, 傷部而交, 故傷脾之色也, 望之殺然黃, 察之如死青之茲.

소이지노병자 비디주승오장 상부이교 고상비지색야 망지살연황 찰지여사청지자.

 

제가 그 하인의 병을 알게 된 것은 비장의 기가 완전히 오장으로 옮겨 들어가, 이것이 얼굴의 각 부위에 교차해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비장이 상한 사람의 안색은 멀리서 바라보면 언뜻 누런색으로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시든 풀 같은 짙은 잿빛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衆醫不知, 以為大蟲, 不知傷脾. 所以至春死病者, 胃気黃, 黃者土気也, 土不勝木, 故至春死. 所以至夏死者.

중의부지 이위대충 부지상비. 소이지춘사병자 위기황 황자사기야 사불승목 고지춘사. 소이지하사자.

 

여러 의원이 그 병을 알지 못하고 회충 때문이라고 여길 뿐 비장이 상해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습니다. 또 봄이 되면 병이 중해져 죽을 것이라고 한 것은 비위(脾胃)가 병든 얼굴색은 황색(黃色)인데, 황색은 토()의 기()이고, ()는 목()을 이기지 못하므로 봄이 되면 죽는다고 한 것입니다. 그러나 환자가 여름이 되어서야 죽은 까닭은 이렇습니다.

 

脈法曰病重而脈順清者曰內関, 內関之病, 人不知其所痛, 心急然無苦.

맥법왈 병중이맥순청자왈내관내관지병 인부지기소통 심급연무고.

 

맥법병이 중한데도 맥이 정상인 것을 내관(內關)이라고 한다.’라고 했듯이, 내관의 병은 병든 사람이 아픈 것을 모르고 아무런 고통도 느끼지 못합니다.

 

若加以一病, 死中春一愈順, 及一時. 其所以四月死者, 診其人時愈順. 愈順者, 人尚肥也. 奴之病得之流汗數出, 灸於火而以出見大風也.

약가이일병 사중춘; 일유순 급일시. 기소이사월사자 진기인시유순. 유순자 인상비야. 노지병득지류한수출 구어화이이출현대풍야.

 

만일 여기에 한 가지 병을 더한다면 중춘(中春)에 죽겠지만, 마음이 즐겁고 천리(天理)에 따라 양생(養生)한다면 한 계절을 연장할 수 있습니다. 그가 4월이 되어 죽은 것은 그를 진찰했을 때 그의 마음은 즐거웠고 자연에 따르고 있었으며 몸도 아직 살이 쪄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하인의 병은 땀을 흘린 채로 여러 번 밖으로 나돌아가 불에 쬐고, 그리고 또 밖에 나와서 센 바람을 쐬었기 때문에 얻게 된 것입니다.

 

菑川王病, 召臣意診脈, :「蹶上為重, 頭痛身熱, 使人煩懣.臣意即以寒水拊其頭, 刺足陽明脈, 左右各三所, 病旋已. 病得之沐髪未乾而臥. 診如前, 所以蹶, 頭熱至肩.

치천왕병 소신의진맥 왈 궐상위중 두통신열 사인번만신의즉이한수부기두 자족양명맥 좌우각삼ㅁ소 병선이. 병득지목발미건이와. 진여전 소이궐 두열지견.

 

치천왕이 병이 들었을 때 저를 불러 진맥하게 하여 제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병은 궐()인데 상부의 증상이 심해 두통이 나고 몸에 열이 나서 마음이 괴롭게 되고 가슴이 답답하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즉시 찬물로 그의 머리를 식히게 하고 좌우의 족양명맥(足陽明脈)에 세 군데씩 침을 놓았습니다. 그러자 곧 병이 완쾌되었습니다. 그 병은 머리를 감고 나서 마르기 전에 잠을 잤기 때문에 걸린 것입니다. 병을 진단한 과정은 앞서 말한 바와 같고, 궐이라고 한 것은 열이 머리에서 어깨까지 역행했기 생긴 병을 말하는 것입니다.

 

斉王黃姫兄黃長卿家有酒召客, 召臣意. 諸客坐, 未上食. 臣意望見王後弟宋建, 告曰:「君有病, 往四五日, 君要脅痛不可俛仰, 又不得小溲. 不亟治, 病即入濡腎. 及其未舎五蔵, 急治之. 病方今客腎濡, 此所謂腎痺.

제왕황희형황장경가유주소객 소신의. 제객좌 미상식. 신의망견왕후제송건 고왈 군유병 왕사오일 군요협통불가면앙 우부득소수. 불극치 병즉이유신. 급기미사오장 금치지. 병방금객신유 차소위 신비

 

제왕(齊王)의 애첩 황희(黃姬)의 오빠 황장경(黃長卿)이 집에서 주연을 베풀어 손님을 청했을 때 저도 초청되었습니다. 여러 손님들이 자리에 앉았지만 아직 음식이 들어오지 않았을 때 제가 왕후(王后)의 아우인 송건(宋建)을 보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에게는 병이 있습니다. 4, 5일 전에 군은 등허리가 아파서 위를 쳐다볼 수도 아래를 내려다볼 수도 없고 소변도 볼 수 없었을 것입니다.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병은 바로 신장(腎臟)으로 진행되어버릴 것입니다. 병이 오장(五臟)으로 들어가 버리기 전에 서둘러 치료하십시오. 병은 지금 막 신장으로 들어가려 하고 있는데, 이 병의 이름은 신비(腎痺)”라고 합니다.’

 

宋建曰:「, 建故有要脊痛. 往四五日, 天雨, 黃氏諸倩見建家京下方石, 即弄之, 建亦欲效之, 效之不能起, 即複置之. , 要脊痛, 不得溺, 至今不愈.

송건왈 연 건고유요척통. 왕사오일 천우 황씨제청견건가경하방석 즉롱지 건역욕효지 효지부능기 즉복치지. 모 요척통 부득뇨 지금불유

 

그러자 송건이 저에게 말했습니다. ‘그렇습니다. 나는 전부터 등허리가 아팠소. 실은 4, 5일 전 비 오던 날, 황씨(黃氏)의 사위들이 우리 집 곳간에 있던 네모난 돌을 보고는 이것을 가지고 놀이를 했소. 나도 그들이 하는 양을 흉내 내어 똑같이 해보았지만 돌을 들어 올릴 수가 없어서 그대로 다시 내려놓았소. 그런데 저녁때부터 등허리가 아프고 소변도 볼 수 없게 되었는데 지금까지도 낫지 않고 있습니다.’

 

建病得之好持重. 所以知建病者, 臣意見其色, 太陽色乾, 腎部上及界要以下者枯四分所, 故以往四五日知其発也. 臣意即為柔湯使服之, 十八日所而病愈.

건병득지호지중. 소이지건병자 신의견기색 태양색건 신부상급계요이하자고사분소 고이왕사오일지기발야. 신의즉위유탕사복지 십팔일소이병유.

 

송건의 병은 무거운 것을 들어올리기를 즐겨 했기 때문에 생긴 것입니다. 송건의 병을 알게 된 것은 제가 그의 안색을 보니 광대뼈 부위가 메말라 윤기가 없고, 신부(腎部)에서 허리 이하에 이르는 사푼(四分) 정도의 부위가 건조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4, 5일 전에 발병한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유탕(柔湯)을 만들어 복용시켰더니 18일 만에 병이 완쾌되었습니다.

 

済北王侍者韓女病要背痛, 寒熱, 衆醫皆以為寒熱也. 臣意診脈, :「內寒, 月事不下也.即竄以薬, 旋下, 病已. 病得之欲男子而不可得也.

제북왕시자한녀병요배통 한열 중의개이위한열야. 신의진맥 왈 내한 월사불하야즉찬이약 선하 병이. 병득지욕남자이불가득야.

 

제북왕(濟北王)의 시녀 중에 한녀(韓女)가 허리와 등이 아프고 오한이 났다 열이 올랐다 했을 때, 여러 의사들이 모두 한열병(寒熱病)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맥을 짚어보고 이렇게 진단했습니다. ‘몸속이 차져서 월경(月經)이 통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리고 즉시 좌약(坐藥)을 사용하게 했더니, 곧 월경이 통하고 병이 나았습니다. 이 병은 남자와 성교를 하지 못해서 생긴 병입니다.

 

所以知韓女之病者, 診其脈時, 切之, 腎脈也, 嗇而不屬. 嗇而不屬者, 其來難, , 故曰月不下. 肝脈弦, 出左口, 故曰欲男子不可得也.

소이지한녀지병자 진기맥시 절지 신맥야 장이불속. 장이불속자 기래난 신 고왈월불하. 간맥현 출좌구 고왈욕남자불가득야.

 

제가 한녀의 병을 알아낸 것은 맥을 짚어보았을 때 그 맥이 신맥(腎脈)이었기 때문입니다. 맥박이 뛰는 것이 여리고 느리며 끊어지곤 했습니다. 여리고 느리며 끊어지는 맥박은 그 뛰는 것이 원활하지 않고 단단합니다. 그래서 월경이 통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입니다. 또 간맥(肝脈)이 활시위같이 팽팽한 것이 상부 심맥(心脈)의 촌구(寸口)에서 뛰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까닭에 남자를 가까이하고 싶었으나 그 뜻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에 얻은 병이었습니다.

 

臨菑氾里女子薄吾病甚, 衆醫皆以為寒熱篤, 當死, 不治. 臣意診其脈, :「蟯瘕.蟯瘕為病, 腹大, 上膚黃麤, 循之戚戚然. 臣意飲以芫華一撮, 即出蟯可數升, 病已, 三十日如故.

임치범리여자박오병심 중의개이위한열독 당사 불치. 신의진기맥 왈 요하요하위병 복대 상부황추 순지척척연. 신의음이원화일촬 즉출요가수승 병이 삼십일여고.

 

임치현(臨菑縣) 범리(氾里)에 사는 박오(薄吾)라는 여자가 중병에 걸렸습니다. 여러 의사들이 모두 한열병이 심해졌기 때문에 이로 인해서 죽을 것이며 치료할 방법이 없다고 여겼습니다. 제가 그녀의 맥을 짚어보고 요하(蟯瘕:요충)’라고 진단했습니다. ‘요하라는 병은 배가 부풀어 오르고 피부가 누렇게 되고 거칠어지며 손으로 만져보면 환자가 아파합니다. 제가 원화(芫華) 1()을 복용하게 하자, 곧 요충(蟯蟲)이 몇 되나 나오고 병이 나아 30일 만에 옛날처럼 건강해졌습니다.

 

病蟯得之於寒溼, 寒溼気宛篤不発, 化為蟲. 臣意所以知薄吾病者, 切其脈, 循其尺, 其尺索刺麤, 而毛美奉髪, 是蟲気也. 其色沢者, 中蔵無邪気及重病.

병요득지어한습 한습기완독불발 화위충. 신의소이지박오병자 절기맥 순기척 기척색자하 이모미봉발 시충기야. 기색택자 중장무사기급중병.

 

이 병은 한기(寒氣)와 습기(濕氣) 탓에 걸린 것입니다. 한기와 습기가 몸에 꽉 차서 발산되지 못하면 벌레로 변하는 것입니다. 제가 박오의 병을 알게 된 것은 그의 맥을 짚었을 때 척부(尺膚:팔꿈치와 팔목 사이의 안쪽 살갗) 부위를 만져보니 이곳이 거칠어져 껄끄러웠고, 머리카락은 타 오그라져 있었기 때문인데, 이러한 현상은 벌레로 인해 생긴 것입니다. 병자의 얼굴에 윤기가 돌면 몸속 오장에 아무런 사기(邪氣)도 중병(重病)도 없다는 것입니다.

 

斉淳於司馬病, 臣意切其脈, 告曰:「當病迵風. 迵風之狀, 飲食下嗌輒後之. 病得之飽食而疾走.

제순우사마병 신의절기맥 고왈 당중동풍 동풍지상 음식하익첩후지. 병득포식이질주

 

제나라의 순우사마(淳于司馬)가 병들었을 때 저는 그 맥을 짚어보고 말했습니다. ‘이 병은 동풍(迵風)이란 병입니다. 동풍의 증상은 음식물이 목구멍을 넘어가기만 하면 곧바로 설사로 몸 밖으로 나가버리는 것입니다. 이 병은 배불리 먹고 나서 빨리 달렸기 때문에 걸린 것입니다.’

 

淳於司馬曰:「我之王家食馬肝, 食飽甚, 見酒來, 即走去, 駆疾至舎, 即泄數十出.臣意告曰:「為火斉米汁飲之, 七八日而當愈.

순우사마왈 아지왕가식마간 식포심 견주래 구질지사 즉설수십출신의고왈 위화제미즙음지 칠팔일이당유

 

그러자 순우사마는 대답했다. ‘나는 왕궁에 가서 말의 간을 지나치게 포식했는데, 다시 술이 나오는 것을 보고 황급히 자리를 피해 도망치듯 빨리 달려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러자 수십 번이나 설사를 했습니다.’ 저는 그에게 다음과 같은 처방을 알려주었다. ‘화제탕과 미즙(米汁)을 섞어서 마시고 7, 8일이면 완쾌될 것입니다.’

 

時醫秦信在旁, 臣意去, 信謂左右閣都尉曰:「意以淳於司馬病為何?」:「以為迵風, 可治.信即笑曰:「是不知也. 淳於司馬病, 法當後九日死.

시의진신재방 신의거 신위좌우각도위왈 의이순우사마병위하?’ 이위동풍 가치신즉소왈 비불지야 순우사마병 법당후구일사

 

이때 진나라 이라는 의원이 옆에 있다가 제가 돌아간 을 지키는 도위(都尉)에게 물었습니다. ‘순우의가 순우사마의 병을 뭐라고 했습니까?’ 이에 도위는 대답했다. ‘동풍이라는 병인데 순우의가 치료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자 신()은 웃으면서 말했다. ‘그것은 모르고 한 말입니다. 순우사마의 병은 의법에 의하면 아흐레 후에 죽게 됩니다.’

 

即後九日不死, 其家複召臣意. 臣意往問之, 盡如意診. 臣即為一火斉米汁, 使服之, 七八日病已. 所以知之者, 診其脈時, 切之, 盡如法. 其病順, 故不死.

즉후구일불사 기가복소신의. 신의왕문지 진여의진. 신즉위일화제미즙 사복지 칠팔일병이. 소이지지자 진기맥시 절지 진여법. 기병순 고불사.

 

그런데 아흐레가 지나도 죽지 않았으므로 그의 집에서는 다시 또 저를 불렀습니다. 제가 가서 용태를 들어보니 완전히 제가 한 진단과 일치되었습니다. 저는 그 자리에서 화제탕에 미즙을 섞은 것을 복용하게 했습니다. 그러자 7, 8일 만에 병이 나았습니다. 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을 안 것은 그의 맥을 짚었을 때, 맥이 의법에서 말하는 바와 완전히 같았고, 병과 맥이 서로 맞아떨어졌기 때문에 죽지 않았던 것입니다.

 

斉中郎破石病, 臣意診其脈, 告曰:「肺傷, 不治, 當後十日丁亥溲血死.即後十一日, 溲血而死. 破石之病, 得之墮馬僵石上. 所以知破石之病者, 切其脈, 得肺陰気, 其來散, 數道至而不一也. 色又乗之. 所以知其墮馬者, 切之得番陰脈. 番陰脈入虛裏, 乗肺脈. 肺脈散者, 固色変也乗也.

제중랑파석병 신의진기맥 고왈 폐상 불치 당후십일정해수혈사즉후십일일 수혈이사. 파석지병 즉지타마강석상. 소이지파석지병자 절기맥 득폐음기 기래산 수고지이불일야. 색우승지. 소이지기타마자 절지득번음백. 번음백입허리 승폐맥. 폐맥산자 고색변야승야.

 

제나라의 중랑(中郎)인 파석(破石)이 병들었을 때, 제가 가서 진찰했습니다. 그의 그의 맥을 짚어보고 이렇게 말했습닏. ‘폐가 상해 치료할 수 없습니다. 열흘 후 정해일(丁亥日)에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고 바로 죽을 것입니다.’ 그러자 열하루 되던 날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고 죽었습니다. 파석의 병은 말 타다 떨어져 돌 위에 넘어졌기 때문에 얻은 병입니다. 제가 파석의 병을 알게 된 것은 그의 맥을 짚어보았을 때 폐에 음기(陰氣)가 있고, 그 기맥이 뛰는 것이 흩어져 몇 갈래로 뛰며 한결같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또 안색 또한 음기로 인해 붉어져 있었습니다. 그가 말에서 떨어졌다는 사실을 안 것은 그의 맥을 짚어보니 반음맥(反陰脈)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그 반음맥이 허약한 곳으로 들어간 후 폐맥(肺脈)을 침범하여 폐맥이 흩어지면 본래의 얼굴색이 변하게 됩니다.

 

所以不中期死者, 師言曰:「病者安谷即過期, 不安谷則不及期. 其人嗜黍, 黍主肺, 故過期.

소이중불기사자 사언왈 병자안곡즉과기 부란곡즉불급기기인기서 서주폐 고과기.

 

제가 예측한 날자를 지나 죽은 이유는 저의 스승 공승(公乘) 양경(陽慶)께서 이렇게 말씀하신 적이 있었습니다. ‘환자가 곡기(穀氣)를 잘 섭취하면 사기(死期)를 넘어서 죽고, 곡기를 잘 섭취하지 않으면 사기에 이르기도 전에 죽는다.’ 그 사람은 기장()을 즐겨 먹었는데 기장이 폐를 보()하기 때문에 죽을 날을 넘긴 것입니다.

 

所以溲血者, 診脈法曰病養喜陰処者順死, 養喜陽処者逆死. 其人喜自靜, 不躁, 又久安坐, 伏幾而寐, 故血下泄.

소이수혈자 진맥법왈 병양희음처자순사 양희양처자역사기인희자정 불조 우구안좌 복기이매 고혈하설.

 

또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온 것은 진맥법(診脈法)에도 병을 조섭하는 데에도 고요한 음기(陰氣)를 좋아하는 자는 피를 아래로 쏟고 죽고, 즐기기 좋아하는 양기(陽氣)를 좋아하는 자는 피를 토하고 죽는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은 고요한 것을 좋아했고 조급하지 않았으며 또 오랫동안 조용히 앉아 책상에 엎드려 잤기 때문에 피를 아래로 쏟고 죽은 것입니다.

 

斉王侍醫遂病, 自練五石服之. 臣意往過之, 遂謂意曰:「不肖有病, 幸診遂也.

제왕시의수병 자련오석복지. 신의왕과지 수위의왈 불초유병 행진수야

 

제왕(齊王)의 어의인 수()가 병들었을 때 그는 스스로 오석(五石)을 달여서 복용했습니다. 제가 가보니 수는 저에게 말했습니다. ‘불초한 제가 병이 들어으나 다행히 선생을 만났으니 진찰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臣意即診之, 告曰:「公病中熱. 論曰中熱不溲者, 不可服五石. 石之為薬精悍, 公服之不得數溲, 亟勿服. 色將発臃.

신의즉진지 고왈 공병중열 논왈 중열불수자 불가복오석석지위약정한 공복지부득수수 스물복. 색장발옹

 

저는 즉시 그를 진찰하고 말했습니다. ‘()의 병은 중열(中熱)입니다. 약론(藥書)열이 몸속에 차 있어 소변을 보지 못하는 자는 오석을 복용해서는 안 된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석제(石劑)의 약효가 너무 강해 공이 이것을 복용하시면 소변을 보는 횟수가 줄어들 것이니 당장 복용을 중지하십시오. 안색을 보니 장차 부스럼이 날 것 같습니다.’

 

遂曰:「扁鵲曰陰石以治陰病, 陽石以治陽病. 夫薬石者有陰陽水火之斉, 故中熱, 即為陰石柔斉治之中寒, 即為陽石剛斉治之.

수왈 편작왈 음석이치음병 양석이치양병부약석자유음양수화지제 고중열 즉위음석 유제치지; 중한 즉위양석당제치지

 

그러자 수가 이렇게 변명했다. ‘편작은 음석(陰石)으로 음성(陰性)의 병을 치료하고 양석(陽石)으로 양성(陽性)의 병을 낫게 했습니다.’ 무릇 약석(藥石)에는 음(), (), (), ()에 해당하는 각기의 약제가 있습니다. 고로 몸속에 열이 있으면 순한 음석의 약제를 지어 치료하고, 몸속에 한기가 있으면 강한 양석의 약제를 지어 치료한다고 합니다.‘

 

臣意曰:「公所論遠矣. 扁鵲雖言若是, 然必審診, 起度量, 立規矩, 稱権衡, 合色脈表裏有餘不足順逆之法, 參其人動靜與息相應, 乃可以論. 論曰陽疾処內, 陰形應外者, 不加悍薬及鑱石.

신의왈 공소론원의, 편작수언약시 연필심진 기도량 입규거 칭권형 합색맥표리유여부족순역지법 참기인동정여식상응 내가이론. 론왈 양질처내 음형응외자 불가한약급첨석

 

이에 제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의 관점은 실제의 상황과 거리가 먼 것입니다. 편작이 비록 그렇게 말을 했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세밀하게 진단해야 합니다. . 말하자면 도량(度量)을 사용해 규거(規矩)로 재고 권형(權衡)으로 다는 것처럼 안색과 맥의 상태, 겉과 안, 여분과 부족, ()과 역()의 법칙 등을 모두 고려하고, 또 병자의 동정(動靜)과 호흡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지의 여부를 등을 참작한 후에야 석약(石藥)의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약론에도 이르길 양성의 병이 속에 들어 있고 이에 감응해 음성의 증상이 밖으로 드러난 경우는 강한 약이나 침을 써서는 안 된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夫悍薬入中, 則邪気辟矣, 而宛気愈深. 診法曰二陰應外, 一陽接內者, 不可以剛薬. 剛薬入則動陽, 陰病益衰, 陽病益箸, 邪気流行, 為重困於兪, 忿発為疽.

부한약입중 즉사시피의 이완기유심. 진법왈 이음응외 일양접내자 불가이강약”. 강약입즉동양 음병익쇠 양병익저 사기유행 위중곤어유 분발위저

 

무릇 강한 약이 몸속에 들어가면 사기(邪氣)가 모여들어 울기(鬱氣)가 점점 깊어집니다. 맥법에도 소음(少陰)의 한기(寒氣)가 내열에 응해서 겉으로 드러나고, 소양(少陽)의 열이 안에 차 있는 경우는 강한 약을 써서는 안 된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강한 약이 몸속으로 들어가면 양기를 움직이게 하므로 이 때문에 음성의 병은 점점 약해지고 양성의 병은 점점 중해지며 사기는 밖으로 흘러 경맥(經脈)의 수혈(兪穴)에 깊은 통증을 주는 결과가 되어 분노가 폭발하듯 터져 나와 부스럼이 되는 것입니다.’

 

意告之後百餘日, 果為疽発乳上, 入欠盆, . 此謂論之大體也, 必有経紀. 拙工有一不習, 文理陰陽失矣.

의고지후백여일 과위저발유상 입결분 사. 차위론지대예야 필유경기. 졸공유일불습 문리음양실의.

 

그리고 1백일여 쯤 지나자 과연 제가 말한 대로 종기가 유방 위에 생겼는데, 이것이 결분(缺盆: 쇄골 위) 속으로 침입하여 마침내 그는 죽고 말았습니다. 이상에서 말한 것은 의원들이 극히 개략적인 것만을 알고, 실제로는 병증에 따른 치료 원칙을 알지 못해서 발생한 일입니다. 평범한 의원은 한 가지도 제대로 배우지 못해 미숙하므로, 의학서에 쓰인 치료방법에만 집착하고 실제 병증에 관한 음양 관계를 잘못 보기 때문입니다.

 

斉王故為陽虛侯時, 病甚, 衆醫皆以為蹶. 臣意診脈, 以為痺, 根在右脅下, 大如覆杯, 令人喘, 逆気不能食. 臣意即以火斉粥且飲, 六日気下即令更服丸薬, 出入六日, 病已. 病得之內. 診之時不能識其経解, 大識其病所在.

제왕고위득허후시 병심 중의개이위궐. 신의진맥 이위비 근재우협하 대여복배 영인천 역기불능식. 신의즉이화제죽차음 육일기하; 즉영경복환약 출입육일 병이. 병득지내. 진지시불능식기경해 대식기병소재.

 

제왕(齊王)이 옛날 양허후(陽虛侯)로 있었던 시절에 중병에 걸렸던 적이 있었습니다. 여러 의사들이 그의 병을 모두 궐()이라고 여겼습니다. 제가 맥을 짚어보고 비()라고 진단했습니다. 그 병근(病根)은 오른쪽 옆구리 아래에 있었는데 술잔을 엎어놓은 정도로 커서 병자로 하여금 숨이 차게 하고 기()가 역류하여 음식을 먹지 못하게 했습니다. 제가 즉시 화제죽(火劑粥)을 복용하게 하니, 엿새 후에 기가 내려갔습니다. 이에 다시 환약(丸藥)을 복용하게 하니 대략 엿새 만에 병이 나았습니다. 이 병은 방사를 절제하지 않은 데서 걸린 것입니다. 그런데 제가 진맥했을 때, 어떻게 이 병을 해석해야 하는지는 몰랐고, 병근의 소재만 대략적으로 알 수 있었을 뿐입니다.

 

臣意嘗診安陽武都里成開方, 開方自言以為不病, 臣意謂之病苦遝風, 三歳四支不能自用, 使人瘖, 瘖即死.

신의상진안양무도리성개방 개방자언이위불병 신의위지병고답풍 삼세사지불능자용 사인음 음즉사.

 

제가 예전에 안양현(安陽縣) 무도리(武都里)에 사는 성개방(成開方)을 진찰한 적이 있습니다. 성개방 자신은 병에 걸리지 않았다고 했습니다만 저는 그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앞으로 답풍()에 걸려 고통을 받게 되고, 3년 후에는 수족을 쓰지 못하고 목소리도 나오지 않게 될 것입니다. 말을 못하게 되면 곧 죽게 됩니다.”

 

今聞其四支不能用, 瘖而未死也. 病得之數飲酒以見大風気. 所以知成開方病者, 診之, 其脈法奇咳言曰蔵気相反者死. 切之, 得腎反肺, 法曰三歳死.

영문기사지불능용 음이미사야. 병득지수음주이견댜풍기. 소이지성개방병자 진지 기먁법기해언왈 장기상반자사‘. 절지 득신반폐 법왈 삼세사.

 

지금 듣으니 그가 수족이 마비되어 스스로 움직이지도 쓰고 말도 하지 못하게 되었으나 아직은 죽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의 병은 자주 술을 마시고 찬 바람을 쐬었기 때문에 걸린 것입니다. 제가 성개방의 병을 알아낸 것은 스승의 책인 맥법기해술(奇咳術)오장의 기가 서로 거스르는 자는 3년 만에 죽는다.’라고 적혀 있었고, 그의 맥을 짚었을 때 신기(腎氣)가 폐기(肺氣)를 거스르고 있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安陵阪里公乗項処病, 臣意診脈, :「牡疝.牡疝在鬲下, 上連肺. 病得之內. 臣意謂之:「慎毋為勞力事, 為勞力事則必嘔血死.

안릉판리공승항처병 신의진맥 왈 모산목산재격하 상연폐. 병득지내. 신의위지 신무위노력사 위노력사즉필수혈사

 

안릉(安陵) 판리(阪里)에 사는 공승(公乘) 항처(項處)가 병이 들었을 때 저는 맥을 짚어보고 말했습니다. ‘이 병은 모산(牡疝)입니다. 모산은 흉격(胸膈) 아래에 발생해 위로 폐에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이 병은 방사를 절제하지 않아 생긴 것이었습니다. 조심하시고 힘든 일을 절대 하지 않도록 주의하십시오. 조심하지 않고 힘든 일을 하면 반드시 피를 토하고 죽을 것입니다.’

 

処後蹴踘, 要蹶寒, 汗出多, 即嘔血. 臣意複診之, :「當旦日日夕死.即死.

처후축국 요궐한 한출다 즉구혈. 신의복진지 왈 당단일일석사즉사.


그 후 항처는 축국(蹴鞠)을 하다가 허리에 한기(寒氣)를 느끼고 땀을 흠뻑 흘리고는 피를 토했습니다. 제가 다시 그를 진찰하고 말했습니다. ‘내일 저녁 죽을 것입니다.’ 그는 결국 제 말대로 죽었습니다.

 

病得之內. 所以知項処病者, 切其脈得番陽. 番陽入虛裏, 処旦日死. 一番一絡者, 牡疝也.

병득지내. 소이지항처병자 절기맥득번양. 번양립허리 처단일사. 일번일락자 모산야.

 

제가 항거의 병을 알아낸 것은 그의 맥을 짚었을 때 번양맥(番陽脈)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이 번양맥이 허약한 곳으로 침범하여 항처는 죽게 됩니다. 한편으로는 번양맥이 느껴지고 다른 방면으로 산통(疝痛)이 위로 폐까지 연결되어 생기는 병이 모산입니다.

 

臣意曰他所診期決死生及所治已病衆多, 久頗忘之, 不能盡識, 不敢以対.

신의왈 타소진기결사생급소치이병중다 구파망지 불능진식 불감이대.

 

제가 답하길 이밖에도 저는 진맥을 통해서 죽고 사는 기일을 예측하고 치료해서 병을 낫게 한 적이 많았으나 오래되어 대부분 잊어버려 기억하지 못하니 더 이상 감히 답드릴 수 없습니다.

 

問臣意:「所診治病, 病名多同而診異, 或死或不死, 何也?」対曰:「病名多相類, 不可知, 故古聖人為之脈法, 以起度量, 立規矩, 県権衡, 案縄墨, 調陰陽, 別人之脈各名之, 與天地相應, 參合於人, 故乃別百病以異之, 有數者能異之, 無數者同之. 然脈法不可勝験, 診疾人以度異之, 乃可別同名, 命病主在所居.

문신의 소진치병 병명다동이진이 혹사혹불사 하야?’ 대왈 병명다상류 불가지 고고성인위지맥법 이기도량 입규거 현권형 안승묵 조음양 별인지맥각명지 여천지상응 삼합어인 고내별백병이이지 유수자능이지 무수자동지. 연맥법불가승험 진질인이도리지 내가별동명 명병주재소거.

 

그러자 황제가 이렇게 물었다. ‘진맥으로 고친 병은 명칭이 같은 것이 많으나, 처방이 다르고 어떤 자는 죽기도 하고 어떤 자는 살기도 하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이에 순우의가 답변했다. ‘병 이름은 유사한 것이 많아서 모두 다 알 수가 없습니다. 고로 옛날 성인들이 그 진맥법을 만들어 이에 의해서 도량(度量)을 사용해 규거(規矩)로 재고 권형(權衡)으로 달며 승묵(繩墨)을 사용해 음양의 성쇠를 살폈습니다. 또 사람의 맥을 구별해 각각 명칭을 붙였습니다. 여기다 또 위로는 천지의 변화에 서로 순응하게 하고 아래로는 인체의 생리에 부합하게 했습니다. 그래서 갖가지 질병을 분별해 이름을 지었고 그에 따른 여러 가지 진단을 내릴 수 있는 것입니다. 의술이 뛰어난 사람은 구별해 여러 가지 진단을 내릴 수 있지만, 의술이 졸렬한 자는 혼동하는 것입니다. 그렇다고는 하나 맥법이라는 것은 하나하나 시험해볼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병자를 진찰하는 데 도량(度量)을 가지고 맥의 부위를 구별해 같은 이름의 병을 자세히 구분하고 병이 주로 어디에 있는지를 짚어낼 수 있습니다.

 

今臣意所診者, 皆有診籍. 所以別之者, 臣意所受師方適成, 師死, 以故表籍所診, 期決死生, 観所失所得者合脈法, 以故至今知之.

금신의소진자 개유진적. 소이별지자 신의소구사방적성 사사 이고표적소진 기결사생 관소실소득자합맥법 이고지금지지.’

 

지금까지 제가 진찰한 환자와 처방은 모두 진찰부(診察簿)에 기록해두었습니다. 제가 질병을 구별할 수 있는 것은 제가 스승으로부터 의술을 모두 습득했을 때 스승이 돌아가셨기 때문입니다. 이에 저는 진단한 병과 생사를 예측한 것을 모두 진찰부에 기록해 진단이 적중했는지 어떤지를 맥법과 대조해 관찰해 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에 와서도 그 경과를 확실히 판별할 수 있는 것입니다.’

 

 

 

問臣意曰:「所期病決死生, 或不應期, 何故?」対曰:「此皆飲食喜怒不節, 或不當飲薬, 或不當鍼灸, 以故不中期死也.

문신의왈; ‘소기병결사생 혹불응기 하고?’ 대왈 차개음식희노부절 혹부당음약 혹부당침구 이고불중기사야.’

 

이에 황제가 물었다. ‘병을 진찰해 생사의 시기를 판정한 것이 때로 맞지 않기도 하는데, 무슨 때문인가?’ 순우의가 대답했다. ‘그렇게 된 것은 모두 병자가 음식과 기뻐하고 노하는 것에 절도를 잃었거나, 혹은 처방에 맞지 않는 약을 복용했거나, 혹은 침과 뜸을 적절하게 시술하지 않았기 때문에 예측한 기일을 맞추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問臣意:「意方能知病死生, 論薬用所宜, 諸侯王大臣有嘗問意者不及文王病時, 不求意診治, 何故?」

문신의 의방능지병사생 논약용소의 제후왕대신유상문의자불? 급문왕병시 불구의진치 하고?’

 

황제가 물었다. ‘당신은 능히 병으로 사람들의 생사(生死)을 알고, 약을 처방할 때에 약제의 가감(加減)에 대해서 논할 수 있는 사람이오. 그런데 제후나 왕, 대신 중에 일찍이 그대에게 병에 대해서 의논한 자가 있는가? 그리고 제나라 문왕(文王)이 병들었을 때 그대에게 진찰해 치료를 구하지 않은 것은 그 이유가 무엇 때문인가?’

 

対曰:「趙王膠西王済南王呉王皆使人來召臣意, 臣意不敢往. 文王病時, 臣意家貧, 欲為人治病, 誠恐吏以除拘臣意也, 故移名數, 左右不脩家生, 出行遊國中, 問善為方數者事之久矣, 見事數師, 悉受其要事, 盡其方書意, 及解論之. 身居陽虛侯國, 因事侯. 侯入朝, 臣意従之長安, 以故得診安陵項処等病也.

대왈 조왕 교서왕 제남왕 오왕개사인래소신의 신의불감왕. 문왕병시 신의가빈 욕위인치병 성공리이제구신의야 고리명수 좌우불유가생 출행유국중 문선위방수자사지구의 견사수사 실수기요사 진기방서의 급해온지. 신거양허루국 인사후. 후입조 신의종지장안 이고득진안릉항처등병야.’

 

순우의가 대답했다. ‘조왕(趙王), 교서왕(膠西王), 제남왕(濟南王), 오왕(吳王) 등이 모두 사람을 보내 저를 불렀습니다. 신이 어찌 감히 부름에 응하지 않을 수 있었겠습니까? 문왕(文王)이 병들었을 때 신의 집은 가난해 남의 병을 치료해주고 연명하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관리가 저에게 관직을 주어 구속하는 것을 두려워해, 호적(戶籍)을 여기저기 친척이나 친지들의 집으로 옮기며 집안의 생계도 돌보지 않았습니다. 온 나라 안을 떠돌며, 의술에 능한 자를 찾아 스승으로 모시기를 한동안 계속했습니다. 그리하여 여러 스승들을 만나 그들을 섬기면서 그들의 비술(秘術)을 다 배우고 그들이 지닌 의학서의 깊은 내용을 궁구해 그것을 해석하고 강론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때 신은 양허후(陽虛侯)의 나라에 있었으므로 그를 섬기게 되었습니다. 양허후가 입조하자 신도 그를 따라 장안(長安)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래서 안릉(安陵)에 사는 항처(項處) 등의 병을 진찰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問臣意:「知文王所以得病不起之狀?」臣意対曰:「不見文王病, 然竊聞文王病喘, 頭痛, 目不明. 臣意心論之, 以為非病也. 以為肥而蓄精, 身體不得揺, 骨肉不相任, 故喘, 不當醫治.

문신의 지문왕소이득병불기지상?’ 신의대왈 불견문왕병 연절문왕병천 두통 목불명. 신의심론지 이위비병야. 이위비위축정 신체부득요 골육불상임 고천 부당의치.

 

황제가 물었다. ’제나라 문왕(文王)이 병이 들어 다시는 일어날 수 없게 된 까닭은 무엇인가?‘ 순우의가 대답했다. ’문왕의 병은 진단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소문을 들으니 문왕은 천식을 앓고 있었고 두통이 심했으며 눈이 잘 보이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저는 마음속으로 문왕의 증세는 병으로 생긴 것이 아니라고 여겼습니다. 몸이 비만해지고 정력이 쌓여서 몸을 잘 움직일 수 없게 되고, 뼈와 살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게 되어 천식이 생기는 것이므로, 이것은 의약(醫藥)으로는 치료할 수 없는 병입니다.

 

脈法曰年二十脈気當趨, 年三十當疾歩, 年四十當安坐, 年五十當安臥, 年六十已上気當大董.

맥벙왈 년이십맥기당추 년삼십당질보 년사십당안좌 년오십당안와 년육십이상기당대동

 

맥법에도 나이 스물에는 혈맥이 왕성하여 달리는 것이 좋고, 서른에는 빠른 걸음으로 걷는 것이 좋고, 마흔에는 조용히 앉아 있는 것이 좋고, 쉰에는 편안히 누워서 안정을 취하는 것이 좋고, 예순 이상이면 원기(元氣)를 깊이 감추어두는 것이 좋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文王年未満二十, 方脈気之趨也而徐之, 不應天道四時. 後聞醫灸之即篤, 此論病之過也. 臣意論之, 以為神気爭而邪気入, 非年少所能複之也, 以故死.

문왕년미만이십 방맥기지추야이서지 불응천도사시. 후문의구지즉독 차론병지과야. 신의론지 이위신기쟁이사기입 비년소소능복지야 이고사.

 

당시 문왕의 나이는 채 스무 살도 되지 않았기 때문에 혈기가 왕성하여 달리기 하는게 마땅했습니다. 그런데 걷는 것이 느릿느릿해 천도(天道)의 사시에 순응하지 않았습니다. 후에 듣자니 의원이 뜸을 뜬 직후 병이 심해졌다고 합니다. 이것은 잘못된 처방을 내렸기 때문입니다. 저는 뜸을 떴기 때문에 정기(正氣)는 밖에서 다투고 사기(邪氣)는 안으로 들어간 것으로 봅니다. 그런데 젊은 사람은 이를 원래대로 회복시킬 수가 없어서 죽게 된 것입니다.

 

所謂気者, 當調飲食, 択晏日, 車歩広志, 以適筋骨肉血脈, 以瀉気. 故年二十, 是謂易眢. 法不當砭灸, 砭灸至気逐.

소위기자 당조음식 택안일 거보광지 이적근골육혈맥 이사기. 고년이십 시위 역완법부당폄구 폄구지기축

 

소위 기()라는 것은 음식을 조절하고, 해가 떠서 쾌청한 날을 골라서 수레를 타거나 걸어서 밖으로 나가 마음을 넓히고, 이에 따라 근육과 뼈, 혈맥의 상태를 조절해 기를 발산시켜야 합니다. 그래서 나이 스물을 역완()”라고 부릅니다. 의법에서는 이때 침을 놓거나 뜸을 떠서는 안 된다고 합니다. 그런 환자에게 침이나 뜸을 놓거나 뜨면 혈기가 끓어올라 누를 수 없기 때문입니다.’



問臣意:「師慶安受之聞於斉諸侯不?」

문신의 사경안수지? 문어제제후불?’

 

황제가 물었다. ‘그대의 스승 양경(陽慶)은 누구에게서 의학을 전수받았는가? 또 제나라의 여러 제후들 사이에서 명성이 있었는가?’

 

対曰:「不知慶所師受. 慶家富, 善為醫, 不肯為人治病, 當以此故不聞. 慶又告臣意曰:『慎毋令我子孫知若學我方也.』」

대왈 부지경소사수. 경가부 선위의 불긍위인치병 당이차고불문. 경우고신의왈 신무영아자손지약학아방야”’

 

순우의가 답하길 저의 스승 양경께서 누구로 부터 의술을 전수받았는지는 모릅니다. 양경 스승은 부자여서 의술에 조예가 깊었지만 남의 병을 고쳐주는 일로 생계로 삼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스승의 명성이 널리 알려지지 않았을 뿐입니다. 스승님은 저에게 이렇게 당부했습니다. “내 자손들이 네가 나의 의술을 배웠다는 사살을 알게 하지 마라!”고까지 말했습니다.’

 

問臣意:「師慶何見於意而愛意, 欲悉教意方?」

문신의 사경하견어의이애의 욕실교의방?’

 

황제가 다시 물었다. ‘스승 양경은 그대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들어 아끼고 의술을 모두 전수해주려고 했는가?’

 

対曰:「臣意不聞師慶為方善也. 意所以知慶者, 意少時好諸方事, 臣意試其方, 皆多験, 精良. 臣意聞菑川唐里公孫光善為古傳方, 臣意即往謁之. 得見事之, 受方化陰陽及傳語法, 臣意悉受書之. 臣意欲盡受他精方.

대왈 신의불문사경위방선야. 의소이지경자 의소시호제방사 신의시기방 개다험 정량. 신의문치천당리공손광선위고전방 신의즉왕알지. 득견사지 수방화음양급전어법 신의실수서지. 신의욕진수타정방.

 

이에 순우의가 대답했다. ‘저는 앙경 스승께서는 어떻게 의술에 정통하게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양경 스승을 알게 된 배경을 이렇습니다. 저는 젊었을 때부터 여러 의술을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배운 의술을 시험해보니 대체로 효험이 있었고 우수했습니다. 그러다가 치천(菑川) 당리(唐里)의 공손광(公孫光)이라는 자가 예전부터 전해온 의술에 능통하다는 것을 소문을 듣게 되었습니다. 저는 즉시 그곳에 가서 그를 만나보고 스승으로 섬기게 되어, 그의 의방(醫方)과 음양변화이론(陰陽變化理論), 그리고 구전되어온 비법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저는 배운 것을 모두 기록해두었습니다. 저는 또 그의 뛰어난 의술을 모조리 배우고자 했습니다.

 

公孫光曰:『吾方盡矣, 不為愛公所. 吾身已衰, 無所複事之. 是吾年少所受妙方也, 悉與公, 毋以教人.臣意曰:『得見事侍公前, 悉得禁方, 幸甚. 意死不敢妄傳人.

공손광왈 오방진의 불위애송소. 오신이쇠 무소복사지. 시오년소소수묘방야 실여공 무이교인신의왈 득견사대공전 실득금방 행심. 의사불감망전인

 

그러자 공손광 스승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나의 의술은 이것으로 전부이다. 너에게 아껴서 가르쳐주지 않은 것이 없다. 나는 이미 몸이 늙어 쇠약해져 더 이상 의술에 전념할 수 없으니 너는 다시 나를 스승으로 섬길 필요가 없다. 너에게 전수해준 의술은 내가 젊었을 때부터 배운 비법인데 모두 너에게 전수해주었으니, 이를 남에게 가르쳐주지 말라고 했습니다. 이에 저는 스승께 입문하여 곁에서 모시면서 모든 비법을 배우게 되어 참으로 기쁩니다. 스승께서 전해준 비방은 죽어도 함부로 남에게 전하지 않겠습니다.”라고 했습니다.

 

居有閒, 公孫光閒処, 臣意深論方, 見言百世為之精也. 師光喜曰

거유간 공손광한처 신의심논방 견언백세위지정야. 사솽희왈:

 

그로부터 얼마 후 저는 스승 공손광과 한가한 틈을 타서 의술에 대해서 깊이 논했습니다. 그 때에 저는 백대(百代)까지도 의술의 정화(精華)라고 불리게 싶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스승 공손광은 매우 기뻐하면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公必為國工. 吾有所善者皆疏, 同産処臨菑, 善為方, 吾不若, 其方甚奇, 非世之所聞也. 吾年中時, 嘗欲受其方, 楊中倩不肯, 若非其人也. 胥與公往見之, 當知公喜方也. 其人亦老矣, 其家給富.

공필위국공. 오유소선저개소 동산처임치 선위방 오불약 기방심기 비세지소문야. 오년중시 상욕수시방 양중천불긍 왈 약비기인야‘. 서여공왕견지 당지공휘방야. 기인역노의 기가급부.

 

너는 필시 나라 안에서 제일가는 의원이 될 것이다. 나에게는 친하게 지내는 의원들이 있으나 그들의 의술은 모두 보잘것없다. 그러나 임치현(臨菑縣)에 사는 나의 동복(同腹) 형제는 의술에 매우 뛰어나서 내가 도저히 그에 미치지 못한다. 그의 의술은 매우 기묘해 세간에서 들어본 적이 없는 것이다. 내가 중년 무렵에 한번 그의 의술을 배우고자 했으나 양중천(楊中倩)이 거부하면서 너는 내 의술을 배울만한 그릇이 되지 못한다.’라 말했다. 뒤에 너와 내가 함께 가서 만나보기로 하자. 반드시 네가 의술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기뻐할 것이다. 그 역시 늙었으나 집은 부유하다.”라고 했습니다.

 

時者未往, 會慶子男殷來獻馬, 因師光奏馬王所, 意以故得與殷善. 光又屬意於殷曰:『意好數, 公必謹遇之, 其人聖儒.即為書以意屬陽慶, 以故知慶. 臣意事慶謹, 以故愛意也.

시자미왕 회경자남은래헌마 인사광주마왕소 의이고득여은선. 광우속의어은왈 의호수 공필근우지 기인성유즉위서이의속양경 이고지경. 신의사경근 이고애의야

 

그러나 그때는 가지 못하고 있었는데, 때마침 양경(陽慶)의 아들 양은(陽殷)이 장안을 방문하여 말을 헌상하러 와서 스승 공손광의 중재했습니다. 그래서 신은 양은과 친교를 맺게 되었고, 다시 스승 공손광은 양은에게 저를 이렇게 소개해 주었습니다. “순우의는 의술을 좋아한다. 반드시 삼가하여 그를 대우하라. 그는 성인(聖人)의 도를 앙모하는 선비이다.”라고 했습니다. 또 스승 공손광은 즉시 서찰을 써서 저를 양경에게 부탁했습니다. 그리하여 양경 스승을 알게 되었습니다. 신은 삼가며 깊이 양경을 섬겼으므로, 스승님도 저를 아껴주신 것입니다.’

 

問臣意曰:「吏民嘗有事學意方, 及畢盡得意方不何県里人?」

문신의왈 사민상유사락의방 급필진득의방불? 하현리인?’

 

이에 황제가 물었다. ‘관리나 백성들 중에 지금까지 그대에게 의술을 사사 받은 자가 있는가? 또 그대의 의술을 모두 배운 자가 있는가? 있다면 그 사람은 어느 현, 어느 고을 사람인가?’

 

対曰:「臨菑人宋邑. 邑學, 臣意教以五診, 歳餘. 済北王遣太醫高期王禹學, 臣意教以経脈高下及奇絡結, 當論兪所居, 及気當上下出入邪[]逆順, 以宜鑱石, 定砭灸処, 歳餘.

대왈 임치인송읍. 읍학 신의교이오진 세여. 제북왕견태의고기 왕우학 신의교이경먁고하급기락결 당론유소거 급기당상하출입사역순 이의참석 정폄구처세여.

 

순우의가 대답했다. ‘임치현 사람으로 송읍(宋邑)이라는 자가 저에게 의술을 배웠습니다. 신은 그에게 1년 남짓 오색(五色) 진단법을 가르쳐주었습니다. 제북왕이 태의(太醫)인 고기(高期)와 왕우(王禹)를 제게 보내 배우게 했습니다. 그 때에 신은 그들에게 수족(手足) 경맥(經脈)의 상하 분포 부위와 기락결(奇絡結), 논구해야 하는 수혈(兪穴)의 위치 및 기()가 상하 출입할 때의 정사(正邪), 순역(順逆) 등에 대해서 가르치고 또 침을 놓고 뜸을 떠야 할 부위를 가르쳐주기를 1년 남짓 했습니다.

 

菑川王時遣太倉馬長馮信正方, 臣意教以案法逆順, 論薬法, 定五味及和斉湯法.

치천왕시견태찰마장풍신정방 신의교이안법역순 논약법 정오미급화제탕법.

 

치천왕은 태창(太倉)에서 말을 관리하는 풍신(馮信)이란 자를 보내 의술을 배우게 했습니다. 신은 그에게 안마(按摩)에서의 역순(逆順)에 따른 방법, 약제를 조제하는 방법과 오미(五味) 등 각종 화제탕을 조제하는 방법 등을 가르쳤습니다.

 

高永侯家丞杜信, 喜脈, 來學, 臣意教以上下経脈五診, 二歳餘. 臨菑召里唐安來學, 臣意教以五診上下経脈, 奇咳, 四時應陰陽重, 未成, 除為斉王侍醫.

고영후가승두신 희맥 래학 신의교이상하경맥오진 이세여. 임치소리당안래학 신의교이오진상하경맥 기해 사시응음양중 미성 제위제왕시의

 

고영후(高永侯)의 가승(家丞) 두신(杜信)이 맥법에 관심을 가지고 있어 저에게 찾아와 배웠습니다. 제가 그에게 상하 경맥의 분포 부위와 오색 진단법을 2년 남짓 가르쳐주었습니다. 임치현 소리(召里)에 사는 당안(唐安)이 저를 찾아와 배우기를 청하여 오색 진단법, 경맥의 분포 부위와 기해술, 사계절의 기후가 음양의 변동에 따라 변화하는 이치 등을 가르쳤습니다. 그런데 그는 다 배우기도 전에 제왕(齊王)의 시의(侍醫)에 임명되었습니다.’

 

問臣意:「診病決死生, 能全無失乎?」

문신의 진병결사생 능전무실호?’

 

황제가 물었다. ‘병을 진찰해 생사를 판단할 때에 실수를 한 적이 전혀 없었는가?’

 

臣意対曰:「意治病人, 必先切其脈, 乃治之. 敗逆者不可治, 其順者乃治之. 心不精脈, 所期死生視可治, 時時失之, 臣意不能全也.

신의대왈 의치병인 필선절기맥 내치지. 패역자불가치 기순자내치지. 필불정맥 소시사생시가치 시시실지 신의불능전야

 

 

순우의가 대답했다. ‘제가 환자를 치료할 때에는 반드시 먼저 맥을 보고 나서 치료를 시작합니다. 맥이 쇠약하거나 병증(病症)에 거스르는 경우에는 치료하지 못하지만 만약 순조로울 경우에는 능히 치료할 수 있습니다. 신의 마음이 맥을 정밀하게 볼 수 없는 상태일 때에는 환자의 생사와 치료 여부에 대해 왕왕 실수하기도 합니다. 신도 완벽하지 못합니다.’

 

<사마천의 논평>

 

太史公曰女無美悪, 居宮見妒士無賢不肖, 入朝見疑. 故扁鵲以其伎見殃, 倉公乃匿跡自隠而當刑. 緹縈通尺牘, 父得以後寧. 故老子曰美好者不祥之器, 豈謂扁鵲等邪若倉公者, 可謂近之矣.

태사공왈 여무미악 거궁견투; 사무현불초 입조견의. 고편작이기기견앙 창공내낙적자은이당형. 제영통척독 부득이후녕. 고노자왈 미호자불상지기이위편작등야? 약창공자 가위근지의.

 

태사공은 이렇게 말한다. 여자는 미인이나 추녀 간에 궁중에 있기만 하면 질투를 받게 되고, 선비는 현명하거나 불초하거나 간에 조정에 들어가기만 하면 의심을 받는다고 했다. 그래서 편작(扁鵲)은 뛰어난 의술 때문에 화를 입었고, 창공(倉公)은 흔적을 감추고 몸을 숨겼어도 형벌을 받게 되었다. 그는 딸 제영(緹縈)이 조정에 상소문을 올리고서야 편안하게 살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노자(老子)가 말하길 아름답고 좋은 것은 상서롭지 못하다.’라고 했다. 이는 어찌 편작 등과 같은 경우에만 해당하는 말이겠는가? 창공과 같은 사람도 이와 비슷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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